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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본급 인상액 두배, 64세 정년...역대급 임금 요구 현대차 노조


[fn사설] 기본급 인상액 두배, 64세 정년...역대급 임금 요구 현대차 노조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사진=현대차

[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역대급 임금 인상 요구안을 확정했다고 한다. 노조가 마련한 올해 기본급 인상폭(월 18만49000원)은 지난해 최대 인상액(월 10만8000원)의 두 배에 가깝다. 성과급은 순이익의 30%를 요구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순이익은 7조9836억 원이다. 이 중 30%를 전체 직원 수로 나누면 1인당 3000만 원이 넘는다. 정년 64세 연장, 상여금 최대 800%도 주요 요구안에 들어있다. 노사 교섭은 다음달 중순 시작된다. 이를 앞둔 협상용 수치로 볼 수도 있겠으나 이를 감안해도 지나친 면이 있다. 글로벌 차산업 급변기 불확실성이 큰 회사에서 투자보다 임금 인상에 집중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현대차는 취업 지망생들에게 꿈같은 직장이다. 생산직 평균 연봉은 1억원에 가깝다. 신입 초봉만 해도 5000~6000만 원에 이른다. 지난해 4·4분기 직장인 평균 연봉 4024만 원보다 월등히 높다. 지난 3월 10년 만에 생산직 400명 채용 공고를 냈을 때 홈페이지는 접속 폭주로 마비가 됐다. 18만 명 넘는 지원자가 몰린 것도 과한 일이 아니었다. 새차를 싸게 살 수 있는 등 복지 혜택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만 60세 정년도 철저히 보장된다.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도 생산성은 낮다. 울산 공장의 시간당 생산량은 전세계 현대차 공장 중 꼴찌다. 해외 경쟁사에도 밀린다. 차량 1대 생산에 드는 노동 시간이 현대차는 해외 경쟁사보다 두세시간 이상 많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는 현대차가 어떻게든 극복할 과제라고 본다.

국내 자동차 맏형격인 현대차가 과하게 임금을 올리면 다른 계열사와 부품업계가 그에 상응해 압박을 받게 된다. 순차적으로 대기업 전체 임금을 끌어올려 불안한 물가를 자극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임금 인상 여력이 충분치 못한 중소기업과 복지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도 문제다. 정년 연장 논의는 청년 신규 채용 문이 좁아지지 않도록 임금피크제와 함께 논의돼야 무리가 없을 것이다. 기업의 성장 만큼 직원들도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겠으나 노조가 그들 이익만을 계속 앞세우면 전체 상생 경제에 리스크가 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세계 자동차 업계는 100년 만의 대격변기를 맞았다. 지금의 과감한 투자와 도전이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물론이다.
현대차가 26일 배터리업체 LG에너지솔루션과 6조 원 가까이 투자해 북미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급박한 시기 노조의 과도한 투쟁 문화는 자제돼야 한다. 노사 윈윈의 모범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