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박병화 거주지 인근 주민들 '불안감'에 이사도
주민들 '한국형 제시카법' 조속한 처리 촉구 한목소리
일각서 범죄자 퇴거 이상의 근본적인 해결책 의견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S 타워 인근 번화가. 유동인구가 많은 이 상권은 박병화 거주지 인근에 있다.사진=한승곤
[파이낸셜뉴스] "빨리 음식물 쓰레기 버리고 올라와야죠", "매일 긴장하고 살고 있습니다."
연쇄성범죄자 박병화(41)가 지난달 14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있는 S 타워로 전입하면서,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기자가 지난 26일 박병화 거주지 인근에서 만난 한 입주민은 아예 이사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사 이유가 박병화 때문이다"라면서 "다른 주민들도 이사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범죄자로 인해, 우리 이웃의 일상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박병화는 2002년 12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수원시 일대에서 여성 10여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주로 혼자 사는 20대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았다. 2007년 9월에만 네 차례 성폭행을 저질렀다.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지만, 두 차례 불복한 끝에 감형돼 대법원에서 징역 11년이 확정됐다.
그러나 수감 도중 2002년 임신 중이던 25살 여성을 성폭행한 것과, 2005년 원룸에 침입해 22살 여성을 성폭행하려 한 게 유전자(DNA) 분석으로 밝혀져 형기가 4년 연장,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2022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이후 화성시 봉담읍 수기리 한 원룸에 거주해 오다 최근 인계동 S 타워로 이사했다.
"제발 법 통과 좀 해달라" 성범죄자 인근 주민들의 '분통'
연쇄성범죄자 박병화 거주지 인근에 있는 한 대형마트. 사진=한승곤 기자
주민들은 '한국형 제시카법(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지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S 타워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성범죄자 관련 법을 국회에서 빨리 좀 처리해줬으면 좋겠다. 주민들은 진짜 하루 하루가 고통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은 "범죄자 때문에 동네가 말이 아니다"라면서 "정부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빨리 해달라"고 토로했다.
제시카법은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국가 운영시설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성 충동 약물치료 청구 특례를 마련하는 걸 골자로 하고 있다. 고위험 성범죄자는 13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하거나, 3회 이상의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전자감독 대상자, 이런 성범죄로 10년 이상의 선고형을 받은 이를 말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자감독 대상자 가운데,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로 분류된 인원은 300명이 넘는다. 올해와 내년엔 각각 59명씩 118명이 출소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21대 국회 처리에 실패했다.
박병화 다른 지역 가면 문제 해결될까
주민들 사이에서는 박병화 한명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게 문제 해결의 본질이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앞서 화성에서 수원으로 박병화가 이사를 해왔듯, 수원에서 다른 지역으로 박병화가 전입해도 문제는 계속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국 현재 박병화 거주지 논란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문제라는 의견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범죄자 거주 지역을 둘러싼 퇴거 여론에 대해 ‘위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재수감 수준의 이중 처벌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또 범죄자들을 한 곳에서 관리할 경우, 우범지역으로 낙인찍혀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경기 수원시의회는 지난달 28일 인계동 일원에서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 전입에 따른 민·관 야간 합동순찰을 실시했다. 시의회는 이날 본회의장에서 박병화 전입에 따른 중앙 관계부서의 성범죄 재발 방지 대책 및 제도개선 마련을 촉구했다.
결의대회에는 김 의장을 비롯해 시의회 의원이 참석했으며 장정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흉악범 재범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주요 건의안 내용은 ▲고위험 성폭력범죄자 거주지 제한법(한국형 제시카법)의 조속한 법안 제정 ▲성범죄자 신상공개 고지 대상자 범위 확대 등이다.
결의대회를 마친 김 의장은 "국가의 최우선 가치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권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관련 법과 제도가 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시의회가 적극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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