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부산=뉴스1) 장광일 기자 = "너는 오늘 참교육을 받아야겠다."
2023년 12월 10일 부산 영도구의 한 아파트에서 A 씨(20대·남)는 술에 취해 누워 있는 동거인 B 씨(70대·남)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목을 발로 밟고 양팔로 붙잡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A 씨는 가지고 있던 라이터로 B 씨의 온몸을 지지고 폭행하는 등 고문을 가해 숨지게 했다. 그럼에도 A 씨의 화는 풀리지 않았고 그는 주방에서 흉기를 가져와 B 씨를 수차례 찔렀다.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 발생 1년 전, 지적장애인 A 씨는 분노조절장애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알코올 의존증으로 입원한 B 씨를 만났다. A 씨는 그를 '아빠'라 부르며 따르게 되었고, 퇴원 후 B 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함께 살게 되었다.
B 씨는 동거를 시작하자마자 A 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술을 사 달라', '밥을 만들어 달라'고 시켰고, A 씨는 이를 거절했다. 이러한 일들은 반복됐고, 그때마다 두 사람 간의 다툼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서로 '상대방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으나, 기초생활수급비 등을 모아 생활하고 있던 두 사람은 현실적인 이유에 부딪혀 끝내 화해하곤 했다.
그렇게 1년간 동거가 이어지던 중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벌어졌다.
사건 당일에도 B 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A 씨에게 술 심부름을 시켰다. A 씨가 이를 거절하자 그때부터 B 씨의 욕설과 폭언은 이어졌다. 이에 격분한 A 씨는 B 씨가 술에 취해 방심한 틈을 타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결국 이를 실행에 옮겼다.
A 씨는 1심 재판에서 "사건 당시 심신장애의 상태에서 범행에 이른 것"이라며 선처를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직전의 상황에 관해 상세히 기억해 진술한 점 등 정신장애로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사건 당일 술에 취해 누워있는 피해자를 살해한 뒤 추가 범행을 저지르기도 한 바 중형을 통해 피고를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크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피해자가 성범죄 처벌 전력이 다수 있는 점, 주취 상태에서 폭력적인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인 점, 이로 인해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반발심이나 적개심이 커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징역 15년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0년을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 씨와 검찰은 항소를 제기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쌍방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미 1심에서 여러 사정을 고려해 형을 정했으며 새로 반영해야 할 사정 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1심 형이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후 A 씨는 상고를 신청했다가 취하해 지난해 10월 원심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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