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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 한은서도 MZ 퇴직행렬, 지난해 퇴사자 73%가 2030대

'신의 직장' 한은서도 MZ 퇴직행렬, 지난해 퇴사자 73%가 2030대
(자료사진)

2019~2023년 반기별 한국은행 중도퇴직(의원면직) 현황
19.상 19.하 20.상 20.하 21.상 21.하 22.상 22.하 23.상
연령별 20대이하 1 2 1 1 1 2 8 3 2
30대 4 8 10 2 9 1 6 10 10
40대 4 5 1 2 4 3 6 2 6
50대이상 0 1 4 1 1 1 1 1 3
임금구간별 1.5억원 초과 0 0 4 1 1 1 1 1 4
1.0~1.5억원 0 4 0 1 2 2 3 1 4
0.5~1.0억원 4 7 5 4 8 1 9 9 5
0.5억원 이하 5 5 7 0 4 3 8 5 8
성별 7 12 11 3 12 6 13 12 17
2 4 5 3 3 1 8 4 4
합 계 9 16 16 6 15 7 21 16 21
(출처: 유동수 의원실, 한국은행. 임금피크 적용 직원 및 무기계약직 제외.)

2018~2022년 은행별 직원 평균임금
연도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한국은행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2018 9,252 9,863 9,700 9,590 10,454 9,940 10,240 10,700
2019 10,283 9,428 9,385 10,296 10,466 9,910 10,260 10,700
2020 10,920 9,885 9,696 9,875 11,138 10,060 10,430 10,900
2021 11,698 10,783 10,310 10,856 11,675 10,030 10,500 11,000
2022 12,292 11,297 11,057 11,935 11,878 10,330 10,690 11,000
(출처: 유동수 의원실, 각 사. 평균임금=일반 정규직 기준, 단위=만원.)

[파이낸셜뉴스]한 때 서울대 경제학과·통계학과 출신이 몰리는 등 고액 연봉의 안정적인 직장으로 손 꼽혔던 한국은행에서도 2030세대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중도퇴직자 37명 중 27명이 30대 이하로 전체의 72.9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에서도 2030대 이탈 현상이 발생하면서 중앙은행 및 정책금융기관의 우수인력 유출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중도퇴직 37명 中 27명이 2030대, 한은서도 'MZ 유출'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전체 중도퇴직(정규직 기준) 80명 중 52명이 2030세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20대 이하가 16명, 30대가 36명이었다. 같은 기간 40대가 21명, 50대 이상이 7명인 것을 고려할 때 2030대 이탈률이 높았다.

지난해만 놓고 보면 전체 퇴직자 37명 중 27명이 2030세대로 전체의 72.97%를 차지했다. 올해 중도퇴직한 21명 중 2030대는 12명으로 전체 57.14%에 달했다. 2019년 2030대 비중이 60%, 2020년 63.64%였던 것을 볼 때 갈수록 이탈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직급별로 살펴보면 4급(과장) 이하 비중이 크게 늘었다. 2021년 중도퇴직자 중 4급 이하 비중은 72.73%, 지난해엔 75.68%로 늘었다. 2019년 60%, 2020년 63.64%에서 점차 증가세다.

국책은행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수출입은행 퇴직자 15명 중 30대 이하 비율이 60%였고 올해 상반기엔 퇴직자 4명 중 3명이 2030대였다. 부산으로의 본점 이전 이슈가 있는 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퇴사자가 165명으로 전년(77명) 대비 급증한 가운데 2030대 비율은 34.55%(57명)이었다. 올해 상반기엔 퇴직자 103명 중 30명이 2030대로 전체 29.13%를 차지했다.

■'은행 중 은행'이란 영광에 그렇지 못한 보수
'은행 중 은행'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보수가 2030세대 유출 원인으로 꼽힌다. 2018년까지만 해도 시중은행과 비슷했던 한국은행 직원 평균임금은 1% 안팎의 임금인상률 영향 등으로 시중은행과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2018년 한국은행 평균임금이 9940만원일 때 신한은행 임금이 9863만원, 하나은행은 9590만원으로 한은 임금이 더 높았다. 하지만 2022년 한은 평균임금은 1억330만원으로 국민은행(1억2292만원), 하나은행(1억1935만원) 등 모든 5대 시중은행 평균보다 낮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또한 2018년 평균임금이 각각 1억240만원, 1억700만원으로 시중은행을 웃돌았지만 지난해 기준 5대 은행 임금을 밑돌았다. 5년간 한은과 국책은행 인금인상률이 0.7~1.8%에 그쳤던 반면, 시중은행 인상률은 1.8~3.0%였기 때문이다.

성과급 또한 차이가 크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성과급이 900만~2300만원 수준이었던 반면, 한국은행 직원 평균 성과급은 180만원, 수출입은행은 840만원이었다.

그렇다고 중앙은행이나 국책은행 업무량이 적지 않다. 실례로 한국은행 조사국은 야근이 잦기로 유명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통계를 개편해야 할 경우 통계국에서도 초과업무를 할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량은 그대로인데 시중은행보다 임금인상률이나 성과급이 낮은 만큼,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밸) 등을 고려할 때 2030세대가 이직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전문 자격증을 가진 젊은 직원들이 투자은행(IB)으로 가거나, 회계법인에 재취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박사학위를 가진 경우 대학교 교수나 연구원으로 간다"라며 "개인차가 있겠지만, 낮은 임금인상률 등의 영향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은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민간보다 대우는 못 받고 일은 작지 않다'라는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은 노조에서는 직원 임금결정권을 기획재정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로 이관하는 한은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사명감만으로 젊은 인력의 이탈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동수 의원은 “인력 유출의 증가는 기관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행정적 비용 역시 늘어날 수 있다. 더 이상 직원들에게 국가 발전을 위한 사명감만으로 장기간 근무를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앙은행과 국책은행은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발맞춰 우수한 인재들이 자발적으로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유인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