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넥슨코리아 사옥 전경. 넥슨 제공
넥슨 노동조합이 게임 홍보물 속 '남성 혐오 손동작 사태'의 후속 조치와 관련해 산하 지회와의 상의 없이 사옥 앞을 찾아와 규탄 집회를 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탈퇴 가능성도 시사했다.
3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넥슨지회 배수찬 지회장은 전날 노조 공식 카페를 통해 "민주노총 총연맹은 우리와 어떠한 논의도, 사안에 대한 이해도 없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며 "우리에게 민주노총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해 원점부터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혐 논란이 일고 있는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애니메이션 홍보 영상 속 한 장면. 현재 해당 영상은 비공개 처리된 상태다.
앞서 애니메이션 외주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는 최근 넥슨을 비롯한 여러 국내 게임사의 홍보 영상 속에 극단 페미니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쓰이던 남성 혐오를 상징하는 손동작을 의도적으로 삽입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 같은 논란은 넥슨 인기 게임인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블루 아카이브' 이용자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이에 넥슨은 문제된 영상들을 비공개 처리하고 전체 홍보 영상에 대한 검수 조치에 나섰다. 이로 인해 게임업계 직원들은 주말 밤에도 출근해 게임 속 이미지와 홍보물을 점검하며 문제의 손동작이 없는지 확인에 나섰다.
'스튜디오 뿌리' 측도 이에 "의도하고 넣은 동작은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도 "의혹이 있는 장면은 저희가 책임지고 수정하고 해당 스태프는 작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렸다.
한국여성민우회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한국여성민우회, 민주노총 등은 이런 넥슨의 행보가 '페미니즘 혐오 몰이'라고 주장하며 지난 28일 경기도 성남시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게임 운영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와 관련해 넥슨 노조는 “콘텐츠 검수는 일의 영역이고, 의도를 가졌느냐 그렇지 않으냐를 떠나 이용자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수정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며 방송의 경우에도 고인 모독으로 의심되는 이미지가 노출됐을 때 사과하고 수정하는 절차를 거친다는 점을 지적했다.
넥슨 노동조합 카카오톡채널 캡처
이어 민주노총의 기자회견 진행을 겨냥해 “이건 산하 지회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이고, 심지어 손가락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를 정도였다”며 “우리 노조는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넥슨 조합원의 보호를 우선시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항의만 하는 시늉이 아니라 최대한 외부로 확산할 수 있도록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스피커를 통해 공개할 것”이라며 “추후 민주노총이 우리 지회에 어떤 득이 되고 실이 되는지 솔직히 나열할 시간을 갖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전력기술, 포스코, 쿠팡 등 대기업 노조들은 "민주노총이 노조원 권익보다 정치적 활동에 집중한다"며 줄줄이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행보에 넥슨 노조도 동참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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