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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서부전선 포격] 대내외 수세 몰린 北, 확성기 방송 빌미 16일만에 또 도발

한미합동군사훈련중 감행 北, 로켓포 추정 2발 쏴
朴대통령 NSC 직접 주재 만반의 대비태세 지시 軍, 진돗개 하나 발령

북한이 발목지뢰 도발에 이어 20일 서부전선 포격 도발까지 감행하면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정부는 북한의 포격 시점이 지난 4일 목함지뢰 도발사건 발생으로부터 16일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 현재 한미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이 진행되는 도중에 도발을 감행했다는 정황 등을 종합해볼 때 이번 도발이 의도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부 체제가 불안정한 데다 우호관계를 형성해온 중국과의 관계도 소원해진 상황에서 내부 체제 결속 차원에서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연이은 북한의 도발이 남북 경제협력과 대화 재개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위기관리 대응 체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주변 강국과 공동전선을 구축해 북한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朴, 청와대 긴급 NSC 주재

북한군이 이날 오후 3시52분과 4시12분께 로켓포로 추정되는 포탄을 경기도 연천군 중면 지역으로 발사하면서 우리 군이 즉각 대응에 나선 가운데 청와대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위기관리 대응 체제로 전환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긴급 NSC 상임위원회를 직접 주재한 시간은 이날 오후 6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께서는 오후 6시부터 40여분간 NSC 상임위원회를 직접 주재했다"며 청와대가 이번 북한 도발 사태에 대해 신속 대응하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행여나 북한의 추가 도발여부가 우려되는 데다 북한이 발사한 포탄이 우리 군과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박 대통령은 만반의 대비태세를 주문하는 동시에 주민의 안전과 보호에도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이 NSC 상임위를 직접 주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NSC 상임위는 위원장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지만 박 대통령은 북한의 이번 도발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판단,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대응 방향에 대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오후 5시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북한 포격 도발 사건의 상황 보고를 받고, 10분 뒤 긴급 NSC 상임위를 소집하라고 지시했다고 민 대변인은 전했다.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최윤희 합참의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 김 안보실장으로부터 차례로 사건 개요와 우리 군의 대응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北 포격도발 배경은

북한의 도발은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을 대남 도발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북한 내부체제 불안정 속에서 잇단 숙청을 감행한 데다 북한 내 여론도 악화되면서 체제 유지에 대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외 환경도 북한을 사면초가로 몰아넣고 있는 형국이다. 오랜 우방이던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데다 한·미·일 3국 간 대북 압박도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대내외적으로 수세에 몰린 북한 지도부가 체제의 건재함을 내부에 확인시켜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동북아 주변국에도 엄포를 놓음으로써 향후 외교 협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전반적인 배경 속에서 지난 4일 발생한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우리 군이 지난 10일 최전방 부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한 것에 대해 북한이 전격 보복 조치라는 강수를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북한군의 포격 도발에 대해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한 불만 표시이자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북한군이 실제 확성기 방송 지역에서 포격을 발사하며 도발을 시도한 것은 현재 대북 심리전에 나서고 있는 우리 군의 대응태세를 떠보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전방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을 위축시키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로켓포로 추정되는 포탄을 쏘면서 우리 군에 피해를 주지 않은 것은 우리 군의 대응을 시험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상태에 놓인 상황에서 지난 17일 한.미 두 나라의 연합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시작돼 긴장감이 더욱 고조된 측면도 있다.


앞서 지난 15일 한미연합사령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를 통해 UFG 훈련 일정을 통보했다. 실제로 북한군은 최근 포 사격훈련을 강화하고 DMZ에 있는 소초(GP)에서 남쪽을 향한 총안구를 개방하는 등 무력 도발에 나설 징후를 보였다.

군은 북한군의 포격 도발 경위와 의도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대응 방침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