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

400억 달러 노렸는데...거꾸로 간 해외수주, 이유는

3분기 누적 수주 211억달러
목표의 절반 넘어선 수준

400억 달러 노렸는데...거꾸로 간 해외수주, 이유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네옴시티 건설 현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야심차게 내세웠던 올해 해외수주 400억달러(54조600억원)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중동 시장의 견조한 성장이 실적을 견인했으나 미국과 아시아 시장의 수주 부진이 전체 실적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13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3·4분기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전년 대비 10.3% 감소한 211억1000만달러(28조5302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정부가 올해 목표로 제시한 400억달러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지역별로 봤을 때 중동 지역의 수주액은 119억4000만달러(16조1369억원)로 전년 대비 49.5% 증가하며 좋은 실적을 보였다. 점유율도 전체의 57%로 가장 높았다. 특히 지난 6월 삼성E&A가 수주한 60억8000만달러(8조2171억원) 규모의 사우디 아라비아의 파딜리 가스 프로젝트가 중동 실적을 견인했다. 이 외에도 카타르 알 샤힌 유전 프로젝트와 UAE의 태양광 발전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도 실적 상승에 기여했다.

다만 북미와 아시아 등 다른 지역은 실적이 부진했다.

아시아(중동 제외)에서는 29억8000만달러(4조274억원)로 전년 동기인 46억8000만달러(6조 3250억원) 대비해서 36.3% 감소했다. 이는 토목 부문과 산업설비 부문에서 큰 하락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시아 수주 실적은 2020년 이후 감소세가 이어져 왔다.

북미·태평양 시장은 수주액이 24억7000만달러(3조3382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74억2200만달러(10조308억원) 대비 64%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22년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칩스법(CHIPS)의 영향으로 국내 제조사의 신규 공장 건설이 둔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헝가리에서는 삼성 SDI의 배터리 공장 건설 프로젝트 등이 수주되며 유럽 내 실적 증가를 이끌었다.

정부가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투자개발형 사업의 수주액은 20억달러(2조7030억원)로 전체의 9.5%를 차지하며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수주한 필리핀 마닐라 NAIA 공항 PPP 사업과 UAE 및 오만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공기업의 참여 확대도 투자개발형 사업 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글로벌 건설시장은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벌어지고 있는 중동전쟁이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이란에서 수주하는 프로젝트는 극히 적어 당장의 영향은 없지만 확전시 사우디가 참전하는 상황 등을 우려하고 있다.
또 미국 대선 등의 변수도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쟁은 인근 국가의 발주환경을 해치는 영향이 분명히 있고 기업도 수주 이후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여부도 고민이 크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조달환경이 만들어졌을 때 수주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올해 전체 수주액은 300억달러(40조5450억원)를 조금 넘는 수준에서 결정날 전망”이라면서 “중동전쟁이 확전되지 않고 미국 대선에서 해리슨 후보가 당선돼 불확실성이 사라진다면 내년 누 수주액 1조달러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