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조두순 박병화 인근 주민들 '분통'
일부 범죄자들, 전자발찌 찬 채로 성범죄 저지르기도
'한국형 제시카법' 이중 처벌 논란…국회 문턱 못 넘어
아동성범죄자 조두순. 2024.3.11/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사진=뉴스1
[편집자주] '연쇄성범죄'라는 잔혹한 범죄 이력이 있는 자가 내 주변, 내 가족 곁에 살고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결정을 하시겠습니까. 당사자에게 퇴거 요청을 하고 싶지만, 이미 '죗값'을 치르고 나왔다며 거부 하거나 오히려 권리 침해로 고소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갈등을 해결하자는 취지의 '한국형 제시카 법'은 위헌 우려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제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3회에 걸쳐 해법을 모색해봤습니다.
[파이낸셜뉴스] "이게 폭탄돌리기가 아니면 도대체 뭡니까!"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연쇄성범죄자 박병화가 거주하고 있는 경기 수원시 인계동 S 타워에서 만난 한 입주민의 성토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박병화를 쫓아내도, 본질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느냐"라는 말이 나온다. 또 다른 주민은 "누구라도 조두순 박병화 이웃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박병화는 지난 2022년 10월 출소하고 경기도 화성에서 거주하다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지난달 14일 인계동으로 전입했다. 박병화가 가는 지역마다 극심한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박병화가 거주하고 있는 S 타워 건물 대표에 따르면, 여성들이 많이 가는 인근 피부과는 매출이 반토막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일부 편의점 여성 아르바이트생의 경우 일을 그만뒀으며, 입주민들은 저녁 외출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예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주민들도 나왔다.
"조두순 이사가기만 기다려야죠"
그런가 하면 아동성폭행범 조두순이 살고 있는 안산시 단원구 인근 주민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2020년 12월 12일 출소한 조두순은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던 안산으로 돌아왔다. 주민들은 크게 반발했지만, 그의 전입을 막을 수 없었다. 경찰은 조두순 집 앞에 초소를 세우고 24시간 감시에 들어갔다.
그러다 최근 경찰과 청원경찰의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12월 4일 야간 외출 금지 명령을 어기고 집 앞에 나간 조두순이 재판에 넘겨져 최근 징역 3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기 때문이다.
조두순의 구속으로 주민들은 잠시나마 안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19일 조두순은 수감 중이던 수원구치소에서 출소, 다시 거주지로 돌아갔다. 조두순이 출소함에 따라 잠시 운영을 중단했던 경찰 감시초소도 곧바로 업무를 재개했다.
주민들은 또다시 극심한 스트레스와 함께 불안감 속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주민들은 오는 11월, 현재 조두순이 거주하고 있는 곳의 임대계약이 만료되면 그가 어디론가 떠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버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계속 출소하는 성범죄자…어디로 갈까
박병화가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 수원 인계동 S 타워의 한 복도. 입주민들은 언제 박병화를 마주칠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문제는 이런 성범죄자들이 앞으로 계속 출소 예정이라는 점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감독 대상자 중 거주제한 검토가 필요한 고위험 성폭력범죄자는 2022년 말 기준 325명이다.
출소 예정 인원으로 보면 2023년 69명, 2024년과 2025년에 각각 59명인 상황이다. 조두순, 박병화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누군가는 성범죄자 이웃으로 지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종의 폭탄돌리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출소한 범죄자들을 관리하는 전자발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해 감시에 구멍이 난 사례도 있다. 이런 전자감독제도는 성폭력, 유괴, 살인 등 특정 범죄를 일으킨 범죄자들의 재범을 막기 위해 지난 2008년 도입됐다. 법원으로부터 부착 명령을 선고받은 사람은 특정 장소 방문 금지, 특정 시간 외출 금지 등 특별준수사항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지난 1월 서울에서 성범죄자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여성을 따라가 도어록이 잠기기 직전 문을 열고 침입해 범행을 저지른 사건이 일어났다. 성범죄자들을 비롯한 전국의 범죄자들이 이런 특별준수사항을 어긴 건수는 지난 5년간 36253건에 달한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지난해 법무부는 재범 가능성이 높거나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출소 후에도 법원이 지정한 시설에서만 거주하게 하는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법'(한국형 제시카법)을 입법 예고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만 13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성폭력범죄를 저질렀거나 세 차례 이상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위치 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한 사람 중 징역 10년 이상을 선고받은 자는 출소 이후 법원이 정한 곳에서만 살 수 있게 된다.
성범죄자들의 거주지역을 강하게 통제해 이들이 출소할 때마다 반복되는 국민들의 불안을 진정시키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기피 대상인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지정하는 것을 해당 지역 주민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와,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자 이중 처벌이라는 지적 등 여러 논란에 휩싸이며, 결국 이 법은 21대 국회 처리에 실패했다.
전문가는 지금 당장 관련 법안 통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현재 이견 조율이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관련한 여러 문제가 나올 수 있다"면서, 일정 부분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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