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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산책] 최영림 '여인'

시공을 초월한 설화의 세계

[그림산책] 최영림 '여인'

한국적 주제성과 현대적 표현의 토속적 정감 및 친근감이 남다른 서양화가 최영림(1916~1985)의 작품은 처자식을 고향에 두고 온 월남 작가의 망향의식이 그 바탕이다.

현실세계의 고통을 환상적인 설화의 세계로 환치시켜 향토성이 다분한 그의 작품 세계는 캔버스에 고운 황토 가루나 모래를 접착제로 바른 후 물감을 칠한 위에, 목판화에서 영향받은 선 중심의 간단명료한 묘사와 역동적 화면 구성이 그 특징이다.

전통성을 담보한 독자적 세계를 지향한 최영림은 "나는 곧잘 고가(古家)가 헐리는 데 가서 오랜 흙벽의 황토를 구해다가 곱게 가루를 내어 캔버스에 바른 밑그림을 놓고 구상을 한다"고 했다.

'심청전'이나 '장화홍련전'과 같은 고전에서 소재를 차용해 사전계획 없이 과정에서 분위기를 찾아가는 형식은 그가 다분히 감성적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토속적이니 민화적이니 하는 내 그림에 대한 평이 싫지 않다. 결국 내 그림의 마티에르(질감)나 소재가 우리 것이라는 의미인데 나의 개성을, 우리 것을 찾는 것으로 보아준다면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술평론가 윤범모는 시공을 초월한 설화의 세계를 통해 따뜻한 모성 혹은 여성적 온화함을 희구한 최영림의 작품은 단순히 토속적이라기보다 실향민이 부른 망향 정신의 노래로 보인다고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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