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주도의 '김건희 국정농단 규탄 범국민대회'가 열린다. 11월 첫 주말인 2일. 조국혁신당은 지난 26일 대통령 '탄핵선언대회'를 열어 선수를 쳤다. 그간 으름장만 놓던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서두르는 이유는 뻔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가 11월에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15일 선거법 위반 사건, 25일 위증교사 사건 선고가 있다. 이 대표 부인 김혜경씨의 선거법 위반 사건 선고는 14일. 야권은 세번째 '김건희 특검법' 본회의 표결을 14일 추진한다. 이 대표의 위기는 여권의 위기와 직결된다. 이 대표의 중형 선고가 있을 경우 민주당은 노골적인 정권퇴진 투쟁에 몰두할 것이다. 11월 중 대법원 선고가 예상되는 조국 대표도 비슷한 처지다. 감옥에 가지 않거나 유죄 확정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대통령 탄핵이라 믿을 것이다. 11월 9일은 윤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도는 날이다. 혁신당은 당일 탄핵소추안 공개를 다짐한다. 사유는 중요하지 않다.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는 근거를 발명(?)해서라도 소추안을 내놓을 것이다. 11월 첫 번째 화요일인 5일(현지시간)은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다. 선거가 끝나도 박빙인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등 경합주에서 최종 결정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트럼프 후보는 이미 사실상 불복을 선언한 상황이다. 전국에서 90여건의 선거관련 소송을 제기하면서 부정선거 주장의 틀을 짜놓고 있다. 트럼프가 압도적으로 승리하지 않는 이상 선거불복과 법적 투쟁을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2021년 의사당 난입 사태를 넘어 진짜 내전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경제·안보 모든 면에서 미국의 불확실성은 후폭풍이 클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 파병도 우려가 큰 소식이다. 자칫 국제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철저한 국익의 바탕 위에 극도로 신중한 대응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한마디로 내우외환이다. 안팎의 위기상황에 대한 여권의 대응은 미
끝을 알 수 없는 막장 드라마다. 상대가 쓰러져 죽어야 끝날 것인가. 오케이 목장의 결투처럼 정치판은 증오와 살기가 넘친다. 한쪽만 옹호하고 한쪽만을 나무랄 생각은 없다. 옳고 그름이 무분별해진 세상은 그악스러운 패거리들이 정의의 탈을 쓰고 설쳐댄다. 추락하는 한국 정치에는 날개가 없다. 망해야 추락을 멈출 것 같다. 한국의 정치 수준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3~4류라고 답한 사람이 63%였다. 3년 전 조사다. 이마저도 이젠 고평가다. 3류 정치란 말도 아깝다. 한국 정치인들은 합의와 삶의 개선보다 라이벌을 쓰러뜨리는 데 정치적 에너지를 쏟는다는 영국 분석기관의 진단은 정확하다. 미국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개딸은 수출되어 글로벌화됐다. 한국에 태극기 부대가 있다면 미국엔 성조기 부대가 있다. 에이미 추아가 정치적 부족주의를 말한 때가 2018년이다. 동일한 인종·지역·종교·분파끼리 뭉치고 충성을 다하는 것은 동물적 본능이다. 자기들은 다 옳다는 아집에 빠지고, 자기 패가 아니면 무조건 배척한다. 혐오정치는 정치혐오를 낳는다. 국민들은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외면한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 떨어진다. 국민의 무관심은 정치의 발호를 부추겨 더 타락하게 만든다. 민주주의는 그러는 사이 후퇴한다. 프로야구가 1000만 관중을 동원한 데는 이유가 있다. 썩은 정치가 낳은 반작용이다. 정치 못잖게 부패했다는 체육계지만, 스포츠의 세계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깨끗하다. 실력으로 승부하고 실력에 따라 연봉을 받는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성장한다. 이유 없는 비방과 흑색선전 따위도 없다. 오직 실력이다. 프로야구 열기의 동력은 로봇 심판 ABS(Automated Ball-strike System·자동투구판정시스템)다. 거짓과 조작과 실수가 끼어들 틈이 없다. 인간 심판의 정확도는 91.3%, 로봇 심판은 99.9%. 로봇은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이 공정하고 냉철하다. 정치에 실망하고 지친 사람들은 야구장으로 간다. 한국 좌파의 친일 몰이는 워키즘(wokisme
북한이 지난 15일 남북을 연결하는 경의선·동해선 도로를 끊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언한 '적대적 두 국가' 체제를 굳히려는 '폭파 쇼'였다. 그 흙먼지 자욱한 광경이 '9·19 평양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한, 문재인 정부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폭탄 발언'을 떠올리게 했다. 이른바 통일 운동권이었던 그가 "평화를 위해 통일하지 말고 따로 살자"고 했으니…. 마치 김정은의 '반(反)통일·2국가 노선'에 장단 맞추듯이. 지난해 말 김정은은 난데없이 통일을 지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북한은 각종 기념물, 법령, 출판물 등에서 통일이란 어휘를 삭제하는 중이다. '김씨 조선' 3대째 상속자가 선대인 김일성·김정일의 80년 유업을 샅샅이 지우고 있는 꼴이다. 김일성 정권 이래 북한이 적화통일을 포기한 적은 없었다. 군사력이나 대내외 여건이 유리할 때는 무력통일을, 그렇지 않으면 고려연방제 등을 미끼로 평화통일 공세를 펴는 차이가 있었을 뿐이었다. 6·25전쟁이 전자의 사례다. 미군이 발을 빼면서 베트남전에서 북베트남 공산정권의 승리가 임박한 1975년에도 중국을 방문한 김일성은 남침을 거론했었다. 마오쩌둥이 지원을 거절해 불발로 그쳤지만. 그렇다면 김정은이 왜 통일 포기라는 '급변침'을 택한 것일까. 남한과의 국력 차를 돌이킬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일 듯싶다. 시쳇말로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는 얘기다. 최근 한국은행 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의 69분의 1 규모였다. 북한 경제가 1960년대 한국 경제 수준이란 뜻이다. 북한이 핵무장에 매달리는 까닭도 달리 있겠나. 경제력이 뒷받침하는 재래식 군사력에서도 밀리게 되자 찾은 궁여지책이다. 김정은으로선 통일은커녕 당장 정권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쇄국은 북한의 생존 필요조건"(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이란 분석 그대로다. 지난 2020년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한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현 상황에서 남북 간 인적·물적 교류를
그는 캐나다 토론토 시내에서 미국 타호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2012년 12월이다. 버스 뒷좌석에 누운 상태로 뉴욕까지 갔다. 거기서 캘리포니아 트러키까지는 기차를 이용했다. 다시 택시 뒷좌석에 드러누워 30분 동안 산길을 올랐다. 그렇게 시에라네바다산맥 북쪽에 있는 타호에 다다랐다. 당시 만난 뉴욕타임스 기자(케이드 메츠)에게 말했다. "제가 마지막으로 앉았던 때가 2005년이었어요. 그것도 실수로 말이죠." 그는 10대 때 어머니를 대신해 실내 난방기를 들어 올리다가 허리를 다쳤는데 그 탓에 50대 후반부터 말할 수 없는 허리 통증에 시달렸다. 그는 아예 앉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으로 파란을 일으킨 인공지능(AI) 대부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명예교수(77)의 이야기다. 2012년 그 험난한 과정을 감수하고 타호로 간 이유는 컴퓨터과학자들의 연례행사(NIPS) 참석을 위해서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해 가을 제자 두명과 창업한 스타트업 DNN리서치에 관심을 표명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그곳에서 거래를 하기 위해서였다. 백발에 울 스웨터를 즐겨 입고 유머감각이 남달랐던 힌턴은 학자의 삶에 더없이 만족했으나 두 제자의 끈질긴 설득에 거기까지 갔다. 힌턴과 두 제자는 그해 봄 학계와 업계를 발칵 뒤집는 기술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통념을 깨고 기계가 사물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신경망을 공개한 것이다. 인간 두뇌 속 신경세포의 구조를 수학적으로 모방한 신경망으로, 스스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했다. 이것이 지금 AI 업계를 평정한 딥러닝 기술이다. 힌턴의 딥러닝은 인고의 시간 끝에 나왔다. 그는 쟁쟁한 학자를 대거 배출한 영국 명문가 출신이다. 부친은 곤충학자로 영국 왕립학회 회원이었으며, 팔 하나로 턱걸이가 거뜬한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부친의 길을 따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그의 청년기는 방황과 혼돈의 연속이었다. 물리학 학위를 따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으나 자신
나라 살림살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강의 기적으로 선진국 문턱을 겨우 넘어섰는데 다시 추락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통칭해서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고들 한다. 국가 경제의 발전 단계로 볼 때 '중진국 함정'이란 표현을 쓴다. 이 개념을 확장해 보면 우리 경제가 고민하는 지점은 '선진국 함정'이다. 중진국 함정은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지 못하고 현 수준에 정체되거나 아예 저소득 국가로 퇴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반면 선진국 함정은 성장세가 지속가능하지 못하거나 중진국 수준으로 역행하는 현상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선진국 함정에 빠진 국가들로 유럽 일부 국가들과 일본을 꼽는다. 최근 한국고등교육재단이 50주년을 맞아 개최한 학술포럼에서도 선진국 함정에 대한 고민이 가득 담겼다. '대한민국이 꿈꾸는 혁신적 품격 사회'를 주제로 내세운 이번 포럼에선 과거와 미래 한국의 간격을 좁히는 혜안을 모색했다. 특히 경제 파트에서 한국의 과거와 미래를 조망하며 궤적을 뚫고 지나간 개념이 선진국 함정이다. 중진국 함정이든 선진국 함정이든 탈출의 모멘텀은 성장이다. 그렇다면 성장 요인만 찾아내면 되겠다 싶지만 번지수가 틀렸다. 성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너무 많아서다. 개도국이 중진국 함정을 탈출하려면 자본과 노동을 힘껏 투입해 성장을 끌어올리면 될 일이다. 그런데 복합 위기에 놓인 선진국 레벨에선 이런 성장 공식이 무용지물이다. 정혁 서울대 교수는 소득이 높아져 선진국으로 도약한 국가가 낮은 생산성 성장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못한 현상을 선진국 함정으로 본다. 중진국과 선진국의 요건이 다르겠지만 확실한 건 국가 경제발전 단계가 올라갈수록 생산성 성장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점이다. 시야를 노동 시장으로 좁혀 살펴보자. 인구가 급감하면 자연히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다. 그 대안으로 실버 세대의 현장직 활용과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대안으로선 맞지만 생산성 성장 면에선 오답이다. 노년층의 현장 투
국내 최대 8200t급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이 이달 중 해군에 인도된다. 2년 전 7월 바다에 띄워, 그간 500여개 항목의 시험평가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해상 작전은 탐지·추적·요격을 3축으로 은폐와 기동성이 중요한데, 이를 통합적으로 갖춘 국내 첫 이지스구축함이 정조대왕함이다. HD현대중공업이 자체 설계해 2년간 건조했다. 필자는 지난해 11월 울산조선소에서 출항을 앞둔 정조대왕함에 승선한 적이 있다. 날렵하고 단단한 선체(길이 170m, 폭 21m), 치밀한 내부구조(500개 이상 격실), 함정 앞뒤에 장착된 고속·은폐형 무기체계가 인상적이었다. 최대 400㎞ 떨어진 미사일 표적을 탐지·요격하고 장거리 대잠어뢰도 발사할 수 있다. 이지스함을 설계·건조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정도다.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 첫 통화에서 한미 간 조선 협력을 꺼냈다고 한다. 왜 조선 협력일까. 우선 미국의 쇠퇴한 조선 인프라 때문이다. 미국은 1970년대까지 최대 18만명의 노동자가 70척 이상의 대형 상선을 건조한 세계 최대 조선국가였다. 하지만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가 친시장 정책으로 조선산업 지원을 끊자 1989년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할 정도로 급격히 무너졌다. 반면 한국은 구축함·호위함·지원함 등 다양한 중소형 함정 설계·건조능력을 갖추고 있다. 4000t급 이하 중소형 잠수함도 한국이 독자 설계·건조할 수 있다. 8000t급 이지스함 1척 건조비가 우린 대략 1조원대다. 미국보다 비용은 절반, 기간은 3분 1 정도로 가성비가 뛰어나다. 중국의 급속한 해상전력 팽창도 배경이다. 중국이 최근 대만해협 포위훈련에서 과시한 해상 전투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아시아 최대 1만3000t급 구축함을 주축으로 최대 사거리 500㎞ 장거리 함대공 미사일,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장착한 구축함, 대형 강습상륙함을 운용 중이다. 전투함 수에서도 2015년 미국을 앞질렀다. 중국은 전함 234척을 운용 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