[파이낸셜뉴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오마카세' 관련 게시물. 인스타그램 캡처
올해 5월, 6월에 걸쳐 '30만원 오마카세 vs. 400원 도시락 같이 먹는 MZ 고찰'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여럿 썼다. 요약하자면 첫째, 코로나19로 인해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시장에 유동성(돈)이 풀리면서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등으로 벼락부자가 다수 등장했다. 둘째, 실물 경기 침체와 반대로 자산의 상승은 자산을 소유한 이들의 부를 더욱 증대 시키고 가진자와 못 가진자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셋째, 양극화 심화와 함께 소비행태의 양극화도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이뤄졌다. 넷째, 과거에는 가진자와 못 가진자 사이의 양극화가 발생했다면 최근의 거품은 'SNS'와 'N포세대의 절망'이 겹치면서 '소비의 양극화'로 이어졌다. 다섯째, 거품 경제와 허영의 상징인 20만~30만원대 오마카세가 부자와 가난한 MZ에게도 동시에 유행했다. 여섯째, 노동소득은 자본소득을 따라 잡을 수 없다는 토마 피케티의 주장처럼 투자를 하는 MZ와 하지 않는 MZ라는 다른 세대 구분이 생겼다. 간단하게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경기침체 전조가 보인다
하지만 최근 저금리와 시장의 거품이 꺼지는 전조가 여럿 관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10월 사이 서울에서 총 577곳의 일식당이 문을 닫았다. 같은 기간 중식당 407곳, 카페 158곳이 폐업한 것과 비교해 높은 수치다. 특히 10만원 이상의 고가 오마카세를 팔던 여러 체인의 일식당 들이 줄줄이 폐점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 여행이 풀리고 엔저 현상까지 겹치면서 굳이 한국에서 비싼 오마카세를 먹느니 일본 현지에서 이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시장의 유동성(돈)이 흡수되면서 채권,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등도 한동안 하락을 거듭했다. 거품과 함께 성장했던 고가 오마카세의 폐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마카세와 함께 한 끼에 20~30만원 하는 고급 레스토랑인 '파인 다이닝'도 문을 닫고 있다. ‘도쿄등심’, ‘일판’, ‘애리아’ 등을 운영하는 국내 최대 파인다이닝 외식기업 ‘오픈’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철판 요리집 일판의 경우 한우, 랍스터, 캐비어 등 고급 식재료를 철판에 요리해 주는 가게로 1인 가격이 29만원에 달한다. 여러 파인 다이닝 브랜드를 운영하던 오픈은 거품 절정기에 서울 청담에 사옥을 올리고, 그 과정에서 대량의 대출을 일으켰다 금리 인상으로 돈맥경화 현상에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오마카세와 오픈의 폐업은 경기침체를 가리키는 전조일까? 한국 경제는 무역 의존도가 높아 미국, 중국 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현재 시장의 관심은 올해 12월 있을 미국의 기준금리 향방에 쏠려 있다. 미국의 한국은행 격인 연준(Fed)은 12월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제조업체가 지불하는 비용, 소비자 물가 등이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특히 생활 물가와 달리 6개월~12개월 시차를 두고 움직이는 집값(집값+렌트)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미국의 물가는 안정되가는 추세다. 더불어 미국의 실업률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국제 유가(선물) 역시 산유국들의 감산이 이어지고 있지만 큰 변수가 없는 한 배럴당 70~80달러 이하로 유지될 전망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11월 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 하고 있다. 이날 FOMC는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연속 동결했다. 연합뉴스
미국의 기준 금리 동결과 인하 기대감은 채권 및 주식 시장에 단기적인 호재가 될 수 있다. 일정 기간 기준 금리를 동결하다 물가가 잡히고,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다시 기준 금리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하락은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고 채권과 주식과 같은 자산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 후 1~2년 내 거의 100% 확률로 경기 침체가 왔었던 과거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기준 금리 유지 후 하락 시점에서 커다란 경기 침체가 올 수도 있다.
만약 채권과 주식 등에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오히려 경기 침체 이후 회복기에 투자하는 것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최악은 장기적으로 고금리가 유지되면서 물가가 잡히지 않고 이어지는 스테그플레이션 상황이다. 하지만 시장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한번 하락했던 시장은 어떤 구실과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반드시 전고점을 돌파하며 상승해 왔다. 현재는 불안 요소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장기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더불어 긴장이 고조되는 중국과 대만의 관계 등도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여기에 더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 역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최근 중국과 화해 제스처를 취하는 등 경제에 있어서 긍정적인 신호도 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위험에 배팅하는 것보다는 때를 기다리는 지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투자의 4계절, 지금은 가을인가 겨울인가
주식시장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이 있다. 금융장세, 실적장세, 역금융장세, 열실적장세가 그것이다. 금융장세는 시장에 유동성, 돈이 넘치며 증시가 상승하는 구간이다. 오마카세가 늘어나는 시작하는 시기다. 실적장세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기업의 실적이 증가하는 구간이다. 코로나19 기간 정부 지원금으로 소비가 늘고 자산 가격이 폭등했었던 시기다. 30만원 오마카세에 예약이 밀려 예약도 할 수 없는 때다. 역금융장세는 정부가 금리를 인상하고 시중의 유동성이 흡수되는 시기다. 고금리로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오마카세가 문을 닫기 시작한다. 역실적장세는 기업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줄면서 경기침체가 오고 각국 중앙 은행이 금리 인하를 고려하기 시작한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로이터뉴스1
현재 시장의 흐름은 역금융장세와 역실적장세 어딘가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의 '타이밍'은 '워런 버핏'의 할아버지가 와도 정확히 맞출 수 없다. 유발 하라리는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주장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실패한 것은 자본가들 역시 자본론을 읽고 그에 맞춰 대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마찬가지로 경제도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모두가 시장의 흐름을 비슷한 관점으로 판단할 때 시장은 모두의 예측을 깨고 다른 방향으로 향하며 투자자의 뒤통수를 치기도 한다.
오마카세의 폐업은 경기 침체를 전조하는 강한 신호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지금은 가격 할인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오마카세에서 가격이 싸진 오마카세를 먹기 보다는 위기에 대비해 총알을 비축해야 할 시기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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