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간 718건의 사건 맡으며 고강도 근무
그해 대검찰청 공판업무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엘리베이터 타다 쓰러졌지만 눈 못떠
재판부 "국가유공자 인정할 관련직무로 보긴 어려워"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30대 현직 검사가 과로, 직무상 스트레스로 사망했다. 야근한 뒤 엘리베이터 안에서 돌연사 했지만 1심 법원은 국가유공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보훈 대상자인 것은 맞지만 국가를 수호하거나 국민의 생명을 지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법원은 어떤 업무까지를 국가유공자로 봤을까. 검사가 담당한 업무가 군인, 경찰공무원 처럼 직접적인 국민 생명이나 국가 수호에 직결돼 있는지가 판단의 주요 기준이 됐다. 하지만 해당 검사의 업무에 대해 "국민의 생명이나 재산보호와 관련돼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도 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현직 검사 A씨의 배우자가 서울남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가유공자요건 비해당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8년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전입해 공판검사로 근무하며 5개월간 718건의 사건을 담당했다. A씨는 같은 해 3월 대검찰청에서 공판업무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A씨는 2018년 7월부터 북한이탈주민 및 소년사건 전담 수사 검사로 근무하며 349건을 처리했고, 대체로 오전 8시 전후 출근해 야근을 할 경우 오후 10~11시까지 근무했으며 2018년 3~8월까지 최소 135시간의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도 높은 근무가 건강에 영향을 미쳤다. A씨는 2018년 9월 7일 관사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후 내리기 직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이었다. A씨의 배우자는 서울남부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신청을 했다.
서울남부보훈지청은 A씨가 과로, 직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사망했다고 인정해 보훈보상자법상 보훈보상대상자에 해당하지만, 국가의 수호, 국민의 생명 등과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중 사망했다고 인정할 기록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 결정을 내렸다. A씨의 배우자는 서울남부보훈지청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A씨 배우자의 주장을 받아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가유공자법은 순직공무원을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 중 사망한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며 "군인,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이 아닌 일반 공무원의 경우 직무수행 요건 상 '생명과 신체에 고도의 위험이 따르는 업무'로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수행한 업무가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관련돼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A씨가 생명과 신체에 고도의 위험이 따르는 업무를 했다는 내용도 찾아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