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으로 위장 등 범죄 속출
전문가 "성범죄 노출 등 심각
강력한 처벌과 예방에 나서야"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 '장기 실종아동'을 데리고 있는 남성들이 잇따라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미성년 아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겠다"며 거처를 제공해오다 경찰이 관계를 물어도 친인척이라고 둘러대는 등 거짓말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실종아동이 자칫 성범죄에 휩싸일 수 있다며 강력한 처벌과 예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촌동생이다" 실종 미신고 범죄 속출
20일 경찰에 따르면 광주 서부경찰서는 가출 청소년을 데리고 지내면서 경찰 등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실종아동보호법 위반)로 20대 남성 A씨를 입건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18일부터 9월 23일까지 중학생 B양(14)이 가출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관계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대전 유성구 자신의 집에서 지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결과 A씨는 모바일게임 메신저에서 만난 B양에게 "숙식을 제공하겠다"며 자신이 사는 대전에 올 것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경찰에 'B양의 처지가 딱해 집에서 재워줬을 뿐이고, 협박이나 감금 등 범행을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B양은 학교에 휴대폰·가방 등을 버려둔 채 대전행 고속버스를 탄 것으로 드러났다.
유사한 사건이 경기 부천에서도 발생했다. 부천 원미경찰서는 실종아동보호법 위반 혐의로 20대 남성 C씨를 입건했다. C씨는 지난해 9월 18일부터 9월 25일까지 부천 심곡동 자신의 주거지에서 D양(15)과 함께 지내면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D양은 최근 세종시에서 실종자로 접수된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행방을 알 수가 없어 장기실종아동으로 분류된 상태였다.
둘의 관계를 수상히 여긴 경찰은 D양과의 관계를 묻자 C씨는 사촌동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D양의 부모 연락처를 모르는 C씨를 이상하게 여겨 경찰이 신원조회를 한 결과 D양이 장기실종아동임을 확인했다.
■"불법적인 목적 엄중 처벌해야"
실종아동은 조기 발견하지 못하면 장기실종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실종신고 접수건수는 약 4만9000건으로 이 중에서 아동실종 비율이 가장 높다. 아동실종의 경우 신고 12시간 후 찾을 확률은 73%, 일주일이 지나면 96%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동 실종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18세 미만 아동 실종신고는 2019년 2만1551건에서 2020년 1만9146건으로 줄었다가 2021년 2만1379건으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실종아동을 쉽게 찾지 못하는 배경으로 낮은 처벌 수위를 손꼽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실종아동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보호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장기 실종아동의 경우 '잠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식의 방식으로 성범죄에 크게 노출돼있다"면서 "불법적 목적으로 실종아동을 미신고하는 경우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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