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유죄→파기환송심 무죄
"통상적 도피…방어권 남용 단정 못해"
'계곡살인' 사건의 이은해(왼쪽)와 조현수.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른바 '계곡살인 사건'으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은해와 조현수가 범인도피교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은해와 조현수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지난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의 한 계곡에서 이은해의 남편 윤모씨를 물에 빠지게 해 살해한 혐의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이들은 보험금을 노리고 수영을 못하는 윤씨에게 4m 높이의 바위에서 뛰어내리도록 강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2021년 12월 '계곡살인'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지인에게 도피자금과 은신처 등을 요구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4개월간 도망 다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검거됐다.
쟁점은 도피가 '방어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판례상 범인 스스로 도피하거나, 자신의 도피를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에 대해선 처벌하지 않는다. 다만 타인에게 허위 자백을 강요하는 등 방어권을 남용한 사정이 있다면 처벌할 수 있다.
1·2심은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인천지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통상적 도피의 범주로 볼 여지가 충분해 방어권을 남용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도피생활이 120일간 지속된 점, 수사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한 점, 변호인을 선임하려고 한 점 등은 통상적인 도피행위 범주에 포함된다"며 "형사사법에 중대한 장해를 초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인천지법은 "통상적 도피의 범주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들이 방어권을 남용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범인도피교사죄의 성립,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한편 대법원 3부는 이은해·조현수의 살해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이들의 지인 A씨에 대한 징역 10년도 확정했다.
A씨는 이은해와 조현수가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계획한 것을 알면서도 이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당일 A씨와 조현수가 먼저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수영을 할 줄 모르던 윤씨가 뒤이어 다이빙한 뒤 숨졌다.
1심은 5년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 징역 10년으로 형량이 2배 늘었다.
2심 재판부는 "방조범이지만 범행에 가담한 정도가 적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이은해, 조현수에 대해 엄한 처벌이 이뤄졌는데, A씨의 형을 정함에도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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