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 칼럼
광주 반도체의 '미션'은 무엇인가엔비디아의 창업자·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은 최근 방한 길에 "미션이 보스다(Mission is the boss)"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평소 지론인 이 말은 기업의 존재 이유와 최종 목표(Mission)가 조직 내 권력이나 내부 정치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담고 있다. 눈을 밖으로 돌려도 마찬가지다. 치열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기업은 오직 철저한 시장 논리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 확보'라는 지향점(미션)만을 보고 달려가야 함을 뜻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최대 관심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삼전·닉스)의 '광주반도체' 논란은 기업의 '미션'에 부합하는가. 삼전·닉스의 미션은 '세계 초일류 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기술 패권 수성'이다. 첨단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미·중·일의 추격이 턱밑까지 차오른 지금 우리 기업들의 모든 자원과 의사결정은 이 미션 달성에 최적화되어야 한다. 국가전략자산인 반도체 기업은 더더욱 경제 외적 논리가 작용해서는 안 된다. 광주여서 문제라는 명제는 있을 수 없다. 부지, 용수, 전력, 인력 등 핵심 조건이 충족된다면 국가안보·균형발전 등을 고려한 정부의 산업정책은 타당성이 있다. 호남 소외론 등으로 광주반도체를 정당화하려는 논리는 오히려 정치적 고려에 따른 투자결정이 아닌지 의구심을 자초하는 언급이다. 기업들은 신중하다. 용인 등의 생산라인을 신속히 완공한 후 광주에 투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을 내놓았다. 정치권 얘기는 다르다. 기업을 "설득해서" (용인과 광주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4년도 남지 않은 정부 임기 내 800조원 이상의 천문학적 투자를 할 수 있는 자금여력이 있는지 재무적 반론부터 나온다. 일본 구마모토 TSMC를 예로 들어 '현 정부 임기 내 완공'을 목표로 한다고 말한다. 구마모토 TSMC 1공장은 2021년 소니와 TSMC가 합작법인 설립 후 3년 만인 2024년 말부터 가동 중이다. 결정적 요소는 아소산의 풍부한 지하수와 규슈
구본영 칼럼
호남 반도체, 신기루 쫓기 안 되려면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문제가 정국의 핫이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논란은 진행형이다. 청와대는 임기 내 완공을 공언했지만, 투자 주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장의 싸한 분위기를 읽은 듯 신중하다. 800조원 넘는 '초현실적' 투자 규모라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기류도 엄존한다. 지난달 29일 이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총 4755조원을 쏟아붓는 대역사다. 삼성전자 평택·용인(2030조원), SK하이닉스 용인(600조원) 반도체 클러스터 등 진행 중인 투자를 포함해서다. 신규 사업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팹(각각 2기) 신설 등에 약 896조원을 투자하는 서남권(전남광주) 반도체 사업이 두드러졌다. 그러니 소외된 여타 지역에서 불만이 비등했다. 충청권에는 반도체 패키징 팹(약 392조원), 영남권에는 피지컬 인공지능(AI)·우주산업(약 312조원) 등을 투자한다고 했지만, 해당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심지어 같은 호남이라도 새만금 반도체 팹을 기대했던 전북지사가 소외감을 피력했을 정도로. 여권은 이런 논란을 국토균형발전 논리로 돌파할 태세다. 이 대통령은 "그간 차별과 설움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지켜 온 호남에 대한 역사적 보상"이라고 했다. 물론 호남 차별대우론은 근래 통계로 보면 반박할 수도 있겠다. 다만 이 대통령 말마따나 "역사적으로 누적된 투자량을 비교한다면" 이번 호남 반도체 산단이 지역 간 균형발전이라는 논거도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다. 청와대는 후보지별 입지 조건을 따져보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란 야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호남 반도체 속도전을 천명했다. "이 정부 임기 내 완공을 목표로 해서 2년 안에 기반공사를 마무리하겠다"면서다. 하지만 물음표는 남는다. 즉 여권이 압도적 의석으로 밀어붙여 첫 삽은 뜰 수 있겠지만, 실제 임기 내 가동이 가능할지 여부다. 무엇보다 3
손성진 칼럼
당신이 피해자라면"우리는 선생님 편도, 학생 편도 아닙니다. 오직 피해자 편에만 섭니다." '참교육'이란 드라마에서 교권보호국의 감독관인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마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려는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최근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보완수사권 폐지의 피해는 범죄 피해자들에게 돌아간다.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당할 수 있는 것이다. 형사사건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고 그 사이에 범죄를 수사하는 검찰 또는 경찰이 있다. 경찰이 1차 수사를 하고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검찰이 판단하면 보완수사를 하는 게 현재의 형소법 체계다. 보완수사권까지 박탈하려는 것은 비대한 검찰의 힘을 완전히 빼겠다는 취지다. 권위주의 시대의 검찰은 정권 유지의 도구 역할을 했다. 그 보상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군림했다. 검찰권은 하늘을 찌를 듯했고 공룡과도 같은 거대한 권력조직이 되었다. 검찰이 정권과 야합하여 더는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마지막 남은 작은 칼 하나까지 빼앗겠다는 게 보완수사권 폐지다. 그러나 보완수사권 폐지는 위헌 여지가 다분하다. 먼저 법익 균형에 반한다. 검찰개혁에 치중한 나머지 피해자 보호라는 법익을 무시하고 있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할 기회를 빼앗아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영장 청구권을 검사에게 부여한 헌법 규정과도 어긋난다. 보완수사권은 검찰권 약화라는 정책적 목적보다 피해자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더 중시해야 한다. 수사도 인간이 하기에 완벽할 수 없다. '형사 콜롬보'처럼 뛰어난 형사라도 간과하고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지난해 검찰이 요구한 보완수사는 9만3000여건이다. 경찰 송치 사건의 10.7%다. 검찰이 부실하고 미진한 수사라고 판단한 사건이 그만큼 된다는 얘기다. 그만한 숫자의 피해자들이 연관돼 있다. 때마침 장윤기 사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 김창민 영화감독 사망 사건이 터져 나왔다. 검찰 보완수사로 파묻힐 뻔한 진실을 밝혀냈다. 사건을
최진숙 칼럼
문제는 젊은이 일자리변방의 비주류 리서치기관이 일요일 저녁 이메일 뉴스레터에 쓴 미래 시나리오가 미국 증시를 발칵 뒤집을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을 것이다. 설립 3년차 신생 리서치회사 시트리니가 최근 자사 플랫폼을 통해 구독자에게 공개한 '2028 글로벌 지능위기' 보고서를 두고 하는 말이다. 글 작성을 주도한 시트리니 창립자 33세 제임스 반 겔런의 이력은 독특하다. 생물학, 심리학을 전공한 병원 구급대원 출신으로 각종 매체와 채널에서 금융투자 칼럼을 썼던 인물이다. 보고서는 정교한 분석 리포트라기보다 장문의 메모에 가깝다. 인공지능(AI)이 사무보조로 활용된 지 3년이 흐른 2028년에 쓰인 회상형 에세이다. 인간의 지능을 AI가 어느 정도 대체한 시점으로 상정된 시간이 2028년이다. 'AI 멸망 소설'인 건 아니라고 밝혔지만 글 대부분은 'AI 디스토피아'에 맞춰졌다. 컴퓨팅 자산을 가진 자본가는 부가 폭증할 수밖에 없는데 노동비용이 사라질 것이라는 점에서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유령 GDP' 개념이 나온다. AI로 생산성이 올라가 이익은 크게 늘지만 소득은 사람에게 가지 않고 소비는 돌지 않는다. 숫자는 성장하지만 체감경제는 죽었다는 의미로 유령 같은 국내총생산(GDP)을 언급한 것이다. 그리하여 2028년 6월 미국 실업률은 10%까지 뛰어오르고 주가는 고점 대비 40% 추락한다. 죽은 소비는 다시 산 기업을 잡는데, 이로 인해 회사는 줄도산하고 중산층은 몰락의 길을 간다는 것이 시트리니 시나리오다. '이게 가능한가'라는 냉정한 분석도 하기 전에 시장이 먼저 움직였다. 메모가 유포된 다음 날 월요일 아침 보고서에 언급된 관련 종목이 줄줄이 폭격을 맞았다. 위기 전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화 '빅쇼트' 주인공 마이클 버리가 글을 공유했다는 사실도 공포에 힘을 보탰다. 보다 못한 백악관이 보고서는 공상과학일 뿐이라고 정리하는 사태까지 이른다. 소형 리서치회사의 메모에 백악관까지 참전한 사건이 됐다. 과도한 설정이며 극한의 상황 전에
조창원 칼럼
마스가, K조선 '판도라 상자' 되나2000년대 후반 한국 조선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두 가지 빅 이벤트가 있었다. STX그룹은 중국 다롄에,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비크에 초대형 조선소를 세웠다. 한국 내 조선소 부지가 워낙 작아 아예 해외에 매머드급 도크를 짓자는 전략이었다. 목표는 원대했다. 해외의 저임금 노동력과 대규모 설비를 바탕으로 글로벌 발주를 싹쓸이하겠다는 야심이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STX 다롄 조선소는 조 단위의 자금을 쏟아부어 해양플랜트 단지를 완성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와 해운 불황이 덮쳐 발주가 끊겼다. 현지의 숙련인력 부족과 품질불량 및 중국 당국의 지원조건 불일치 등도 발목을 잡았다. 한진 수비크 조선소 역시 금융위기발 발주 가뭄에다 품질 문제, 노사 분규, 부품조달 차질로 홍역을 치렀다. 해외 직접투자는 결국 모기업을 집어삼키는 괴물이 되고 말았다. 한국 조선업의 대표적인 해외 직접투자 실패 사례로 기록됐다. 이제 한국 조선업은 미국과 협력하는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통해 해외 직접투자에 또 나선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한국 조선업 발전의 모멘텀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생길이 훤히 열렸다. 우선, 투자 불확실성이다. 2000년대 STX와 한진의 해외 투자는 현지에 처음부터 새로 시설을 짓는 그린필드 방식이다. 마스가의 경우 미국 필리 조선소를 인수해 추가 투자하는 브라운필드 방식이다. 언뜻 보면 브라운필드 방식이 리스크가 낮아 보이지만 꼭 그렇진 않다. 배를 만드는 시설 구조가 낡았다면 아무리 리모델링해 봤자 건조역량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미국 조선소 투자는 브라운필드와 그린필드가 혼합된 방식으로 추진될 것이다. 돈이 더 들어갈 것이란 얘기다. 미국이 한국을 조선업 협력의 단독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각서도 없다. 우리가 막대한 투자를 했다고 독점과 같은 수준의 사업권을 장기적으로 확보할 것이란 낙관은 순진한 생각이다. 미국은 해양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국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