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튬 인파 몰린 홍대 클럽거리
기동순찰대·특공대 등 331명 투입
클럽 앞 대기줄 탓에 인도 좁아져
"길 한가운데 안전펜스가 더 위험
차도 막고 보행길 터 줘야" 지적도
핼러윈 데이를 4일 앞둔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기동순찰대가 순찰을 하고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삐용삐용"
27일 0시30분께 구급차가 서울 마포구 홍대 클럽거리 인근 골목으로 들어갔다. '인파에 밀려 사람이 넘어졌다'는 신고가 들어와서였다. 잘못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경찰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과 지자체는 인파가 몰리는 번화가에 대한 안전 관리를 확대했다. 사람들 사이 안전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곳곳에 경찰과 구청 직원들이 배치됐다. 다만 만취한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외국인들로 인해 소소한 사건들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안전 펜스가 더 위험할 수도
핼러윈 데이를 4일 앞둔 지난 26일 홍대 거리에는 사람이 넘쳐났다. 상상마당 인근의 차 없는 거리에선 만화 주인공처럼 '코스프레(코스튬플레이·특정 인물이나 캐릭터처럼 복장을 입고 꾸미는 것)'한 사람들이 멈춰 서서 행인들에게 사진을 찍어줬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큰 음악 소리가 가게마다 흘러나왔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게 천천히 걸어야 할 정도였지만 숨도 못 쉴 만큼 사람이 몰려 있지는 않았다. 차 없는 거리 곳곳에는 구급차가 대기했다. 이날 마포구 내에만 마포경찰서, 기동순찰대, 경찰특공대 등 경력 331명이 투입됐다. 이들은 오후 5시부터 이튿날 오전 2시까지 차없는 거리에 세워진 오토바이를 단속하는 등 다중 인파로 인한 위험과 범죄 예방을 위한 순찰을 돌았다.
사진 촬영이 취미여서 자주 홍대로 온다는 김민준씨(44)는 "평소에 비해 사람이 20~30% 많다"며 "그래도 이태원 참사 이후 확실히 거리에 경찰이 늘어나 안전이 더욱 보장된 것 같다. 20~30보 걸을 때마다 경찰이 보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 안전관리를 위한 펜스가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클럽거리에는 인도 한가운데 펜스를 놓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이 부딪치지 않도록 길을 나눴다. 또 차도로 사람이 내려오지 않도록 인도 바깥쪽에도 펜스를 놓았다. 하지만 클럽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은 펜스 안쪽의 좁아진 공간을 한 줄로 지나가야 했다.
박민채씨(19)는 "더 사람이 늘어나면 차도를 아예 막고 시민들이 지나갈 수 있게 하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객 졸고, 폭행 하소연도
무엇보다 술에 취해 사고 위험이 예상되는 상황이 지속됐다.
길가에는 한 남성이 앉아 술에 취해 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 외국인 여성은 만취해 구토를 하다가 혼자 귀가를 못해 파출소로 인계됐다. 한 칠레 국적의 남성은 이유 없이 행인에게 주먹으로 맞았다고 경찰에 호소했다. 그러나 영어를 잘 못하는 데다 술에 취해 횡설수설했다. 경찰은 112 신고를 통해 사건을 정식으로 접수하고 스페인어 통역 지원을 받을 것을 안내했다.
제대로 대화가 통하지 않아 경찰은 20분가량 똑같은 설명을 반복해야 했다.
특히 27일 0시30분께에는 클럽 거리 인근 골목에서 인파에 밀려 넘어졌다는 오인 신고가 들어와 경찰과 소방이 급하게 출동했다. 다행히 20대 여성 한명이 인적 드문 골목에서 지병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넘어졌으며 곧 회복된 것으로 파악됐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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