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상이 90년 전 발표했던 '오감도 시제4호'가 전자기학적 원리에 기반해 환자(세상)의 내부를 투시하고 진단하는 작품으로 밝혀졌다. 이는 광주과학기술원(GIST) 학사과정생 2명이 이 시에 있는 숫자판을 입체화하고 시에 구현된 과학적 원리를 찾아낸 것이다. '오감도 시제4호'는 천재 시인 이상의 오감도 연작시 중 한 편으로, 텍스트가 아닌 뒤집어진 숫자판으로 구성된 난해한 작품이다. 12일 GIST에 따르면 GIST 기초교육학부 이태균·임혁준 3학년생은 이 시에서 뒤집힌 숫자와 가로나 세로 읽기를 했을 때 '·'에 의해 단절되는 수열, '진단 0·1' 등 다양한 단서를 배치해 숫자판을 원기둥과 도넛 형태로 말도록 유도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러한 입체구조에서 나선형으로 수열을 읽어보면 좌우가 뒤바뀌고 단절돼 비정상적인 것처럼 보였던 수열이 정상적인 형태로 읽힌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을 진단하려는 목적으로 원기둥 내부를 투시하기 위해 수열과 '·'가 나선형 궤적을 그리며 닫힌 공간을 형성하는 것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미적분학의 '스토크스 정리'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스토크스 정리는 내부의 상태를 경계에서의 정보만으로 진단할 수 있게 해주는 전자기학의 핵심 원리다. 따라서 시의 숫자판이 이러한 과학적 개념을 반영하고 있다. 연구진은 '오감도 시제4호'에서 '의사 이상'이 MRI와 같은 비침습적 방식으로 사회 내부를 들여다본다고 해석했다. 이를 통해 '오감도 시제4호'가 환자(세상)의 병을 직접 치료하지는 않지만, 환자(세상)의 병을 진단하는 메커니즘이 바로 문학, 시이며 보이지 않는 내부를 투시하고 진단하는 것이 시인의 책무임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를 지도한 이수정 교수는 "이상문학과 과학 수업을 통해 논문이 발표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라며 "모두 훌륭한 연구였지만 이번에는 졸업생이나 4학년 학생이 아닌 학사과정 3학년 학생들이 이처럼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를 완성했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또 "올해는 '오감도'가 발표된 지 90주년을 맞아 이번 연구가 더욱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4-09-12 18:02:03[파이낸셜뉴스] 시인 이상이 90년 전 발표했던 '오감도 시제4호'가 전자기학적 원리에 기반해 환자(세상)의 내부를 투시하고 진단하는 작품으로 밝혀졌다. 이는 광주과학기술원(GIST) 학사과정생 2명이 이 시에 있는 숫자판을 입체화하고 시에 규현된 과학적 원리를 찾아낸 것이다. '오감도 시제4호'는 천재 시인 이상의 오감도 연작시 중 한 편으로, 텍스트가 아닌 뒤집어진 숫자판으로 구성된 난해한 작품이다. 12일 GIST에 따르면, GIST 기초교육학부 이태균·임혁준 3학년생은 이 시에서 뒤집힌 숫자와 가로나 세로 읽기를 했을 때 '·'에 의해 단절되는 수열, '진단 0·1' 등 다양한 단서를 배치해 숫자판을 원기둥과 도넛 형태로 말도록 유도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러한 입체 구조에서 나선형으로 수열을 읽어보면, 좌우가 뒤바뀌고 단절돼 비정상적인 것처럼 보였던 수열이 정상적인 형태로 읽힌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을 진단하려는 목적으로 원기둥 내부를 투시하기 위해 수열과 '·'가 나선형 궤적을 그리며 닫힌 공간을 형성하는 것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미적분학의 '스토크스 정리'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스토크스 정리는 내부의 상태를 경계에서의 정보만으로 진단할 수 있게 해주는 전자기학의 핵심 원리다. 따라서 시의 숫자판이 이러한 과학적 개념을 반영하고 있다. 또 숫자판이 외부 정보를 통해 내부의 벡터장을 계산해 내는 전자기학의 발산 정리와 벡터 미적분학의 '헬름홀츠 정리'를 적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도 찾아냈다. 연구진은 입체화된 숫자판의 표면 정보와 헬름홀츠 정리를 활용해 내부의 환자의 '존재성'과 그 형태의 '유일성'을 보장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때 원기둥 내부의 환자는 벡터장이고, 오감도는 보이지 않는 내부의 환자를 이미징한 벡터함수 지도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오감도 시제4호'에서 '의사 이상'이 MRI와 같은 비침습적 방식으로 사회 내부를 들여다본다고 해석했다. 이를 통해 '오감도 시제4호'가 환자(세상)의 병을 직접 치료하지는 않지만, 환자(세상)의 병을 진단하는 메커니즘이 바로 문학, 시이며, 보이지 않는 내부를 투시하고 진단하는 것이 시인의 책무임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를 지도한 이수정 교수는 "이상문학과 과학 수업을 통해 논문이 발표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라며, "모두 훌륭한 연구였지만 이번에는 졸업생이나 4학년 학생이 아닌 학사과정 3학년 학생들이 이처럼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를 완성했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또 "올해는 '오감도'가 발표된 지 90주년을 맞아 이번 연구가 더욱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4-09-12 10:29:31[파이낸셜뉴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과 주스페인한국문화원은 스페인 아우랄 갤러리 마드리드에서 오는 27일부터 내년 1월 16일까지 '오감도: 한국미술의 다섯 풍경' 온라인 전시를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2021년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전통, 도시, 문화, 일상, 심상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동시대 한국미술의 여러 풍경을 살펴보고자 기획됐다. 다방면으로 '한국성'을 고찰해 보고 이러한 한국성을 기반으로 한 동시대 한국미술을 전 세계에 소개함과 동시에 세계 미술 속에 자리 잡은 동시대 한국미술의 위상을 확인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당초 마드리드에서 개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작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전시에 이어 올해에도 온라인으로 대체되었다. 지난해에는 가상현실(VR) 기술을 기반으로 온라인 전시를 개최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했다면 올해에는 온라인 전시 공간을 기반으로 실재하는 전시 투어 영상, 작가 인터뷰 영상, 전시 VR 등을 통해 비대면 전시 관람의 경험을 다채롭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시의 현지 협력기관인 아우랄 갤러리의 전시 공간과 함께 현지 기획자들의 인터뷰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새로운 전통', '도시의 몽타주', '문화의 재구성', '일상다반사', '심안의 풍경'이라는 다섯 가지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번 전시는 전통부터 현재의 일상, 급변하는 도시, 혼재하는 문화, 우리 내부의 심상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한국성'을 새로이 드러낸다. 회화, 설치, 영상 등 여러 매체로 작업하는 김덕훈, 김승영, 김은형, 안경수, 유근택, 이우성, 조재영 등 동시대 예술가 7명은 최근 전 세계에서 이른바 '한류'로 주목받고 있는 '동시대 한국성'이라는 주제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색다르게 변주한다. 먼저 '새로운 전통'에서는 과거 한국 전통회화의 정신을 현대에 계승하고 재해석한 김덕훈의 작업들을 소개한다. 근대화와 도시 개발로 복잡다단해진 도시의 풍경은 '도시의 몽타주'라는 소주제에서 안경수 작가의 시선으로 포착된다. 세 번째 '문화의 재구성'에서는 김은형과 조재영 작가를 통해 글로벌 시대 속 동서양의 문화가 역동적으로 혼재하는 장소로서의 한국을 조망한다. '일상다반사'에서는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본다. 유근택은 우리의 대표적인 주거 공간인 아파트를, 이우성은 사람과 사람이 맞닿아 생활하는 일상의 풍경을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마지막으로 '심안의 풍경'에는 김승영이 참가한다. 작가의 내면을 드러내는 다양한 방식의 작업은 우리 내면 속 격조의 정신을 담은 단색화 등으로 표출됐다. 김승영의 설치 작업은 작가는 물론 관람자의 내면, 심안의 풍경을 들여다보게 한다. 전시를 기획한 류동현 전시 큐레이터는 "이번 온라인 전시를 통해 동시대 한국 미술의 다양한 풍경이 보여주는 신선한 미감을 직관적으로 살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1-10-26 10:05:08교육 출판 전문 기업 좋은책신사고(대표 홍범준, www.sinsago.co.kr)가 자사 대표 국어 참고서 '오감도'와 '국어의 기술'의 2015학년도 개정판을 출시했다고 26일 밝혔다. 좋은책신사고 오감도는 국어영역을 문학, 비문학 등 장르 별로 세분화하여 총 5권으로 구성된 수능 국어영역 전문 브랜드다. 기본편, 문학편, 비문학·독서편, 화법·작문·문법편, 종합편까지 총 5종 모두 개정됐으며 이번 혁신 개정판은 국어영역의 수준별 시험이 폐지되는 2017학년도 수능 개편 내용을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최신 수능 경향에 맞춰 EBS와 교과서 연계를 더욱 강화한 것은 물론, 오답률 50%이상 문제의 문항 풀이 코칭을 구성해 최근 어려워진 수능 난도 대비가 가능하다. 오감도 시리즈는 2015학년도 강남구청인터넷수능방송 국어 교재로 채택되어 12월부터 강남인강 홈페이지에서 강의를 제공한다. 한편 좋은책신사고는 고등 국어 베스트셀러 '국어의 기술' 1, 2권 혁신 개정판도 출시했다. 국어의 기술은 기출문제 분석을 바탕으로 정리한 18개 패턴을 통해 사고력과 독해력을 키울 수 있는 수능 필독서로 최근 6년 동안 150만 부 이상 판매된 고등 국어 참고서의 베스트셀러다. 이번 혁신 개정판에는 불필요한 내용을 정리하고 핵심만을 남겨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내용을 서술했으며 수능 및 모의고사 기출 문제를 충실히 반영해 최신 기출 경향까지 대비 가능하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2014-12-26 08:53:51모델 송경아가 이번에는 진행자로 나섰다. 모델 송경아는 KBS 2TV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생활정보 프로그램 ‘생활의 발견, 오감도’의 진행자로 발탁돼 30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생활의 발견, 오감도’에서 월요일 ‘송경아의 STYLE UP’ 섹션을 맡아 아름다움을 꿈꾸는 주부들에게 패션, 뷰티에 대한 최신 트렌드 정보를 제공하게 된 송경아는 30일 방송된 첫 회에서 특유의 패션감각으로 30대 여성을 색다른 분위기로 메이크오버 시켜 시청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현재 KBS 2TV ‘명작스캔들’에도 패널로 출연하며 예술적 감각과 입담을 과시하고 있는 송경아는 '생활의 발견, 오감도'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좀더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갈 예정이다. 또한 ‘생활의 발견, 오감도’는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시간, 요일별 섹션에 맞는 전문 진행자를 기용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트렌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신개념 생활정보 프로그램으로, 송경아, 안선영, 이현우, 변정민, 박탐희 등이 진행을 맡게 됐다. 한편, 송경아가 출연하는 ‘생활의 발견, 오감도’는 매주 월요일 오전 9시 KBS 2TV에서 만나볼 수 있다. /스타엔 유지윤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starn@gmail.com 관련기사 ▶ 아이유 꼴찌굴욕, 하루 다섯 시간씩 연습 몰두 '심기일전' ▶ '1박2일'여배우 식신본능 "반찬 흘리면 죽는다" 폭소 ▶ 이선균 1박2일 출연 노려, 엄태웅에게 "힘들면 넘겨!" ▶ 배도환, 과거 결혼생활 심경 고백..."3일만에 각방 사용"
2011-05-30 17:33:05좋은책신사고는 자사 브랜드 ‘오감도’와 ‘우공비’ 중 일부 교재가 인터넷 수능 강의 사이트인 EBSi(www.ebsi.co.kr) 강의 교재로 선정됐다고 19일 밝혔다. 이번에 EBSi 강의 교재로 선정된 교재는 언어특강 ‘오감도’ 시리즈 중 고전문학편, 시문학편, 비문학독해편, 현대문학편, 소설·극문학편과 초·중·고등 개념 기본서 ‘우공비’ 시리즈의 고등 국어(상) 통합 편, 고등 국어(하) 통합 편으로 총 7권이다. 강의는 지난 15일부터 EBSi 홈페이지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좋은책신사고는 이번 선정을 기념해 온라인 서점 사이트 인터파크, 예스24, 알라딘에서 EBSi 교재로 선정된 오감도와 우공비 참고서를 한 권 이상 구입하면 추첨을 통해 온라인 문화상품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펼친다. /art_dawn@fnnews.com손호준기자
2011-04-19 16:33:42【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시립미술관이 ‘엑스알(XR)랩 다시보기’ 전시를 개최한다. 8일부터 5월 1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지금까지 엑스알(XR)랩에 전시됐던 시대와 사회적 배경이 다른 세 작가의 작품을 엄선해 재조명하고, 미래의 기술 사회를 대비하는 삶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작품은 릴레이 형식으로 상영된다. 세 작품은 우주의 근원, 생명의 근원에 대한 통찰을 탁월한 조형성으로 사로잡았던 전자융합예술의 거장 ‘알도 탐벨리니’의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원주민이다' 와 태화강의 길조 떼까마귀의 시선으로 조망한 울산의 풍경을 함축적이고 감동적으로 보여주었던 ‘정연두’ 작가의 '오감도'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인공자연에 대한 다감각, 다차원의 몰입 환경을 예술 과학기술 협업으로 풀어낸 ‘아티피셜 네이처(지하루+그라함 웨이크필드) × 채찬병’의 작품 '얽힘' 등이다. 자세한 사항은 울산시립미술관 누리집을 확인하고, 문의는 시립미술관으로 하면 된다. 한편, 울산시립미술관의 엑스 알 랩(eXtended Reality Lab, 실감미디어아트 전용관)은 2022년 국공립 미술관 최초로 조성된 실감 몰입 체험 전시장이다. 그동안 예술과 첨단 과학기술이 융합된 다학제 간 협업 연구 결과로 제작된 작품이 소개될 때마다 관람객들의 찬사를 받으며 시공을 초월한 몰입의 세계에 빠져들게 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4-02-08 10:26:19★영화관보다 더 재밌게 더 오래 머물 수 있어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일 때는 더욱 시원한 미술관이다. 국내 미술계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울산시립미술관이 무더위를 잊을만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톡톡 튀는 상상력에 흐믓한 감동을 받고 순간 느끼는 영감은 덤이다. 마음껏 사진도 찍고 작품과 동화가 되어 보기도 한다. 개관한 지 6개월이 조금 넘은 울산시립미술관이지만 인기는 오래된 미술관 못지않다. 현재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기획전을 비롯해 정미경 개인전, 박주애, 최락준의 <1명의 어린이와 1000명의 어른들> 한중일 작가 11명의 작품 세계를 엿보는<예술 평화 : 0시의 현재> 가 전시되고 있다. ★ 용의 출현 "거북선이 왜 거기서 나와”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의 ‘용’은 거북선을 의미한다. 거북선은 거북의 모양을 본떴다. 한산대첩은 세계 해전사에서 손꼽히는 기록이다. 거북선은 ‘학익진’과 함께 이순신 장군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29년 전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이 1993년 독일 베를린의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최초로 선보였던 작품 ‘거북’을 통해서도 이 거북선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소개됐다. 울산시립미술관은 백남준 탄생 90년을 기념하면서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9월까지 ‘거북’의 전시회를 열고 있다. 166대의 TV 모니터를 거북 형상으로 설치한 이 거대한 미디어 조각품은 가로 10m, 세로 6m터의 거대한 규모로 관객을 압도하며 스펙터클의 정수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모니터에서 셀 수 없는 다양한 이미지가 표출되고 있으며 특히 눈 부분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도 볼 수 있다. 영상은 거북선의 외형에서부터 지붕의 송곳 등 세밀한 부분까지 보여준다. 일본에서 본격적인 미술공부를 시작했고 독일과 미국에서 예술적 정체성을 정립해 나간 백남준이지만 민족적 자긍심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김치가 1위 그리고 중·일 순으로 함께 열리고 있는 또 하나의 전시는 ‘예술 평화 : 0시의 현재’이다. 사회적 대립과 갈등, 폭력과 혐오가 팽배한 오늘의 사회를 '예술'을 통해 바라보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전시에 참여하는 한국, 중국, 일본 출신의 작가 11인의 작품세계는 지리적 인접성에 근간한 문화적 연대와 함께 결정적인 순간 반목하고 분열할 수 있는 잠재적 불씨를 지니고 있음을 환기 시킨다. 그러면서도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를 초월해 공존과 상생의 미래를 건설하는데 있어 문화예술의 역할에 대해 함께 고민해 줄 것을 제안한다. 아이다 마코토의 작품 <동북아시아 장아찌 선수권 대회에서 최하위를 차지한 일본 대표 누카즈케의 항의 성명서>를 비롯해 '맥아더', 피카츄를 연장케 하는 도쿄의 거대 쥐 등을 다룬 작품도 눈길을 끈다. ★정연두의 오감도.. 많은 인기에 전시 연장 당초 7월 31일로 끝날 예정이었던 ‘정연두: 오감도(烏瞰圖)’은 오는 10월 10일까지 연장됐다. 관람객이 꾸준히 찾고 있다. 연장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 백 마리 까마귀떼가 하늘을 가득 메운 장관, 햇살이 태화강 물결 위로 일제히 부서지는 숨막힐 듯 아름다운 장면, 정결하고 단아한 푸른 대나무숲 풍경,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퇴근길에 나서는 씩씩한 모습 등이 작품에서 극적으로 아름답게 그려진다.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의 2022년 신작인 이 작품은 지난 4월 28일부터 울산시립미술관 미디어아트 전용 전시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작품은 ‘까마귀의 시선으로 바라본 울산의 모습’을 약 15분 길이의 파노라마 디지털 영상으로 만든 작품이다. 일본인 부모를 두고 한국에서 성장한 백인 보헤미안이자 길거리 공연 전문 가수인 안코드의 음악과 함께 영상에 담아냈다. 정연두 작가는 까마귀 떼와 가수 안코드의 모습을 통해, 일자리를 찾아 울산으로 이주한 노동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한곳에 오래 정착하지 못하고 이동하며 살아가는 현대 도시민의 모습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도시의 꿈을 은유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2-08-04 17:14:13[파이낸셜뉴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과 함께 2021년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 사업을 2022년 초까지 총 14개국에서 추진한다. 2015년부터 시작된 ‘트래블링’ 사업은 재외 한국문화원, 해외 문화예술기관들과 협력해 국내 우수 작품들을 해외 현지 수요에 맞게 공연·전시하는 사업이다. 올해 첫 사업은 8일부터 남아공에서 열리는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Real DMZ Project)’ 전시로서, 총 30만㎡에 이르는 남아공 최대 규모의 야외 조각공원에서 3개월간 작품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트래블링’ 사업 시작 이후 해외 협력 기관과의 첫 공동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해외 문화예술 전문가를 국내에 초청하는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 플러스’ 사업으로 2018년 한국을 방문한 남아공 전시기획자가 현지 기획을 맡았다. 6월 캐나다 오타와에서는 서울의 근현대 변천사를 보여주는 한미사진미술관의 ‘서울에서 살으렵니다’ 순회 사진전이 열린다. 이 사진전은 올해 1월 홍콩, 4월 벨기에에서도 열린 바 있다. 6월 중국 상해에서는 한국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발전시킨 솔루나아트그룹의 ‘리빙 바이 디자인’ 공예품 전시를 볼 수 있다. 이 전시는 2022년 1월 홍콩에서도 열린다. 그 밖에 OCI 미술관의 ‘그 집’,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의 ‘꾸밈, 모자로 전하다’, 에이라운지의 ‘오감도’ 등의 전시도 다양한 국가에서 이어진다. 전시에 이어 해외 공연도 마련했다. 창작국악팀 ‘블랙스트링’은 각국의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한 가운데 러시아,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미국 5개국 순회를 계획하고 있다. 대면 공연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비대면 공연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2020년부터 시작한 온라인 사업도 계속 진행한다. 한국 현대무용단 ‘나인티나인 아트 컴퍼니’의 공연 ‘심연’이 9월경 브라질 세스크 티브이(SESC TV)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세스크 티브이는 브라질 상업 기관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브라질 최대 문화기관인 세스크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코로나19로 전 세계 문화예술 단체를 비롯해 공연장·미술관 등 기관들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트래블링’ 사업이 문화예술을 다시 활성화하고 국제문화 교류를 독려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1-05-07 08:44:42"유모어 콩트라지만 그러나 이것은 슬픈 이야기다. 그도 그럴 밖에 없은 것이 이것은 죽은 이상과 그의 찻집 제비의 이야기니까. 제비는 이를테면 이제까지 있었던 가장 슬픈 찻집이요 또한 이상은 말하자면 우리의 가장 슬픈 동무이었다." 1939년 신문사에 콩트 '제비' 연재를 시작하며 쓴 이글의 작자는 박태원이다. 그가 추억하는 인물은 한국 근대문학 전위의 상징 이상이다. 극단적 실험성으로 문화적 충격까지 안겼던 연작시 '오감도'를 내놓기 한 해 전인 1933년, 이상은 경성 종로에 제비 다방을 열었다. 비록 몇 해 못가 마담 금홍은 사라지고 나나오라(축음기)는 팔려나가는 파산의 길을 가지만 당대 시인, 소설가, 화가들은 이곳에서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르네 클레르와 장 콕토의 영화 이야기로 밤을 새웠다. 박태원은 말할 것도 없고 이상의 절친 화가 구본웅, 문인기자 시대를 연 김기림 등 무수한 예술가들이 암울한 시대, 이 슬픈 찻집에 모여 찬란한 텍스트를 만들어냈다. 문학평론가 조용복(광운대 교수)은 당시를 이렇게 정리한다. "그 시대 문학예술이 가리키는 것은 당대가 아니라 미래다. 현실을 박차고 뛰어나가 미래의 시간을 향해 질주한다. 그것은 정신의 싸움이자 생명을 향한 싸움이었다. 그곳에 화가, 문인으로서 경계의 문지방을 건너는 악전고투, 장엄미학이 있었다." 박태원이 신문에 연재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삽화는 이상이 그린 것이다. 르네 클레르 감독의 '최후의 억만장자'를 소재로 한 박태원의 또다른 콩트엔 정현웅이 그림을 그렸다. 구본웅은 이상의 소설 '봉별기'에서 화우 K로 등장한다. 그가 1932년 그린 '친구의 초상'은 이상의 얼굴이다. 도쿄에 머물던 시기 이상은 연희전문 출신 초현실주의 청년들이 만든 '삼사문학' 발간에 참여한다. 이때 유학중이던 김환기가 이 잡지 표지를, 삽화는 길진섭이 직접 그렸다. 이 시대 화가·문인들의 우정과 지적 연대는 끝도 없다. 이 광할한 계보와 네트워크, 기념비적인 작품들 전시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개막했다. 타이틀이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다. 문학가 정지용·이상·박태원·김기림·이태준·김광균, 화가 구본웅·황술조·김용준·최재덕·이쾌대·이중섭·김환기 등 1930∼50년대 한국 문학·미술을 주도한 이들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미술작품 140여점, 서지자료 200여점, 시각자료 300여점 등 출품작들이 실로 방대하다. 전시장 곳곳에 화가·문인들의 애틋한 정과 낭만, 자유와 저항의 기백이 흘러넘친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이렇게 시작하는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힌 당나귀'에 앉은 자세로 조용히 먼 곳을 응시하는 나타샤, 그 앞에 천진난만한 당나귀를 그려넣은 이는 정현웅이다. 제한된 인쇄기술로 색깔은 주홍빛이 전부이긴 하나 눈이 푹푹 내려앉은 그 밤의 정경을 누가 이보다 사무치게 전할 수 있었을까. 둘은 신문사에서 같이 일했다. 정현웅은 늘 바라봤던 백석의 옆 얼굴을 그려 잡지에 발표한 적 있고 백석은 만주여행 중 지은 시를 정현웅에게 헌정했다. 이중섭이 그린 '시인 구상의 가족'은 화가가 구상의 집에 얹혀살았던 1955년 작품이다. 아버지로부터 자전거를 선물받은 구상의 아들은 이토록 기쁠 수가 없다. 화가는 그 가족을 부러운 듯 바라본다. 일본에 두고온 가족과의 재회를 꿈꾸며 작업에 매달렸지만 거듭된 실패로 모든 희망을 포기했던 이 말년의 시기 이중섭을 거둔 이가 구상이다. 문인과 화가들의 이종결합에서 판을 확장시킨 주요 인물은 김기림·이여성 커플이다. 김기림은 신혼시절 튤립을 한아름 안고 집에 찾아온 신문사 선배 이여성을 기억하며 "그의 위대한 콧마루 위에 걸려서 끊임없이 약소민족의 대국을 통찰하는 검은 로이드 안경과 붉은 튤립 향내나던 그때 그밤을 잊을 수 없다"는 글을 쓴 적 있다. 이여성은 한국 근대미술의 기수 이쾌대의 친형이다. '와사등' 시인 김광균은 김기림의 후예다. 최재덕, 김만형, 이쾌대, 유영국 같은 화가가 신진 시인 김광균에게 소개되는 과정에 기라성 같은 선배 김기림이 있었다. 시를 쓰며 사업을 했던 김광균은 빈곤한 화가들의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했다. 부산 피난시절 그의 사무실 뒷벽에 걸어뒀던 작품이 김환기의 '달밤'이다. 큼직하고 둥그런 보름달 아래 바닷가 배들 또한 달과 같이 두둥실 떠있다. 전시는 전위와 융합의 상징 제비 다방(1전시실)에서 출발해 거대한 지상(紙上) 미술관(2전시실)으로 향한다. 도서관 검색대 모습을 한 이곳에서 백석의 '사슴'을 비롯한 수많은 근대기 시집 원본은 반드시 챙겨봐야 한다. 문인·미술인 커플들의 관계와 계보를 보여주는 이인행각(3전시실)을 지나 문학적 재능까지 겸비했던 김환기·천경자·한묵·박고석 등 6인의 화가 글과 그림(4전시실)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장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수많은 현대성의 징후들이 1930년대 이미 체험됐다는 것에 감동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5월 30일까지. jins@fnnews.com 최진숙 문화전문기자
2021-02-08 18:2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