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 칼럼
이란 사태와 난기류 속 한미 동맹미국이 지난달 28일 반미 국가인 이란을 공격했다. 이 사태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주한미군의 미사일 요격용 패트리엇 포대의 중동 차출설이 제기되는 걸 보라. 그래서 요즘 한미 간에 흐르는 이상기류가 걱정스럽다. 미국발 '관세폭탄'으로 비롯된 경제·통상 분야에서만이 아니라 안보 파트에서도 난기류는 감지된다. 지난해 하반기 이재명 정부의 비무장지대(DMZ)법 추진을 두고 양측이 불협화음을 빚더니, 올 들어 연합 군사훈련과 2018년 남북 9·19 군사합의 복원 문제로 엇박자를 냈다. 삐걱대는 동맹의 현주소는 지난달 24일 밤 주한미군 입장문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입장문은 "우리는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는 요지였다. 지난달 18일 서해 상공에 F-16 전투기를 출격시켜 훈련 중 중국 전투기와 대치하게 된 데 대해 주한미군사령관이 우리 군에 '사과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국방부도 "일부 사실인 것으로 안다"고 하자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자유의 방패' 연습(9~19일)을 두고도 혼선이 빚어졌다. 정부가 북한을 의식, 미국 측에 실기동훈련 최소화를 요구하는 등 소극적으로 나오면서다. 갈등 전선은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 문제로도 번졌다. 군사분계선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실사격훈련 중지 등을 담은 합의를 복원하면 대북 감시·정찰과 대응 능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 측은 '한국군 스스로 대비태세를 제약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이쯤 되면 주객이 뒤바뀐 느낌이다. 이는 이재명 정부 안에서 동맹파보다 자주파가 득세하고 있는 징후로 읽힌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한미 동맹이 손상되더라도 대북 유화 자세가 불가피하다고 본다는 차원에서다. 자주파들이 애용하는, 이른바 '내재적 접근'을 원용했을 때 가능한 추론이다. 그러나 그런 소망적 사고는 현실과 한참 동떨어져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9차 노동당 대회를 마치며 "(이재명 정부의) 유화적 태도는 기만극"이라고 못 박았다. 대남
노동일 칼럼
상법개정, 기업의 몫도 필요하다'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 3차 상법개정안이 지난달 25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정부·여당이 추진한 1, 2, 3차 상법개정이 완결되었다. 상법개정 명분은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와 소액주주 권익 보호 등이다. 코스피 5000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을 뒷받침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1차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회사의 물적분할 후 재상장, 합병 과정에서 주주가치 훼손을 막을 수 있어 소액주주 보호에 필요하다고 한다. '주주'의 범위가 모호하고, 주주 간 이익 충돌 시 이사가 배임죄로 고소당할 위험이 커져 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등이 포함된 '더 센 상법'이 2차 개정안이다. 독립적인 이사 및 감사 선임으로 지배주주 전횡을 막고 기업 투명성을 높인다는 명분이다. 재계는 투기자본이 추천한 이사의 진입이 용이해져 경영권 공격에 취약해질 것을 우려한다. 3차 개정안은 기업이 취득한 자기주식을 1년 내에 의무적으로 소각하거나, 처분 시 주주총회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대주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자사주가 악용되는 것을 막고,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당 가치 제고로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음을 강조한다. 자사주 취득 후 소각은 회사의 자본 감소를 초래하며, 자사주를 활용한 임직원 보상이나 신기술 투자 등 자금조달 유연성이 제한된다는 반대 의견도 제기된다. 모든 개정안에 대한 의견은 이처럼 찬반이 갈린다. 쟁점별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주장도 다르다. 재계는 상법 개정을 하더라도 그에 대비한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도 인정해 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미국 등은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기업 경영권 보호를 위해 다양한 제도적 수단을 허용하고 있다. 차등의결권, 포이즌 필(Poison Pill), 이사의 시차임기제, 황금낙하산
손성진 칼럼
예측, 그 가벼움예측을 하는 목적은 앞날을 미리 짐작해서 대비하자는 것이다. 겨울 날씨가 추울 것으로 예측하면서 동절기 제품 제조업체들은 생산 물량을 조절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은 과학이 있고 점성술이 있을 수 있다. 기상청의 날씨예보는 물론 컴퓨터에 기반한 과학적 방법이다. 비과학적인 점(占)은 점성술사, 무속인 또는 선지자(先知者)의 영역이다. 의사이자 점성술사인 중세의 노스트라다무스는 1999년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예언을 남겼는데, 이미 지켜본 대로 결과는 터무니없는 거짓이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 따르면 올해는 거대한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는데 과연 사실일지 두고 볼 일이다. 세상이 복잡하거나 혼란스러운 난세일수록 점이 성행한다. 사주팔자나 점괘를 즐겨 보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재미로 보는 점이라고 해도 건전한 사회현상은 결코 아니다. 변화무쌍한 국제 정세와 경제 상황에 편승해 근거 없는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한 해 성장률이나 물가를 예측하는 것은 과학적·통계적 분석을 근거로 한 정책 지원 목적이다. 국가나 기업은 목표나 예측치를 놓고 나라살림을 꾸리고 경영활동에 매진한다. 컴퓨터를 활용한 경제예측도 번번이 빗나간다. 그만큼 미래 예측은 어려운 분야다.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는 기상 예측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우리 돈으로 10억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인지, 예언인지 언급한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라는 인물이다. 그때가 1년 전인데 실상은 정반대로 갔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같은 시기에 5억원 간다고 떠들었다. 그랬던 기요사키는 예상이 어긋나자 자신이 가졌던 비트코인을 팔아치웠다. 그러면서 이제는 "역사상 가장 큰 주식시장 붕괴가 임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0여년 전 아파트값 폭락론자들이 득세할 때가 있었다. 그들은 나름대로 근거를 내세우며 폭락을 외쳤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아파트 공급은 꾸준히 되는데 저출산으로 인구
최진숙 칼럼
문제는 젊은이 일자리변방의 비주류 리서치기관이 일요일 저녁 이메일 뉴스레터에 쓴 미래 시나리오가 미국 증시를 발칵 뒤집을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을 것이다. 설립 3년차 신생 리서치회사 시트리니가 최근 자사 플랫폼을 통해 구독자에게 공개한 '2028 글로벌 지능위기' 보고서를 두고 하는 말이다. 글 작성을 주도한 시트리니 창립자 33세 제임스 반 겔런의 이력은 독특하다. 생물학, 심리학을 전공한 병원 구급대원 출신으로 각종 매체와 채널에서 금융투자 칼럼을 썼던 인물이다. 보고서는 정교한 분석 리포트라기보다 장문의 메모에 가깝다. 인공지능(AI)이 사무보조로 활용된 지 3년이 흐른 2028년에 쓰인 회상형 에세이다. 인간의 지능을 AI가 어느 정도 대체한 시점으로 상정된 시간이 2028년이다. 'AI 멸망 소설'인 건 아니라고 밝혔지만 글 대부분은 'AI 디스토피아'에 맞춰졌다. 컴퓨팅 자산을 가진 자본가는 부가 폭증할 수밖에 없는데 노동비용이 사라질 것이라는 점에서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유령 GDP' 개념이 나온다. AI로 생산성이 올라가 이익은 크게 늘지만 소득은 사람에게 가지 않고 소비는 돌지 않는다. 숫자는 성장하지만 체감경제는 죽었다는 의미로 유령 같은 국내총생산(GDP)을 언급한 것이다. 그리하여 2028년 6월 미국 실업률은 10%까지 뛰어오르고 주가는 고점 대비 40% 추락한다. 죽은 소비는 다시 산 기업을 잡는데, 이로 인해 회사는 줄도산하고 중산층은 몰락의 길을 간다는 것이 시트리니 시나리오다. '이게 가능한가'라는 냉정한 분석도 하기 전에 시장이 먼저 움직였다. 메모가 유포된 다음 날 월요일 아침 보고서에 언급된 관련 종목이 줄줄이 폭격을 맞았다. 위기 전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화 '빅쇼트' 주인공 마이클 버리가 글을 공유했다는 사실도 공포에 힘을 보탰다. 보다 못한 백악관이 보고서는 공상과학일 뿐이라고 정리하는 사태까지 이른다. 소형 리서치회사의 메모에 백악관까지 참전한 사건이 됐다. 과도한 설정이며 극한의 상황 전에
조창원 칼럼
마스가, K조선 '판도라 상자' 되나2000년대 후반 한국 조선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두 가지 빅 이벤트가 있었다. STX그룹은 중국 다롄에,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비크에 초대형 조선소를 세웠다. 한국 내 조선소 부지가 워낙 작아 아예 해외에 매머드급 도크를 짓자는 전략이었다. 목표는 원대했다. 해외의 저임금 노동력과 대규모 설비를 바탕으로 글로벌 발주를 싹쓸이하겠다는 야심이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STX 다롄 조선소는 조 단위의 자금을 쏟아부어 해양플랜트 단지를 완성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와 해운 불황이 덮쳐 발주가 끊겼다. 현지의 숙련인력 부족과 품질불량 및 중국 당국의 지원조건 불일치 등도 발목을 잡았다. 한진 수비크 조선소 역시 금융위기발 발주 가뭄에다 품질 문제, 노사 분규, 부품조달 차질로 홍역을 치렀다. 해외 직접투자는 결국 모기업을 집어삼키는 괴물이 되고 말았다. 한국 조선업의 대표적인 해외 직접투자 실패 사례로 기록됐다. 이제 한국 조선업은 미국과 협력하는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통해 해외 직접투자에 또 나선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한국 조선업 발전의 모멘텀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생길이 훤히 열렸다. 우선, 투자 불확실성이다. 2000년대 STX와 한진의 해외 투자는 현지에 처음부터 새로 시설을 짓는 그린필드 방식이다. 마스가의 경우 미국 필리 조선소를 인수해 추가 투자하는 브라운필드 방식이다. 언뜻 보면 브라운필드 방식이 리스크가 낮아 보이지만 꼭 그렇진 않다. 배를 만드는 시설 구조가 낡았다면 아무리 리모델링해 봤자 건조역량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미국 조선소 투자는 브라운필드와 그린필드가 혼합된 방식으로 추진될 것이다. 돈이 더 들어갈 것이란 얘기다. 미국이 한국을 조선업 협력의 단독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각서도 없다. 우리가 막대한 투자를 했다고 독점과 같은 수준의 사업권을 장기적으로 확보할 것이란 낙관은 순진한 생각이다. 미국은 해양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국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