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 칼럼
공천헌금? 공천뇌물이다"공천헌금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강선우 의원과 김경 전 서울시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배임수재·증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신청했다." 지난 5일자 기사의 일부이다. 두 사람은 2022년 지방선거 공천청탁과 함께 1억원을 주고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일부 언론은 두 사람에게 뇌물죄가 아닌 배임죄를 적용한 사실에 비판의 초점을 맞추었다. 경찰은 '정당 공천'은 뇌물죄 구성 요건인 국회의원의 '공무'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두 사람에 대해 배임수재·증재죄를 적용했다고 한다. 추가 수사를 통해 뇌물죄 적용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적용 법조나 형량 등은 차이가 있어도 이처럼 정당 공천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는 행위는 뇌물죄, 배임죄, 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위반죄 등으로 엄중히 처벌되는 범죄행위이다. 이를 공천헌금이라고 부르는 관행은 문제가 있다. 헌금은 사전적으로 '신에게 돈을 바치는 행위' 또는 '바치는 돈'을 의미한다. 종교에 따라 용어와 의미는 달라도 신의 주권 인정, 봉헌과 헌신, 공동체와 이웃 사랑, 예배행위의 일부 등 본질적 의미는 다를 바 없다. 종교적 헌금은 신에게 바치는 신성한 예물인 반면, 공천과정에서 오가는 돈은 사적이익을 목적으로 한 불법적 거래이므로 공천헌금이라 지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법원은 공천대가로 금품을 주고받는 행위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공직선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정치 부패의 원인이 되는 구조적 악습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중대범죄 행위를 공천헌금이라 말하면 자칫 범죄의 중대성을 희석할 우려도 있다. 언론의 영향력과 계도 기능을 고려할 때 포괄적 의미로 '공천뇌물'이라 부르는 게 옳다. '헌금이 아닌 뇌물' 용어는 범죄의 심각성을 환기시킬 뿐 공천 비리의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엄한 처벌만으로 범죄를 원천봉쇄하는 건 불가능하다.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2026 지방선거가 사실상 시작된 지
구본영 칼럼
지시와 호통만으로 경제 못 살린다설날을 앞둔 엊그제 집 부근 재래시장을 찾았다. 차례상을 준비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 듯 모처럼 시장통은 붐볐다. 그러나 '코스피 5000'을 훌쩍 돌파한 증시 열기가 아직 실물경제를 덥히진 못하고 있는 걸까. 활기가 예년보다는 못하다는 인상도 들었다. 곧이어 들른 한 대형마트의 한산해 보이는 매장 분위기는 더욱 그랬다. 그래도 아파트 단지에서는 설 대목의 온기가 느껴졌다. 택배차량과 가가호호를 누비는 배송직원들의 분주한 모습과 함께. 그래서 오프라인 시장과 온라인 택배 시장의 이런 온도차는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궁금했다. 의문은 곧 풀렸다. 정부·여당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산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하자 뉴욕 증시에서 쿠팡 주가가 하루 새 13% 이상 급락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다. '개인정보 3370만건 유출'로 우리 국회가 그렇게 호통을 치고, 국세청 고강도 조사가 진행돼도 끄떡도 않던 쿠팡 주가였다. 하지만 쿠팡의 경쟁 상대인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쿠팡의 막강한 경쟁력의 원천이 우리 정치권이 만든 '대형마트 규제'였음이 백일하에 드러난 셈이다. 2012년부터 대형마트는 매월 2회 쉬어야 하고, 자정부터 오전 10까지 문을 닫아야 했다. 정치권이 '재래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유산법'을 도입하면서다. 특히 소비자들은 영업규제 시간엔 온라인 주문 배송도 할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재래시장 대신 쿠팡 같은 이커머스로 눈을 돌렸다. 유산법이 '골목상권 보호법'이 아닌 '쿠팡 지원법' 노릇을 한 꼴이다. 쿠팡의 한해 매출액이 대형마트 3사 전체 매출을 넘어선 사실이 그 방증이다. 상장 직전인 2020년만 해도 3사의 절반 수준이었는데…. 마구잡이로 규제의 칼을 휘두른 대가치곤 참담했다. 파이를 나누려다 소상인을 더 궁지로 모는 역설을 빚었으니 말이다. 다만 시장이 만능일 수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합리한 원·하청 관계나 지역·계층·세대별 양극화
손성진 칼럼
예측, 그 가벼움예측을 하는 목적은 앞날을 미리 짐작해서 대비하자는 것이다. 겨울 날씨가 추울 것으로 예측하면서 동절기 제품 제조업체들은 생산 물량을 조절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은 과학이 있고 점성술이 있을 수 있다. 기상청의 날씨예보는 물론 컴퓨터에 기반한 과학적 방법이다. 비과학적인 점(占)은 점성술사, 무속인 또는 선지자(先知者)의 영역이다. 의사이자 점성술사인 중세의 노스트라다무스는 1999년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예언을 남겼는데, 이미 지켜본 대로 결과는 터무니없는 거짓이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 따르면 올해는 거대한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는데 과연 사실일지 두고 볼 일이다. 세상이 복잡하거나 혼란스러운 난세일수록 점이 성행한다. 사주팔자나 점괘를 즐겨 보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재미로 보는 점이라고 해도 건전한 사회현상은 결코 아니다. 변화무쌍한 국제 정세와 경제 상황에 편승해 근거 없는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한 해 성장률이나 물가를 예측하는 것은 과학적·통계적 분석을 근거로 한 정책 지원 목적이다. 국가나 기업은 목표나 예측치를 놓고 나라살림을 꾸리고 경영활동에 매진한다. 컴퓨터를 활용한 경제예측도 번번이 빗나간다. 그만큼 미래 예측은 어려운 분야다.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는 기상 예측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우리 돈으로 10억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인지, 예언인지 언급한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라는 인물이다. 그때가 1년 전인데 실상은 정반대로 갔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같은 시기에 5억원 간다고 떠들었다. 그랬던 기요사키는 예상이 어긋나자 자신이 가졌던 비트코인을 팔아치웠다. 그러면서 이제는 "역사상 가장 큰 주식시장 붕괴가 임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0여년 전 아파트값 폭락론자들이 득세할 때가 있었다. 그들은 나름대로 근거를 내세우며 폭락을 외쳤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아파트 공급은 꾸준히 되는데 저출산으로 인구
최진숙 칼럼
예고된 석유화학 위기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폭소를 터뜨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로테스크했다. 빈 살만이 자국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자로 지목되면서 서방의 비난이 들끓던 시기 둘은 만났다. 지난 2018년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홀로 덩그러니 있던 빈 살만에게 푸틴이 팔을 흔들며 걸어간다. 서슴없이 빈 살만의 손을 잡고 고개가 뒤로 젖혀질 정도로 웃었다. 서방의 눈엔 무척이나 기이했을 것이다. 빈 살만에게 세계와 대화의 물꼬를 터준 이가 푸틴이라면 그의 체제를 공고히 해준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시진핑은 푸틴의 요란한 제스처가 연출됐던 G20 회의에 같이 있었지만 내내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둘의 교감은 이전부터 있었고, 그때도 있었고, 이후엔 더 강해진다. 둘의 관계가 만천하에 공개적으로 확인된 것은 지난 2022년 12월이다. 사우디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의 전용기는 빈 살만이 보낸 4대의 전투기 편대의 호위를 받으며 착륙했다. 6대의 곡예비행기들이 녹색 연기를 뿜으며 폭격 퍼레이드를 펼쳤다. 웅장한 세리머니에 세계는 둘을 다시 봤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당시 이들이 체결한 사업 내용이다. 양측의 계약 규모는 500억달러가 넘었다. 그중 대부분이 에너지·석유화학 분야였다. 석유만으론 미래가 없다는 사우디의 절박함은 빈 살만이 실권을 잡기 전부터 있었다. 사우디가 '석유에서 화학으로' 기치를 공식화한 건 2000년대 중반부터다. 사우디 국영 아람코와 사빅이 원유에서 나프타 없이 바로 화학제품을 뽑아내는 기술(CTC) 연구를 그 무렵 시작했고, 기술이 완성된 때가 2020년대 들어서다. 프랑스의 토탈, 미국의 엑손모빌 등 세계 유수 기업들이 이 프로젝트에 깊숙이 관여했다. 숱한 정치적 논란에도 빈 살만의 공로는 이 기술을 상업화하고, 석유화학을 사우디 핵심 전략산업으로 끌어올렸다는 데 있다. CTC 기술의 파괴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원
조창원 칼럼
마스가, K조선 '판도라 상자' 되나2000년대 후반 한국 조선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두 가지 빅 이벤트가 있었다. STX그룹은 중국 다롄에,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비크에 초대형 조선소를 세웠다. 한국 내 조선소 부지가 워낙 작아 아예 해외에 매머드급 도크를 짓자는 전략이었다. 목표는 원대했다. 해외의 저임금 노동력과 대규모 설비를 바탕으로 글로벌 발주를 싹쓸이하겠다는 야심이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STX 다롄 조선소는 조 단위의 자금을 쏟아부어 해양플랜트 단지를 완성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와 해운 불황이 덮쳐 발주가 끊겼다. 현지의 숙련인력 부족과 품질불량 및 중국 당국의 지원조건 불일치 등도 발목을 잡았다. 한진 수비크 조선소 역시 금융위기발 발주 가뭄에다 품질 문제, 노사 분규, 부품조달 차질로 홍역을 치렀다. 해외 직접투자는 결국 모기업을 집어삼키는 괴물이 되고 말았다. 한국 조선업의 대표적인 해외 직접투자 실패 사례로 기록됐다. 이제 한국 조선업은 미국과 협력하는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통해 해외 직접투자에 또 나선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한국 조선업 발전의 모멘텀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생길이 훤히 열렸다. 우선, 투자 불확실성이다. 2000년대 STX와 한진의 해외 투자는 현지에 처음부터 새로 시설을 짓는 그린필드 방식이다. 마스가의 경우 미국 필리 조선소를 인수해 추가 투자하는 브라운필드 방식이다. 언뜻 보면 브라운필드 방식이 리스크가 낮아 보이지만 꼭 그렇진 않다. 배를 만드는 시설 구조가 낡았다면 아무리 리모델링해 봤자 건조역량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미국 조선소 투자는 브라운필드와 그린필드가 혼합된 방식으로 추진될 것이다. 돈이 더 들어갈 것이란 얘기다. 미국이 한국을 조선업 협력의 단독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각서도 없다. 우리가 막대한 투자를 했다고 독점과 같은 수준의 사업권을 장기적으로 확보할 것이란 낙관은 순진한 생각이다. 미국은 해양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국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