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광주=황태종 기자】광주광역시가 장애인친화도시를 공식 선포하고 오는 2026년까지 42개 사업에 1582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20일 제43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구 장애인국민체육센터에서 '장애인친화도시 선포식'을 갖고 지역 장애인 300여명과 함께 장애인친화도시를 공식화했다. 아울러 '당사자와 당사자 가족이 편안하고, 당신(광주시민)과 내일을 함께하는 당당한 우리'라는 의미를 지닌 '당당해(당당하게), 내일이 빛나는 광주'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삶에 행복을 잇는 장애인친화도시 구축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광주시가 그려갈 장애인친화도시는 △교육과 고용이 연계된 맞춤형 일자리 조성으로 장애인이 일하기 좋은 도시 △인권친화 공동체 조성으로 장애인의 일상이 안전하고 건강한 도시 △문화·교육·체육 기반 구축으로 소외와 차별이 없는 평등한 도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고 활력이 넘치는 무장애 도시 △자립 및 주거 결정권을 강화해 자립이 가능한 도시다. 이를 위해 △세심하고 촘촘한 생애 주기별 장애인 복지정책 설계 △장애인이 공감하고 체감하는 장애인친화 생활환경 조성 △디지털 전환시대 대응 스마트 장애인복지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제2차 장애인정책 종합계획'을 수립해 오는 2026년까지 4년간 1582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종합계획은 △맞춤형 일자리 창출 △인권친화 공동체 조성 △문화·교육·체육 기반 구축 △사회참여 활성화 △장애유형별 지역 생활 지원 서비스 확대 등 5대 추진 전략, 16개 중점과제, 42개 세부사업을 담고 있다. 장애인친화도시 선포에 발맞춰 '장애인친화도시 조성 및 지원 조례' 제정으로 장애인이 건강하고 활력 있는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장애인친화도시 선포식'은 광주장애인총연합회에서 주관하는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와 연계해 진행됐다. 기념식에서는 장애인 분야 유공자 표창 수여, 장학금 전달, 장애인이 꿈꾸는 장애인 친화도시 홍보영상이 상영됐다. 영상에는 지역 장애인의 일상 모습부터 바리스타·서양화가로서 자신의 일에 매진하는 모습, 지역 장애인이 꿈꾸는 장애인친화도시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어 강기정 광주시장, 진건 광주장애인총연합회 이사장, 이순화 한국여성장애인연합회 대표를 비롯해 2023년 프랑스 국제장애인기능경기올림픽대회 메달 입상자, 장애인 정책 관련 유관기관장 등이 '당당해' 점등식을 가졌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는 민주의 도시이고, 민주의 가치는 시민의 자유를 지키는 데 있다"면서 "앞으로의 광주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마음껏 자유를 누리는 '모두의 도시'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또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마음의 장벽, 제도의 장벽을 허물고 함께 사는 방법을 찾아내는 도시인 '장애인친화도시'를 만들겠다"면서 "단순한 정책 수혜자가 아니라 당사자가 정책 제안·심의자로 적극 시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나가며 일상의 장벽을 끊임없이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강 시장은 광주시장애인체육회에서 장애인체육회 임원 등 40여명과 함께 장애인 인권 캠페인 '위더피프틴(#WeThe15)' 동참 서명식에 참여했다. '위더피프틴 캠페인'은 장애인 차별 종식을 위해 마련된 인권운동으로, 전 세계 인구의 약 15%인 12억명이 장애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명식에는 장애인을 상징하는 테마컬러 보라색 서명판에 각자의 이름을 적으며 장애인 인권 개선 인식 확산을 다짐했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3-04-20 16:43:04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활발한 부산광역시 3.3㎡당 아파트 평균매매가가 1년간 32%나 오르며 '불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조망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해운대구는 같은 기간 46%나 오르며 '해운대 불패' 흐름을 확인했다. 다만 내년부터 입주물량이 다소 많아 분양-매매시장 간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20일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가격을 분석한 결과, 부산의 3.3㎡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1년간 31.9%나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9월 부산의 3.3㎡당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1199만2000원이었지만, 올해 9월에는 1581만9000원으로 1년간 382만7000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운대구는 재건축으로 인해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0년 9월 해운대구의 3.3㎡당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1616만9000원이었지만, 2021년 9월에는 2360만5000원으로 나타나 1년간 46.0%나 상승했다. 이어 △강서구 1166만3000원→1608만6000원(37.9%) △동래구 1301만4000원→1760만4000원(35.3%) △연제구 1345만8000원→1789.9만원(33.0%) △수영구2176만원→2889만7000원(32.8%) 순으로 올랐다. 해운대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실거래가로도 확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신동아' 전용면적 84.75㎡는 지난해 9월 8일 3억93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9월 17일에는 7억3000만원에 매매돼 1년간 3억3700만원(85.8%)이나 급등했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해운대구 좌동에 위치한 '두산1차'전용면적 84.9㎡는 같은 기간 3억2500만원에서 6억5700만원으로 오르며 3억3200만원(102.2%)이나 상승했다. 이 같은 상승세에 올해 1~8월 타 지역 거주자가 해운대구 아파트를 매입하는 비중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부동산원의 거주지별 아파트 매입거래량에 따르면 올해 1~8월 해운대구의 타 지역 거주자의 아파트 매입 비중은 20.0%로 5채 중 1채는 타 지역 거주자가 사들인 셈이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부산에서도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이 생기면서 정비사업 기대감과 주거선호가 높은 해운대구와 수영구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크게 치솟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내년부터 부산 입주물량이 늘어나며 분양과 매매시장은 다른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올해 부산의 입주물량은 1만6000가구인데 반해 오는 2022년에는 2만3000가구, 2023년에는 2만가구로 올해보다 공급이 늘어날 예정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해운대·수영구를 중심으로 정비사업 이슈에 아파트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향후 3년간 입주물량이 많은 편"이라며 "공급량 때문에 분양시장과 매매시장은 지역별 양극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2021-10-20 18:27:26[파이낸셜뉴스] 대한조선이 상장을 통해 최대 5000억원 규모 자금을 확보한다.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입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중대형 선박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가 예상된다. 대한조선의 2024년 기준 매출액은 1조746억원으로 2023년 8164억원 대비 32% 높아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82억원으로 전년(359억원) 대비 340% 증가했다. 대한조선은 24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 제출을 통해 유가 증권 시장 상장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공모 예정 주식 수는 총 1000만주다. 희망 공모가는 4만2000~5만원 수준이다. 수요예측은 7월 11일부터 17일까지, 일반 청약은 7월 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공동 대표 주관을 맡았다. 신영증권이 공동 주관사로 참여한다. 대한조선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R&D센터 설립과 기술 고도화에 집중 투자해 향후 5년간 신선종 및 선형 개발, 생산 자동화, 친환경 기술 확보 등 차세대 경쟁력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공모자금의 일부는 채무 상환에 활용해 재무구조를 안정화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은 회사의 자금 조달 여건 개선과 발주처 신뢰 확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조선은 조선업 특유의 헤비테일 수금 구조(선박 인도 시점에 전체 대금의 60% 이상이 일시에 유입되는 후불 중심 계약 방식)에 대응한다. 수주 확대 국면에서도 건실한 유동성 기반을 유지해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왕삼동 대한조선 대표이사는 “대한조선은 설계 최적화와 생산 효율화, 친환경 기술 확보를 통해 조선업의 질적 전환을 이끌 준비가 되어 있다”며 “이번 상장을 계기로 재무 안정성과 기술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조선은 1987년 신영조선공업으로 설립됐다. 2004년 사명을 변경하며 본격적인 종합 조선사로 도약했다. 이후 수에즈막스·아프라막스급 유조선, 셔틀탱커선, 컨테이너선 등 다양한 선종을 건조하며 기술 경쟁력을 키워왔다. 대한조선은 연간 27.6만t의 블록 생산이 가능한 내업 공장을 통해 조선업계 최고 수준의 생산 내재화를 실현하고 있다. 연간 평균 블록 필요량(22만t)을 상회하는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정 관리의 실시간 대응력과 외주 변수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1,500톤급 골리앗 크레인과 텐덤(Tandem) 공법을 결합한 효율적 건조 전략을 통해 연간 생산량 극대화하고 있다. 실제로 도크 회전율은 경쟁사 대비 약 18% 높은 수준이며 수에즈막스급 기준 한 척 당 최대 32개의 블록을 순차 탑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높은 효율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내재화된 생산 방식은 4.5주(척) 수준의 빠른 납기 대응력과 92% 수준의 진수 공정률을 실현하며 고효율·고품질 조선 역량의 기반이 되고 있다. 대한조선은 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 이중연료(DF: Dual Fuel) 추진 기술과 탄소 포집 설비(OCCS)까지 적용 가능한 친환경 설계 기술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조선은 2020년 이후 수주한 선박 60척 중 절반 이상에 이중연료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환경규제에 선제 대응하는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기술 신뢰도를 제고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대한조선 내에서 발생한 재해율은 0.15%로 업계 평균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2025-06-24 19:40:04"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자기계발서의 단골 문구이자, 고난을 껴안고 나아가라는 삶의 자세를 대변하는 말이다. 주로 젊은 세대의 도전 정신을 일깨울 때 사용되곤 한다. 그런데 최근 한 서점에서 이 말을 낯설게 뒤튼 문구를 마주했다. '황혼,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처음에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황혼'이라는 단어는 해 질 녘의 어스름한 풍경처럼 인생의 쇠퇴기를 비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앞에 '즐겨라'를 붙이다니, 묘한 신선함이 느껴졌다. 마치 '꼰대'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에서 '지혜로운 선배'로 재해석되는 것과 같은, 유쾌한 반전이었다. 물론 책을 팔기 위한 마케팅 문구였겠지만, 단순한 홍보를 넘어선 시대의 변화를 읽었다. 바로 50대 이상,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축이자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1964년생부터 시작되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들은 자산을 형성했고, 건강하며, 지식과 기술 습득에도 적극적이다. 과거 '경로우대석'에 앉아있던 '노년'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황혼'을 진정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전제가 필요하다. 자신의 현재 위치와 조건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 이제 숫자로 '황혼을 즐길 준비가 된' 신노년층을 들여다본다. ■"쓸 돈 있어?"…신노년의 숫자 셈법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가장 큰 걱정은 단연코 '돈'이다.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내는 데 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경제적 여유다.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없으면 불행하지는 않더라도 불편하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신노년층은 과연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노후 자금을 준비하고 있을까? 2024년 말 기준, 50대의 평균 순자산 규모는 5억1131만원으로 나타났다. 2017년 3억7026만원에 비해 약 1억4000만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 기간 동안 자산은 4억5697만원에서 6억1448만원으로, 부채는 8670만원에서 1억317만원으로 증가했다. 총 자산이 늘고 순자산도 증가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2024년 기준 50대의 순자산 중앙값은 3억440만원으로, 평균값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소득 양극화의 그림자도 엿보인다. 60대의 경우는 같은 기간 동안 자산은 3억8791만원에서 5억8251만원, 부채는 5199만원에서 6328만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금성 자산'의 비중이다. 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등 비유동성 자산에 묶여 있어, 정작 생활에 필요한 현금이 부족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남에 아파트는 있지만 쓸 돈이 없어'라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물가 상승에 따라 필요한 생활비는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50대 부부 기준 최소 노후생활비는 2011년 월 149만1000원에서 2023년에는 235만3000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적정 노후생활비는 210만8000원에서 318만7000원으로 증가했다. '적정'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적당한' 여유를 포함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다행히 50대가 벌어들이는 근로·사업소득도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50~54세의 연간 평균 근로·사업소득은 2020년 4026만원에서 2023년 4668만원으로, 55~59세는 같은 기간 3597만원에서 4218만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최소 생활비는 물론 적정 생활비도 넘어설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2023년 기준 소득의 중앙값은 50~54세 3099만원, 55~59세 2732만원으로 나타나 평균과 중앙값의 괴리가 크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60~64세의 경우도 2553만원에서 2903만원으로 증가했고 중앙값은 1582만원에서 1974만원으로 늘었다. 이러한 소득 증가는 생활비 자급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9년 60.0%에 불과하던 60세 이상 인구의 생활비 자급률은 2017년 69.9%로 높아졌고, 특히 1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된 2021년에는 72.5%를 넘어 2023년에는 76.0%까지 상승했다. 반면 자녀 또는 친척들의 지원 비중은 같은 기간 20.2%에서 12.0%로 크게 낮아졌다. 이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나는 부모님을 부양했지만, 자녀에게는 기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변화한 가족 구조를 반영한다. ■"몸이 먼저다"…건강도 자산이다 경제력만큼 중요한 것이 건강이다. 흔히 '건강이 최고'라는 말을 하듯, 신노년층은 이 격언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신노년층은 건강에 대한 자신감도 남다르다. 2024년 말 기준, 50대 응답자 중 48.6%가 건강에 자신이 있다고 답했다(매우 좋음 5.9%, 좋은 편 42.7%). 이는 조사가 시작된 2008년 41.5%에 비해 7.1%p나 높은 수치다. 60대의 경우도 2010년 28.9%에서 2024년 42.3%로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자신감은 체감 연령에서도 나타난다. KB금융연구소에 따르면, 50대는 실제 나이보다 2살 어리게, 60대는 무려 5살이나 낮게 자신의 건강 연령을 인식하고 있다. 20~30대가 실제 나이보다 체감 연령을 더 많게 느끼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네 나이가 몇인데 벌써 그렇게 힘들어 해?"라는 잔소리를 듣는 20대와 달리, 50대는 "아직 팔팔하네!"라는 말을 듣는다는 의미다.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2008년 77.6%이던 50대의 병원 이용 비중은 2024년 84.5%로 높아졌으며, 특히 치과 병의원을 찾는 50대가 5.9%에서 8.0%로 증가한 점은 '오복 중 하나'인 치아 건강까지 꼼꼼히 챙기는 적극적인 건강 관리의 증거다. ■"이젠 나를 위해" 여가에 쓰는 15만원 이상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여가 활동은 필수적이다. '워라밸'을 외치던 젊은 세대 못지않게, 신노년층은 여가 생활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최근 1년 동안 여가 생활을 위해 사용한 금액을 묻는 질문에 50대의 55%가 15만 원 이상을 지출한다고 답했다. 2016년 15만원 이상 지출 비중이 30%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돈을 써야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공식을 몸소 증명하는 셈이다. 3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비중은 10%, 3만~5만원을 선택한 비중은 15%였다. 사회봉사 활동 참여율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1365 자원봉사 포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50대의 자원봉사 등록률은 24%, 활동률은 15%로 조사됐다. 60대는 등록률 19%, 활동률 20%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50대 등록률 19%, 활동률 17%, 60대 등록률 16%, 활동률 18%에 비해 전반적으로 높아진 수치다. 2024년 자원봉사에 참여한 50대는 31만9613명, 60대는 28만9576명에 달하며, 이들이 단순한 여가를 넘어 사회에 기여하며 보람을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사회에 환원할 때'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는 것이다. ■‘스마트 욜드’의 반격…앱도 주식도 능숙하게 흔히 고령층은 디지털 기기에 서툴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우리 아버지는 스마트폰으로 전화만 겨우 해'라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신노년층은 다르다. 이들은 '스마트 욜드(YOLD: Young Old)'라 불릴 정도로 디지털 활용에 능숙하다. KB금융에 따르면, 이들은 금융 거래(89%), 정보 검색 및 학습(87%), 간편 송금(77%), 모바일 쿠폰 선물(68%) 등을 자유롭게 사용한다.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며 유튜브(85%)를 즐기는 동시에, 앱테크(77%), 투자 정보 검색(69%) 등 생산적인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쇼핑 비중이 더 높고, 마이데이터 기반 자산 관리 서비스도 익숙하게 이용한다. "인터넷으로 주식하는 우리 엄마를 보면 놀라요"라는 젊은 세대의 증언이 흔해지는 이유다. 특히 AI를 활용한 금융 분석,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이용률도 증가 추세다. '은퇴 후 기술과 단절'은 옛말이며, 이들은 "디지털이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든다"는 점을 스스로 체험하며 확산시키는 '디지털 적응 주도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황혼,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말은 이제 그냥 멋진 문구가 아니다. 신노년은 준비된 세대이고, 우리 사회를 다시 움직일 동력이다. 돈도, 건강도, 기술도 갖춘 이들이야말로 진짜 '주인공'이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기자
2025-06-01 18:15:24[파이낸셜뉴스] 애플의 달력 애플리케이션에서 '열흘'이 통째로 사라진 사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뒤늦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만 사라진 열흘은 올해가 아니라 1582년 10월이다. 최근 X(옛 트위터) 이용자인 A씨는 아이폰의 달력으로1582년을 살펴보던 중 10월 4일에서 10월 15일로 넘어간다는 걸 발견했다. 깜짝 놀란 A씨는 이를 캡처해 SNS에 올리면서 "1582년 10월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라는 글을 남겼다. 이후 이 게시물은 450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윤년이었다""우리의 시간은 가짜라는 건가"라는 혼란과 함께 "1582년까지 스크롤 할 만큼 시간이 많나 보다""그렇게 먼 과거로 갈 이유가 있었나"라며 1582년 달력을 본 A씨에게 시비를 거는 댓글도 있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도 '아이폰 달력에서 10일이 사라진 걸 발견한 SNS 사용자들이 당황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A씨의 소식을 보도했다. 사라진 날짜는 1582년 10월 5일부터 10월 14일까지 열흘이다. 실제 아이폰 달력에서 해당 연도로 가면 10일이 사라진 것이 확인된다. 단순 기술 오류인 듯 보이지만 이유 있는 누락이었다는 게 데일리메일의 설명이다. 1582년 '그레고리력'(현재의 양력)이 도입되면서 아이폰 달력이 날짜가 바뀐 부분을 그대로 반영했다. 날짜가 누락된 데는 기원전 45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이집트 천문학자들의 영향을 받아 기존 음력 달력 대신 태양력(양력) 체계로 바꾼 '율리우스력'을 적용하기 시작한 데서 비롯했다. 율리우스력은 1년을 365.25일로 계산해 실제 태양년(365.2422일)보다 약 0.0078일(11분14초) 길어 오차가 발생했다. 오차가 누적되면서 128년마다 하루씩 날짜가 밀렸고 수 세기가 지나면서 계절과 달력 차이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부활절 날짜를 정확히 계산하는 게 어려워지자, 1582년 교황 그레고리오 13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레고리력을 도입했다. 율리우스력으로 인해 누적된 오차는 10일이었고 그레고리력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1582년 10월 4일 다음 날을 10월 15일로 지정해 누적된 오차를 해결했다. 달력의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아이폰이 500여년 전 달력 개혁을 반영한 데 기분 좋은 반응을 보였다. "4일에 잠을 잤더니 15일에 깨는 걸 상상해 보라. 집세도 내야 하고 자기 생일도 놓쳤으니, 완전 혼돈"이라거나 "아직도 그날이 기억난다. 10월 4일에 잤는데 다음 날 아침이 벌써 10월 15일이다. 제 인생에서 가장 잘 잤던 날" 등 센스 있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현재 그레고리력이 도입된 뒤 율리우스력은 공식 달력에서 퇴출됐다. 일부 동유럽 국가와 교회에서만 현재까지 종교력으로 사용되고 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2025-05-23 06:59:22[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기아가 중국과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에서 올해 1·4분기 분기 기준 역다 최대 판매 실적을 냈다. 13일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의 월간 판매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인도에서 현대차는 15만3550대, 기아는 7만5576대를 팔아 합산 총 22만9126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해 1·4분기 22만5686대(현대차 16만317대·기아 6만5369대)보다 1.5% 증가한 수치다. 현지 점유율은 현대차가 13.0%, 기아가 6.4%로 합산 19.4%를 나타냈고, 브랜드별 판매 순위에서는 현대차가 마루티에 이어 2위, 기아가 6위에 올랐다. 현대차·기아의 호실적은 현지 전략 모델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견인했다. 올 1·4분기 현대차·기아의 SUV 판매량은 전체 판매량의 80%인 18만1758대를 기록했고 이중 크레타, 베뉴, 쏘넷, 셀토스가 총 12만1582대 판매돼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현대차 크레타가 4만8449대가 팔렸다. 크레타는 2015년 7월 출시된 첫 현지 SUV 모델이다. 이 밖에도 베뉴(3만1195대), 엑스터(1만7330대)가 높은 판매량을 보였다. 기아는 쏘넷 2만2497대, 셀토스 1만9441대, 카렌스 1만6352대 등이 견조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2월 인도에서 판매를 개시한 소형 SUV 시로스가 1만5986대 팔리며 흥행을 견인했다. 현대차·기아는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시장으로 부상한 인도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중장기 전략을 수립했다. 현대차는 2023년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 있는 푸네공장을 인수했고, 연산 20만대를 목표로 올해 하반기 가동을 준비 중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와 기아 합산 기준 인도에서 최대 150만대까지 생산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현대차 인도법인(HMIL)이 지난해 10월 현대차 해외 자회사로는 처음으로 인도 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아울러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12월 인도 공과대학교와 함께 '현대 혁신센터' 공동 설립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고, 인도에 특화된 마이크로모빌리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2025-04-13 10:50:355세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이 올해 연말 나온다. '과도한 보험금 지급'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비중증 비급여 진료에 대해서는 자기부담률을 종전 30%에서 50%로 상향 조정하고, 통원 시 보상한도를 회당 20만원에서 일당 20만원으로 조인다. 도수치료나 신데렐라·마늘주사 등 비급여 주사제는 실손보험 보장대상에서 제외된다. 과잉우려가 큰 비급여 진료에 대해서는 보건당국이 관리급여로 지정해 본인부담률을 95%로 높일 방침이다. 이번 개편안으로 4세대 실손에 비해 30~50%가량 보험료가 낮아질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정했다. 금융당국은 1일 이 같은 내용의 '실손보험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필요 진료엔 충분한 보장을 제공하는 동시에 과잉의료 이용 행위를 억제함으로써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것이 골자다. 먼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 중 비중증 비급여 진료에 대해 실손보험 보장한도와 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자기부담률은 크게 높인다. 자기부담률은 입원·외래 모두 현행(4세대 기준) 30%에서 50%로 상향 조정된다. 보상한도는 연간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회당 20만원에서 일당 20만원으로 낮아진다. 4세대 실손에서는 병의원 입원 시 보상한도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회당 300만원으로 제한한다. 도수·체외·증식 등 근골격계 치료와 비급여 주사제는 실손보험 보장대상에서 빠진다. 다만 보건당국이 이를 관리급여로 선정하면 실손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본인부담률은 95%(외래 기준)까지 올라간다. 비급여 진료 가운데 암, 뇌혈관·심장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중증화상·외상 등 중증의 경우 현행대로 보장이 유지된다. 급여 진료의 경우 본인부담률 기준을 입원과 외래로 나눠 차별화했다. 입원환자의 경우 중증과 경증 구분 없이 자기부담률이 4세대 실손보험과 동일한 20%를 적용한다. 외래환자는 건강보험 본인부담률과 연동해 자기부담률이 최저 20%에서 최고 90%대까지 달라진다. 그간 보장에서 제외됐던 임신·출산과 관련된 급여의료비는 실손보험의 보장범위로 확대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편안으로 4세대 실손에 비해 30~50%가량 보험료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5세대 실손보험 상품은 연말께 출시된다. 다만 비중증 비급여 특약상품은 내년 상반기 이후 출시 시기를 확정키로 했다. 이번 개편에 따라 일정기간 이후 신규판매 중인 약관으로 변경조건이 있는 후기 2세대(477만건), 3세대(702만건), 4세대(403만건) 실손보험 가입자 약 2000만건은 10년에 걸쳐 5세대로 재가입하게 된다. 약관변경 조항이 없는 초기 가입자 1세대(654만건)와 초기 2세대(928만건) 등 1582만건은 원하는 경우 보험사가 금융당국의 권고기준에 따라 보상하고 계약 재매입을 실시할 계획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25-04-01 18:15:32최근 들어 유럽에 뚜렷한 변화가 보이고 있다. 4년째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들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 국가들은 종전 이후 안보를 진지하게 생각하며 방위비 증액을 포함해 소홀했던 군사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은 유럽 대륙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냉전이 끝난 후 이어져온 동서간 데탕트(긴장완화)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멈추고 전쟁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냉전 이후 유럽 국가들은 방위비 지출을 대폭 줄이고 미국으로부터 핵무기를 포함해 안보 우산을 제공 받았다. 2차세계대전 이후 80년간 유럽의 안보를 뒤받쳐주던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앞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더 우선을 두는 큰 정책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평화 협정 체결에 성공 할 경우 러시아를 가까이 두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심각하게 대비하기 시작했다. ■ 美, 유럽보다 印·태평양 안보에 더 집중 예고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럽 국가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앞으로 미 남부 국경 안보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데 더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해 미국의 유럽 안보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임을 유럽 동맹국들에 알렸다. 국방장관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이었던 이 자리에서 헤그세스는 앞으로 유럽의 방위는 "유럽 동맹국들이 앞에서 주도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이 안보 관련 재정적 기여를 확대할 것도 촉구했으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며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긴 2014년 이전의 영토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란 점도 언급했다. 헤그세스는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과 일본, 호주, 필리핀 등 역내 동맹국과 협력 지속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인도·태평양 지역 억지력 효과는 미국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럽 주재 미국 외교관들이 나토의 상호방위조약 5조항에 따른 집단 방위를 미국이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다시 돌아오면서 유럽 주둔 미군이나 군 자산을 감축하고 나토 동맹국으로써의 임무를 다하지 않을까 유럽은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해 유럽 국가들이 방위비 증액과 군 전력 증강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기 시작하고 있다. ■EU 포함 31개국 방위비 지출 증액 다짐 그동안 유럽 안보에 있어 미국의 비중은 절대적으로 미 전체 국방 예산은 나머지 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 지출을 합친 것보다 많다. 런던 국제전략연구센터(IISS)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연합(EU) 전체 국방예산이 4570억달러(약 672조원)로 9680억달러(약 1423조원)인 미국에 크게 못미쳤을뿐만 아니라 4620억달러(약 678조원)인 러시아 보다도 작았다. 에스토니아 출신의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키야 칼라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EU가 지난 10년동안 방위의 가치를 높게 두지 않았다고 시인하며 "세계는 1945년 이후 볼 수 없었던 격변의 순간을 겪고 있다. 이제는 행동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이달 들어 유럽이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주목받고 있는 것이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과 '준비 2030'이다. '의지의 연합'은 유럽의 군사 강국인 프랑스와 영국이 제안한 것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미국 없이도 유럽의 방위력 증강을 위해 방위비 지출을 늘리기로 한 EU와 유럽의 비회원국, 캐나다를 포함해 31개국을 가리킨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유럽이 방위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유럽이 방위를 분담해 맡으면서 전후 우크라이나 방어에 더 책임질 것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의지의 연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휴전 이후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 임무 성격을 띤 군대를 파병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나토에서 두번째로 큰 육군을 보유하고 있는 튀르키예는 필요하다면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에 파병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러시아 접경국인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핀란드도 참여 의사를 나타냈다. 호주까지도 파병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지출이 4.7%로 비교적 높은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와 친러 국가인 벨라루스, 러시아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자국의 안보에 더 주력하고 있다. 지난 2월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폴란드군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지난 26일 해임된 올라프 숄츠 전 총리가 그동안 불분명한 입장을 보여왔으나 지난 27일 보리스 피토리우스 국방장관이 파병 동참 가능성을 열어뒀다. 차기 독일 총리가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교민주연합당 대표는 독일이 유럽의 자유와 평화 수호를 하는데 중대한 기여를 할 것이라며 앞으로 전임자인 숄츠와 달리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현 상황에서 자국 군대를 보낼 수 없다고 말했으며 러시아에 우호적인 슬로바키아와 헝가리 정부의 파병 가능성은 없다.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를 자극하는 것과 자국의 방위력 약화 우려로 파병을 꺼리며 대신 군수 지원만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유럽 재무장을 위한 '준비 2030' 지난 4일 EU집행위원회가 공개한 '준비 2030'은 앞으로 EU의 방위비 지출을 4년 동안 8000억유로(약 1172조원)로 더 늘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유럽 재무장'이었던 명칭이 일부 국가들의 반발로 '준비 2030'로 바뀐 것으로 2030년을 러시아가 EU나 나토 회원국에 대한 공격에 필요한 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로 잡았다. 메르츠 독일 기독민주당 대표는 독일이 방위비와 군 관련 인프라 프로젝트를 합쳐 1조유로(약 1592조원) 지출을 약속하면서 '독일이 돌아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준비 2030'은 주로 탄약과 무기 구매에 치중하는 것이 내용이 지적되고 있으며 유럽에서 미군의 역할 축소에 대비해 대륙의 나토 국가들과 EU 회원국들은 징집을 늘려야 하는 것이 과제다. 런던 IISS의 연구에 따르면 전투가 가능한 유럽의 대대급 부대 규모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를 무력으로 합병한 2014년에 비해 줄어든 상태다. 유럽의 Z세대가 군복무나 전쟁 발생시 총들고 싸우겠다는 의지가 약한 것이 문제다. 벨기에 브뤼셀 소재 브뤼겔 정책 연구소는 미국 없이 유럽이 러시아의 침공을 막으려면 수 천억달러와 함께 군 병력 30만명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으로 유럽 안보에서 미국이 빠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공동으로 대처해야 하지만 각국이 독자적으로 국방을 하겠다는 고집을 고쳐야 한다. 채권 발행과 규제 완화를 통해 8000억유로를 확보해야 하는 '준비2030'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이 같은 EU의 방위비 증가 노력이 미국이 유럽 안보에서 손을 더 떼게하는 구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불안한 정치와 경제, 러시아에 우호적인 극우 정당의 부상도 EU의 재무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유럽은 재래식 군사력뿐만 아니라 핵전력 강화도 과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에 계속 핵우산을 제공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유럽의 우방국들은 계속 의존을 할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 핵탄두 약 300개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EU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을 제안했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지배를 받기도 했던 폴란드는 미국에 핵무기 배치를 요청했을 뿐만 아니라 자체 핵무기 개발 가능성도 시사했다. 글로벌 공공정책 연구소 소장 토르스텐 베너는 모든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독일도 핵무장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유럽이 자체 핵우산 제공을 검토하는 것을 포함해 군사력 증강 노력이 자칫 미국의 핵무기 철수 등 군사적 디커플링을 자극시킬 수 있어 신중하게 해야한다. 또 러시아가 에스토니아나 리투아니아에 대한 재래식 공격을 감행하면 프랑스가 핵무기로 대응할지도 미지수라고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유럽대학연구소 로버트 슈먼센터 소장 에릭 존스는 비관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렇지만 이 같은 불확실한 핵우산 적용 범위만으로도 러시아를 억제하고 나토의 핵정책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방산 산업 제조업 활기 효과 기대 유럽은 방산물자를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구매해왔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 회원국들이 1년에 생산할 수 있는 포탄을 러시아는 3개월이면 제조하고 있다며 "우리는 방위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은 하루에만 포탄 약 7000발을 사용하고 있으나 프랑스의 지난해 생산 목표는 총10만발에 그쳤다. 유럽의 국방 강화를 위한 노력은 제조업을 포함해 경제에도 더 활력을 불어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돌포 우르소 이탈리아 산업장관은 지난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 독일의 방위비 예산 1조유로(약 1582조원) 지출 약속이 역사적인 전환점이라고 환영하면서 이탈리아 북부지역의 제조업체들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독일은 이탈리아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독일 시장 부진에 따른 수출이 줄어들면서 이탈리아의 GDP는 지난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0.2%p 축소됐다. 또 대대적인 방위력 증강은 혁신을 일으키고 새로운 수출원동력이 될 수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준비 2030'을 통해 유럽의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팅, 통신, 위성망, 자율주행차, 로봇공학 같은 중요한 산업도 촉진시킬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방위비 증액으로 기술을 갖고 있는 유휴 인력과 자본도 활용할 수 있다. 감원된 자동차 근로자가 많은 독일은 이들을 방산업계가 고용할 수 있다. 유럽은 1960년대 이후 방위비 지출 규모를 3분의 2를 줄이면서 경제성장률이 절반 수준으로 내려갔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SE) 경제학 부교수 이선 일제츠키는 유럽이 GDP 대비 방위비 1%p만 늘려도 장기 생산성이 0.25%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유럽이 GDP 대비 방위비를 2%에서 3.5%로 늘릴 경우 경제 생산성이 0.9~1.5%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5-03-30 18:35:51국내 뷰티 대기업의 쌍두마차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지난해 실적 반등에 나란히 성공했다. 한한령(한류금지령) 여파 등으로 실적이 급감했던 중국 사업의 효율화와 가성비 제품을 앞세워 북미, 일본 시장을 공략한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10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매출 4조2599억원, 영업이익 249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9%, 영업이익은 64% 각각 늘었다. 글로벌 리밸런싱(재조정)을 통해 구매력이 뒷받침되는 중국시장에서는 럭셔리로 불리는 초고가 제품에 집중한 게 주효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LG생활건강은 '더 후'다. 반면, 북미와 일본 등 중국 외 해외시장에서는 중저가 제품 판매에 공을 들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2년간 중국 시장의 '수익화' 작업에 집중해왔다. 그 과정에서 K뷰티 첫 전성기를 주도했던 과거 로드숍 브랜드 중 하나인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매장을 전부 정리했다. 코로나19 시기 매출이 없어 불필요한 운영비가 드는 오프라인 매장을 없애고, 절감한 비용을 급성장한 온라인 시장에 재투자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내실화에 집중하면서 중화권 매출은 전년보다 27% 줄었다. 반면, 지난해 미주 지역에선 처음으로 연간 기준 매출이 중화권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립 마스크 등 라네즈 입술 관리 제품이 아마존 연중 행사에서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매출을 이끌었다. 미국·유럽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코스알엑스가 지난해 2·4분기부터 실적에 편입된 효과도 톡톡히 봤다. 2023년 인수한 더마코스메틱 브랜드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유럽시장 강화의 일등 공신이다. LG생활건강도 중국 시장에선 '력셔리'를, 그 외 시장에선 중저가 가성비 브랜드를 앞세우는 전략을 폈다. 중국 시장에선 지난해 숨, 오휘 등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하는 대신 대표 럭셔리 브랜드인 더 후 리브랜딩에 힘 주면서 매출 회복에 성공했다. 북미와 일본 시장에서는 젊은 세대를 중점 공략하는 '더페이스샵', '빌리프', 'CNP' 등 전략 브랜드의 매출이 늘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LG생활건강 뷰티 부문 매출은 2조8506억원, 영업이익은 1582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2%, 8% 증가했다. 두 회사는 올해도 적극적인 해외 공략 기조를 이어간다.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일본, 유럽, 인도, 중동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LG생활건강도 일본에서는 힌스, CNP를 중심으로 온라인 영향력을 확대하고, 동남아시아와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는 현지 특성에 맞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채널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결국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2025-02-10 18:20:17[파이낸셜뉴스] 국내 뷰티 대기업의 쌍두마차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지난해 실적 반등에 나란히 성공했다. 한한령(한류금지령) 여파 등으로 실적이 급감했던 중국 사업의 효율화와 가성비 제품을 앞세워 북미, 일본 시장을 공략한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10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매출 4조2599억원, 영업이익 249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9%, 영업이익은 64% 각각 늘었다. 글로벌 리밸런싱(재조정)을 통해 구매력이 뒷받침되는 중국시장에서는 럭셔리로 불리는 초고가 제품에 집중한 게 주효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LG생활건강은 '더 후'다. 반면, 북미와 일본 등 중국 외 해외시장에서는 중저가 제품 판매에 공을 들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2년간 중국 시장의 '수익화' 작업에 집중해왔다. 그 과정에서 K뷰티 첫 전성기를 주도했던 과거 로드숍 브랜드 중 하나인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매장을 전부 정리했다. 코로나19 시기 매출이 없어 불필요한 운영비가 드는 오프라인 매장을 없애고, 절감한 비용을 급성장한 온라인 시장에 재투자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내실화에 집중하면서 중화권 매출은 전년보다 27% 줄었다. 반면, 지난해 미주 지역에선 처음으로 연간 기준 매출이 중화권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립 마스크 등 라네즈 입술 관리 제품이 아마존 연중 행사에서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매출을 이끌었다. 미국·유럽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코스알엑스가 지난해 2·4분기부터 실적에 편입된 효과도 톡톡히 봤다. 2023년 인수한 더마코스메틱 브랜드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유럽시장 강화의 일등 공신이다. LG생활건강도 중국 시장에선 '력셔리'를, 그 외 시장에선 중저가 가성비 브랜드를 앞세우는 전략을 폈다. 중국 시장에선 지난해 숨, 오휘 등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하는 대신 대표 럭셔리 브랜드인 더 후 리브랜딩에 힘 주면서 매출 회복에 성공했다. 북미와 일본 시장에서는 젊은 세대를 중점 공략하는 '더페이스샵', '빌리프', 'CNP' 등 전략 브랜드의 매출이 늘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LG생활건강 뷰티 부문 매출은 2조8506억원, 영업이익은 1582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2%, 8% 증가했다. 두 회사는 올해도 적극적인 해외 공략 기조를 이어간다.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일본, 유럽, 인도, 중동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LG생활건강도 일본에서는 힌스, CNP를 중심으로 온라인 영향력을 확대하고, 동남아시아와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는 현지 특성에 맞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채널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결국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2025-02-09 12:1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