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4개국이 향후 내수를 중심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동남아 경제가 중국을 대체하는 자본재 수출시장으로서 잠재력을 갖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시장 선점 및 투자 확대 등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23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에 실린 '아시아 외환위기 20년: 동남아 외환위기 경험국들의 경제 안정화 성과와 과제' 보고서에서 "동남아 주요 4개국은 2000년대 중반까지 양호한 대외여건과 경제 기초여건 및 제도 개선, 안정적 거시경제 운영 등을 통해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안정화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선진국 경기부진 및 글로벌 교역신장세 부진으로 대외의존도가 낮아졌지만 소비, 투자 등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안정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1998년 마이너스(-)9.5%를 나타냈던 4개국의 성장률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4.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세계 성장률이 2.5%에서 3.3%로 오른 것과 비교해 상승폭이 더 가팔랐던 셈이다.
또 한은은 아시아 외환위기가 금융시장 불안과 자본유출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하면서 이 분야의 취약요인을 개선하는 성과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국가들은 수출입과 글로벌 유동성 흐름 등에 큰 영향을 받는 소규모 개방경제 특성이 강해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유동성 축소 등 대외 충격에 여전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의 성장전략 변화 및 성장률 감소 등으로 2000년대 이후 누려온 중국 중심 국제분업체제의 수혜국으로서 혜택도 약해질 것으로 봤다.
그럼에도 한은은 젊은층이 확대되고 중산층이 증가하는 등 소비 확대가 기대돼 동남아 4개국의 소비재시장 진출 기회가 상대적으로 풍부하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을 통해 인프라를 포함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민간공조체제를 구축해 현지 인프라사업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은은 "앞으로 동남아 4개국이 산업 및 무역구조 다변화, 생산성 개선 및 기술 혁신 등의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나라의 수출 전략도 이에 부응해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