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순이익 7% 감소 전망, 6년 만에 역성장
자동차 업계, 미 고율 관세·엔고 직격탄. 혼다 순이익 70% 감소 예상. 철강, 해운 등 줄줄이 타격
-반면 반도체·AI 전방 산업은 사상 최대 이익 경신 대조적
대기업 본사들이 집중된 일본 도쿄 신주쿠 일대. 뉴시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기업의 호실적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 상장 기업 가운데 3월 결산법인 약 1000개사의 2026년 3월기(2025년 4월~2026년 3월) 순이익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전기 대비 7% 줄어 6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 여파와 급격한 엔고(엔화가치 상승) 진행이 부담으로 작용한 가운데 자동차와 철강, 해운업종 등이 실적 부진을 주도하고 있다.
제조업 줄줄이 감익…車 업종 최대 70% 감소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번 집계에서 익률 지표인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평균 6%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5%)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업종별로는 격차가 컸다. 특히 제조업은 전년보다 7% 순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업종은 32%의 큰 폭 감소가 예상된다.
실적 전망을 공개한 7개 주요 완성차 업체 중 혼다는 무려 70%나 줄어들 전망이다. 회사 측은 관세와 환율 영향만으로 약 1조1000억엔(약 10조5726억원) 수준의 감익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철강 업계도 고전하고 있다. 전체 업종에서 27%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제철은 미국 수출용에 수백억엔 규모의 관세 영향을 반영해 43% 감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마이 다다시 일본제철 사장은 "자동차 중심의 간접 수출 영향이 크다"며 "중국산 잉여 강재의 저가 수출이 지역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일본 도쿄의 한 전시장에서 혼다자동차 로고 인근을 지나는 사람들 모습. 뉴시스
해운·전력도 부진, AI 수혜 전자·반도체는 호조
비제조업도 전년 대비 7% 순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는 대미 수출에 따른 관세 부담이 크다. 주요 3개 해운사에서만 약 1700억엔 규모의 감익 요인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전력업계도 원전 안전 투자 증가 등으로 실적이 나빠졌다.
반면 금리 상승에 힘입은 은행권과 내수에 기반한 서비스업은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전반적인 역풍에도 전체 상장사의 순이익은 47조3600억엔으로 2008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투자 증가의 수혜를 입은 전자 업종은 2%의 이익 증가가 전망된다. 반도체 장비 대기업인 도쿄일렉트론과 어드반테스트는 사상 최대 이익을 예고했다. 히타치 제작소는 AI 수요에 발맞춰 사업 재편에 나서며 수익력을 강화했다.
아울러 상장사들의 현금 보유액은 2024년 말 기준 약 110조엔으로, 2019년 대비 30% 늘어나며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기타오카 토모야 노무라증권 수석 전략가는 "생산거점과 타깃 시장을 분산하는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할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수익 구조 개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상선미쓰이는 약 2000억엔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선과 터미널 운영 등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한 사업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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