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韓 화물선 나포하며 돈 달라던 이란, 美 합의로 계좌 풀려

미국-이란, 죄수 5명 맞교환 합의 타결 미국은 합의 일환으로 한국과 이라크, 유럽 등의 이란 자금 동결 풀기로 한국 화물선까지 나포하며 돈 달라던 이란, 마침내 석유 수출 대금 회수 미국 "이란의 해외 자금은 인도주의 목적에만 사용, 제재 약화 아니다"

韓 화물선 나포하며 돈 달라던 이란, 美 합의로 계좌 풀려
지난 2021년 4월 9일 이란 반다르압바스 항구 인근 라자이 항구에서 약 95일 동안 억류되었던 한국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호가 출항하고 있다. 이란 당국은 같은해 1월 페르시아만에서 해당 선박을 나포했으며 한국 정부에게 동결된 자금 반환을 요구했다.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2019년부터 미국의 제재 때문에 한국 내 석유 수출 대금을 가져가지 못했던 이란이 미국과 죄수 교환 협상 타결로 마침내 돈을 가져갈 전망이다. 돈을 달라며 한국 선박까지 나포했던 이란은 한국의 은행들이 계좌 동결을 풀고 있다고 주장했다.

美, 죄수 교환하며 이란 계좌 풀어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10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에서 한국의 은행들이 석유 대금 등 이란 자산에 대한 동결 해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이란의 자산이 "미국에 의해 수년간 한국의 은행에 불법적으로 동결돼있었다"며 "이란은 관련 의무에 대한 지속적인 약속을 미국으로부터 보증받았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외무부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수년간 미국이 불법 압류해온 수십억달러의 이란 자산을 풀어주는 절차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은 미국으로부터 약속을 보장받았다. 미국에 불법 구금된 몇몇 이란인들의 석방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미국과 이란이 죄수 교환 협상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같은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란에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 5명이 석방되어 가택연금에 들어간 것으로 이란 정부가 확인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란에는 간첩 혐의 등으로 5명의 미국 국적자가 갇혀있다. 가장 유명한 인물은 올해 51세인 미국인 시아마크 나마지로 지난 2016년에 미국 간첩이라는 혐의를 받아 아버지와 함께 구속되어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나마지의 아버지인 바게르 나마지는 지난해 10월에 치료를 위해 석방되었다. 미국 역시 약 10명의 이란인을 구금하고 있다.

이란은 이번 합의를 통해 시아마크 나마지를 포함한 5명을 기존 테헤란 에빈 교도소에서 풀어주고 가택연금으로 전환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이란 유엔 대표부를 인용해 미국과 이란이 각각 5명씩 상대방 국적의 수감자를 교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동시에 한국, 이라크, 유럽에 묶인 이란 자금을 이란이 가져갈 수 있도록 허가했다.

韓에 묶인 9조원 가져가나
NYT는 전문가를 인용해 이란에 가택연금된 미국인들이 이란을 떠나려면 일단 카타르의 이란 계좌에 이란 자금이 들어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자금 이체에는 4~6주가 걸릴 예정이며 억류된 미국인들은 우선 카타로 도하로 이송될 전망이다.

앞서 한국과 이란은 2010년 미국 정부의 승인 아래 원화결제계좌로 상계 방식의 교역을 진행했다. 이란에서 원유와 초경질유(가스콘덴세이트)를 수입한 한국 정유·석유화학 회사가 국내 은행 2곳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계좌에 수입 대금을 입금하면, 이란에 물건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해당 계좌에서 대금을 받아 가는 형식이다.

미국 등 6개국과 이란은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체결하고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경제 제재를 풀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2018년에 핵합의를 탈퇴하고 경제 제재를 복원했다.

미국은 2019년 9월에 이란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 수준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서 국제테러지원조직(SDGT)으로 강화했고 한국의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이란 중앙은행 계좌 운용을 중단했다. 해당 계좌들에 남은 돈은 약 70억달러(약 9조2372억원) 규모로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산 가운데 가장 많다. 이란은 2021년에 페르시아만을 지나던 한국 화물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뒤 한국 정부를 상대로 묶인 돈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어떤 경우에도 이란의 제재가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 소유의 자금은 제한된 계좌로 이체돼 인도주의적인 목적으로만 사용될 것이며 이는 현 제재에서도 허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은 "우리는 모든 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며 역내외 불안정을 초래하는 이란의 활동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