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이동노동자 쉼터' 예산은 줄었는데 5개월 만에 1년치 이용자 절반 넘어

지자체 "평가결과 미흡하면 삭감
민관협력 등 차질없이 운영 가능"

더위가 본격화되며 배달·택배기사 등 이동노동자들이 쉼터로 모이고 있다. 냉방·휴게시설이 갖춰진 이동노동자 쉼터는 무더위 속 길 위에서 일하며 쉴 곳 없는 이들에게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하지만 쉼터 수요 증가와는 반대로 관련 예산은 오히려 줄거나 동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일부 현장에선 운영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달까지 휴서울이동노동자쉼터 이용자 수는 3만764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이용자 수인 6만8411명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각 자치구가 서울시로부터 비용을 지원받아 운영하는 영등포, 강남 등 6개 간이쉼터 역시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이용자 수는 1만8367명으로 지난해 총 이용자인 3만6496명의 50%를 이미 웃돌았다. 이런 추세라면 올 한해 기록은 전년도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가 이동노동자의 휴식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휴서울이동노동자 쉼터는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운영을 맡고 있다. 2016년 서초 쉼터를 시작으로 북창동, 합정, 상암, 사당역, 종각역에 설치돼 서울 시내 주요 거점 쉼터로 기능한다. 서울시 자치구도 총 14곳에 간이 쉼터를 마련해 이동노동자의 휴게 공간을 보장하고 있다. 이 중 6개소는 쉼터 설치와 시설 운영 명목으로 서울시로부터 비용을 지원받는다.

이런 덕에 마땅히 쉴 공간이 부족한 이동노동자들에게 쉼터는 큰 만족을 주고 있다. 서초 쉼터에서 만난 배달기사 노모씨(42)는 "쉬려면 어딘가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무료로 공간을 제공하니 좋다"고 말했다. 영등포 쉼터에서 만난 배달기사 방모씨(33)도 "그간 들어가 쉴 곳이 마땅치 않았으나, 이곳은 마사지 기계도 있고, 생수도 무료로 줘 편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정작 쉼터가 처한 현실은 불안하다. 관련 예산이 줄어들면서 겨우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고 쉼터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올해 서울시 예산안을 보면, 서울노동권익센터의 운영 예산은 46억7546만원으로 전년 대비 6억2569만원 감소했다. 이 때문에 간이쉼터 설치 운영 예산도 6000만원으로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에 그쳤다. 이는 공유경제 플랫폼 확대와 코로나19 이후 이동노동자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와 상반된다.

한 쉼터 관계자는 "예산이 적다 보니 자치구 사업이랑 연계해서 쉼터 운영 인력을 겨우 메우고 있는 실정"이라며 "사업 진행비가 부족해 공모사업이 아니면 사실 여타 사업 진행이 많이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생수 등 물품 협찬과 같은 민간 지원이 있어서 그나마 지금처럼 운영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서울시는 올해 예산 삭감은 지난 해 서울시 주요재정사업평가에 따른 후속조치이며 이로 인해 센터 운영에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작년 서울노동권익센터 민간위탁 사업 평가 결과가 미흡이 나와 의무적으로 예산을 감액할 수밖에 없었다"며 "관련 예산 삭감·동결이 쉼터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편의점, 배달플랫폼 기업 등 민간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쉼터 사업에 다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gowell@fnnews.com 김형구 장유하 기자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