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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심경 밝힌 버핏 "90대 나이 체감, 회장으로 계속 출근"

지난 3일 '깜짝' 은퇴 선언한 버크서 워런 버핏, 은퇴 심경 밝혀
내년부터 CEO 자리 물러나고 회장으로 계속 출근
"90대 들어 나이 체감, 예상보다 CEO 재직 길었다"
나이 있어도 여전히 노련한 투자 감각은 유용하다고 강조
후임 맡은 그레그 에이블에 대해 "보기 드문 재능" 칭찬

은퇴 심경 밝힌 버핏 "90대 나이 체감, 회장으로 계속 출근"
미국의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18년 5월 7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달 '깜짝' 은퇴 선언으로 세계 투자시장에 파문을 남겼던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은퇴를 결심한 이유를 공개했다. 그는 나이가 90대에 접어들면서 업무 효율이 떨어졌다며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보다 효율적인 사람에게 회사를 맡기는 것이 옳다면서 CEO 퇴직 이후에도 회장으로서 계속 출근한다고 예고했다.

90대 들어 나이 체감...회장으로 계속 출근
미국 투자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버핏은 14일(현지시간)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전화 인터뷰에서 은퇴 심경을 밝혔다. 올해 94세인 그는 지난 3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해 올해 말에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말했다. WSJ는 버핏이 앞서 은퇴시기를 언급하지 않았기에 그가 죽을 때까지 CEO을 맡는다고 예상한 투자자가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버핏은 인터뷰에서 은퇴를 결심한 "마법의 순간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가 드는 그 날을 어떻게 알겠나?"라며 "나는 90세가 될 때까지는 뭔가 이상한 이유로 나이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 그건 정말로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버핏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균형을 잃거나 사람들의 이름을 떠올리는 데 애를 먹고, 신문의 글자가 흐릿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차피 평생 CEO를 맡을 생각이 없었다면서 "내가 CEO 일을 하는 데에 있어 다른 누구보다 더 쓸모가 있다고 생각되는 한 CEO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버핏은 "나는 그 기간이 이렇게 길어진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버핏은 3일 발표에서 회장 직위는 유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CEO 은퇴까지 남은 약 8개월 동안 전처럼 일을 할 것이며, 은퇴 후에도 여전히 오마하의 사무실에 계속 나오겠다고 밝혔다. 버핏은 "내 건강은 매일 기분이 좋다는 점에서 괜찮다"면서 은퇴 이후에도 "집에 앉아서 연속극을 보진 않을 것이다. 내 관심사는 똑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20년 전이나 40년 전, 60년 전에도 결정을 내렸고 지금도 결정을 내리는 데에 어려움이 없다"고 강조했다. 버핏은 "나는 시장에 공황이 오면 쓸모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주식) 가격이 떨어지거나 모든 이들이 겁을 먹을 때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나이의 기능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노련함이 쓸모 있다고 주장했다.

은퇴 심경 밝힌 버핏 "90대 나이 체감, 회장으로 계속 출근"
미국 투자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그레그 에이블 비(非)보험 부문 부회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일 잘하는 사람이 해야 회사도 좋아
1930년 8월에 태어난 버핏은 어려서부터 투자에 뛰어들어 1965년 당시 섬유 회사였던 미국 버크셔 해서웨이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그는 회사를 보험과 철도,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서 약 200개의 자회사를 보유한 글로벌 지주회사로 바꾸었다. 가치 투자로 유명한 버핏은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며 미국 투자 업계의 전설로 남았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1965~2024년 연평균 수익률은 19.9%에 달한다.

버핏은 이달 발표에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차기 CEO로 그레그 에이블 비(非)보험 부문 부회장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버핏은 올해 62세가 된 그레그에 대해 "정말 훌륭한 재능은 드물다. 이는 사업이나 자본 분배,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인간 활동에서 드물다"라며 그레그가 우수한 경영인이자 투자자라고 칭찬했다. 그레그는 1999년에 버크셔 해서웨이에 합류했으며 그 동안 회사의 에너지 사업부에서 족적을 남겼다. 버핏은 2018년 그레그에게 회사의 모든 비보험 사업을 맡겼고 2021년에는 CEO 후계자로 선언했다.

버핏은 자신과 그레그 사이에 에너지 차이가 점차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버핏은 "그가 하루에 10시간 동안 해내는 일의 양을 내가 같은 시간 동안 해낼 수 있는 양과 비교했을 때, 그 차이는 점점 더 극적으로 벌어졌다"고 말했다. 버핏은 "그레그는 일을 처리하고, 경영에 변화가 필요할 때 변화를 만들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는 등 모든 면에서 훨씬 더 효율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레그를 그 자리에 앉히지 않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었다"면서 "회사는 그레그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좋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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