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55주년 특별전 2부 본관에서는 한국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 일본 유학을 다녀온 세대에서 시작한다. 인생을 건 모험의 여정을 택했던 작가들의 작품까지 한국 현대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신관에서는 세계 각지를 거주지로 삼으며 현대 미술의 다양한 맥락 안에서 독자적이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 한국 현대미술의 추상화 흐름과 세대 간 미학의 확장을 조망하는 갤러리현대 개관 55주년 기념 특별전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펼쳐진다. 갤러리현대는 본관과 신관 전관에서 오는 7월 6일까지 '55주년: 한국 현대미술의 서사' 전(展) 2부를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 2부는 지난 4월 열린 1부에 이어, 갤러리현대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특히 2부 전시는 1부가 조명했던 구상·반구상 중심의 전통 회화 흐름과 이어지며 본관은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와 기원, 신관은 오늘의 시각 언어와 작가 지형을 종합적으로 구성했다. 본관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현대화랑에서 개인전을 가진 추상회화 중심 작가 22인의 대표작 40여점이 전시된다. 이성자, 김창열, 이응노, 남관, 한묵 등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한 재불 작가들과 완전한 추상 양식을 발전시킨 유영국, 김환기, 곽인식, 이우환 등의 작품이 포함된다. 이성자는 1974년 현대화랑에서 천경자에 이은 여성 작가로 개인전을 가진 바 있으며 김환기는 뉴욕 시절의 전면점화 작품을 중심으로 1977년 현대화랑 회고전을 통해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됐다. 곽인식과 이우환은 각각 한일 교류의 매개이자 모노하 및 단색화 세대의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추상 회화 외에도 조각·설치·문자추상·기하학적 추상 등 다양한 추상 미학의 스펙트럼이 구성되며 이들의 작업은 한국 현대미술사 내에서 추상이 어떻게 지역성과 실험성을 포괄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본관 전시 대표작인 유영국의 '산(1974)'은 짙은 파란 하늘 아래 다양한 색채의 산들이 넓게 펼쳐진 풍경을 담고 있다. 색채의 변화와 조화가 자연의 진면목을 드러내며 유기적이고 조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다른 대표작 김환기의 '무제 15-VII-70 #181(1970)'는 한국 추상미술의 대표적 작품으로, 코튼에 유채로 그려진 73×36㎝ 크기의 전면 점화(點畵)다. 이 작품은 화면 전체를 촘촘하게 점으로 채우는 김환기 특유의 점화 양식이 잘 드러난다. 김환기는 점을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닌 밤하늘의 별과 인간의 삶, 우주적 순환 등 동양적 사유와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반복적으로 찍어낸 특징이 있다. 이우환의 'Response(2023)'는 캔버스에 유채와 안료를 사용해 145×112㎝ 크기로 제작된 작품으로, 그의 대표적인 회화 연작 중 하나다. 이 작품은 거대한 캔버스 위에 밀도 높게 축적된 큰 점 형상이 오라를 내뿜는 듯한 인상을 준다. 신관 전시는 1950년대생부터 1980년대생까지 작가 18인의 대표작 50여점을 통해 구상, 추상, 미디어, 사진 등 장르 확장을 보여준다. 김보희, 최민화, 박민준, 이우성, 김성윤 등의 구상 회화는 개별 서사와 형식 실험을 동시에 담아낸다. 도윤희, 정주영, 이진한은 각기 다른 추상어법으로 회화의 감각을 확장하며, 강익중, 김민정, 유근택은 한국적 정신성과 재료 미학을 현대 회화 언어로 풀어낸다. 이명호의 사진 작업은 회화성과 매체성의 경계 지점을 탐색하며, 김아영, 문경원·전준호의 미디어 작업은 글로벌 전시장에서 주목받은 최신작이 포함됐다. 이슬기(프랑스), 이강승(미국), 김 크리스틴 선(독일)은 해외 거주 한국계 작가로서 전시의 국제적 맥락을 확장한다. 이들은 각기 조각, 설치, 비평적 퍼포먼스 등을 통해 전통과 현재,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작업을 이어오는 중이다. 신관 전시 대표작인 김민정의 'The Street(2024)'는 한지를 태우고 겹겹이 쌓는 과정을 반복해 불꽃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선과 흔적을 남겼다. 이 과정은 명상과 수행의 행위로, 작가의 내면을 탐구하고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덧없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또 다른 대표작 김아영의 '모래 욕조 속에서 발견된 영국인 교사 2007.3.28(2008)'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포토 몽타주 작품인데, 작가는 이 뉴스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닌, 신문 기사와 실제 사건, 허구적 상상력을 결합해 새로운 시각 이미지를 창조한다. 이밖에 청각 장애인인 크리스틴 선 킴은 'Two Taps Debt 2(2022)'를 통해 '탭(tap)'이라는 행위로 비가시적인 소리와 신체적 제스처, 그리고 사회적 채무의 개념을 연결한다. 갤러리현대 측은 "이번 특별전 2부 전시는 갤러리현대와 오랜 인연을 이어가며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역사가 된 작가들의 주요한 작품을 소개한다"며 "갤러리현대와 한국 미술사의 지난 55년과 현재, 나아가 미래를 살펴보기 위한 전시"라고 평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6-05 18:38:15색점과 색선, 얼룩 등으로 추상회화를 그린 뒤 캔버스를 뒤집어 일정한 간격으로 선을 긋고 가위로 잘라낸다. 잘린 색띠를 틀이나 지지체에 묶어 그물망을 만들면 '누아주' 회화(엮음 회화)가 완성된다. 색칠한 캔버스를 일정한 폭으로 재단하고 바느질이나 재봉틀로 박음질해 솔기가 드러나게 이으면 '꾸띠아주' 회화(박음 회화)로 탄생한다. 붓이 흩뿌린 물감이 스며든 조각들의 움직임이 끝없이 퍼져나가는 듯한 신성희 작가(1948~2009)의 '꾸띠아주, 누아주' 회화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다음달 16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국 회화사에서 가장 독창적인 화가로 평가되는 신 작가의 작업 세계를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누아주' 시리즈를 중심으로 10년 주기로 작업 세계에 큰 변화가 있었던 그의 40여년의 예술 여정을 회고할 수 있는 주요 작품 32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의 '꾸띠아주'와 '누아주'는 2차원 평면에서 3차원 입체로 확장된 작가의 작품 세계를 대변하는 단어다. 프랑스어인 '꾸띠아주'는 채색한 캔버스를 일정한 크기의 띠로 재단하고 박음질로 이은 기법을, '맺기'와 '잇기'의 '누아주'는 캔버스 색띠를 엮거나 묶는 기법을 뜻한다. 전시는 마대 회화를 제외한 콜라주 시리즈와 꾸띠아주, 누아주 시리즈를 모았다. 1층에서는 프랑스 파리와 한국에 오가며 서울 성북구 작업실에 머물던 시기 누아주 시리즈가 놓였다. 전시장 가운데 놓인 '회화로부터(2009)'는 맨 위에 놓인 붓에서 캔버스에서 잘라낸 색띠가 그물처럼 이어지는 작업으로, 평면 붓질에서 시작해 평면성을 넘어 입체와 평면이 하나가 됐던 그의 작업 세계를 함축한 듯하다. 특히 '회화로부터'는 '누아주' 시리즈의 비전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신 작가의 붓에서 색띠가 쏟아져 내리는데, 중간 중간에 그의 회화에 봉사했던 닳아 빠진 붓들이 유연한 색띠 천과 어우러져 비정형적인 오브제로 좌대 위에 안착해 스치는 바람에 시나브로 떨리는 모양새다. 그는 로툰다 형태의 5층 높이의 계단 공간에 비슷한 형식의 혁신적인 회화 설치를 구상하며 이 작업을 제작하게 됐는데, 실현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해 '회화로부터'는 이번 개인전 주제를 상징하는 대표적 유작인 셈이다. 지하 전시장은 '콜라주' 시리즈와 '꾸띠아주' 시리즈로 구성됐다. '꾸띠아주' 시리즈 중 '연속성의 마무리'는 앞뒷면을 모두 볼 수 있게 천장에 매달린 채로 걸렸다. 태양빛을 담은 2점의 추상 회화를 정밀하게 5㎝ 폭으로 잘라낸 후 다시 재봉틀로 박음질해 뒷면에 천의 솔기가 그대로 드러나도록 입체 회화를 완성했다. 이례적으로 작품을 천장에 걸어 뒷면을 관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특히 지하 전시장에 내걸린 그의 초기작인 3부작 회화 '공심(空心)'(1971)은 갤러리 전시에서 첫 공개됐다. 신 작가가 23세에 완성한 이 작품은 '제2회 한국미술대상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며 그에게 유명세를 안겨 준 작업이다. 초현실주의 화풍의 내러티브가 담긴 그림은 평평한 화면을 넘어서 회화의 비전을 선구적으로 잘 드러내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2층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된 누아주 시리즈를 볼 수 있다. 추상화가 그려진 캔버스에 정교하게 칼집을 내고 다른 평면 추상화에서 잘라낸 색띠를 엮은 '평면의 진동' 연작과 공간감이 두드러지는 '공간별곡' 연작, 꼬리가 긴 색띠들이 촘촘하게 매듭지어진 '결합' 연작 등이다. "허상의 그림이 아닌 공간의 영역을 소유한 실상으로서 회화의 옷을 입고 빛 앞에 서자. 작가 신성희는 우리들로 하여금 예술이라는 나라의 존재자가 되게 했다." 생전에 작성한 작가 노트 '평면의 문: 캔버스의 증언(2005)'처럼 그의 작품들이 상상이 아닌 조각이라는 실체 위에 화려한 색채로 입혀져 영원히 남겨져 있었다. 한편, 신 작가는 1948년 경기도 안산에서 출생해 홍익대 회화과에서 수학했다. 1968년 '신인예술상전'에서 신인예술상 등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고, 1980년 프랑스 파리로 이주해 30여년간 작품 활동에 나섰다. 이후 파리, 취리히,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주요 갤러리와 전시회를 열었다. 그의 작품은 유네스코 본부, 프랑스 현대미술 수장고(FNAC),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2-06 18:11:58[파이낸셜뉴스] LG전자가 'LG 투명 올레드 TV'를 통해 수묵 추상화 거장의 작품을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LG전자는 4일부터 나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프리즈 서울 2024'에 2년째 공식 헤드라인 파트너로 참가한다고 밝혔다. 프리즈는 아트바젤(Art Basel)과 함께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양대 아트페어다. 서도호 미술가와 서을호 건축가 형제는 수묵 추상의 창시자로 불리는 아버지 고 서세옥 화백의 작품을 'LG 투명 올레드 TV'를 통해 재해석했다. 'LG 투명 올레드 TV'가 국내에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 올레드 TV는 무한대에 가까운 명암비를 통해 수묵화를 원작으로 하는 이번 작품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수묵화는 채색을 쓰지 않고 먹색을 조절해 다양한 표현을 하기 때문에 올레드 TV의 깊은 블랙 표현이 더욱 중요하다. 서을호 건축가는 이번 전시의 공간 연출을 맡았다. 전시장 입구부터 뒤편까지 한눈에 투과해 볼 수 있도록 작품을 겹겹이 배치해 마치 공간 전체를 하나의 작품처럼 구성했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은 입구에 위치한 반투명의 설치 작품부터 그 뒤로 나란히 놓인 각각 8대의 투명 올레드 TV와 8대의 올레드 에로 구성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서도호 미술가는 평면 회화인 원작을 짧은 애니메이션 형태의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해 생동감을 부여했다. 특히, 투명 올레드 TV와 올레드 에보가 겹쳐 재생되는 영상은 관람객에게 색다른 입체감을 선사한다. 서도호 미술가는 "투명한 화면의 디지털 캔버스라는 특별함에 귀가 번쩍 뜨였다"며 "LG 올레드 TV 화면이 투명해지는 순간 수천 년간 볼 수 없었던 그림의 뒤를 볼 수 있게 된 것 같은 경험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전시장 뒤편에서는 올레드 사이니지 24대로 구성한 대형 미디어 월을 통해 서세옥 화백의 작업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좌우 측면에서는 즐거운 비(1976년작), 행인(1978년작) 등 원작 7점도 전시한다. LG전자 오혜원 HE브랜드커뮤니케이션담당은 "한 가족의 예술적 영감이 세대를 넘어 교감하고 기술과 만나 어떤 감동을 선사하는지 '프리즈 서울'에서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며 "LG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ART 프로젝트를 통해 LG 올레드 TV의 차별화된 가치를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2024-09-04 10:54:38※11월12일까지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 “손가락으로 그린다는 것은 결국 나의 몸짓이고, 이 몸짓은 나의 본능에 의존하는 원시적인 행위이다.” ‘핑거 페인팅’ 작업으로 유명한 박영남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제11회 개인전을 열고 있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물감을 붓고 붓대신 손으로 물감을 문지르고 그림을 그린다. 수용성 물감인 아크릴은 15분이 지나면 마르기 시작해 빠르게 굳어버리기 때문에 작업은 빠른 속도로 캔버스를 휘젖는다. 때문에 손끝으로 전해지는 예술가의 직관이 살아 움직인다. 전시장에서 관객들이 작품을 손으로 몰래 만져볼 때 기쁘다는 작가는 “보는 순간 그들이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것이고 이는 바로 내가 바라던 공감대 형성”이라며 “나의 추상화는 읽는 그림이라기보다는 보는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정영목 교수는 그의 이번 작품에 대해 “과거의 서정적, 혹은 시적인 느낌의 자율성이 강했던 작품들과 달리 이제 그가 구사하는 선과 색채의 형태들은 한편의 장엄한 서사시를 일시에 한눈으로 읽은 느낌”이라며 “그의 추상은 이제 조형의 세계를 관조하는 무게감마저 갖추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사적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블랙& 화이트 대작을 중심으로 컬러플, 화이트 등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외부 전경을 빛으로 담아내어 풍경의 또다른 재현을 시험하고 있는 스테인드글라스작업과 유년시절에 크레용과 연필등으로 그린 풍경·정물·인물화도 함께 출품된다. 전시는 11월12일까지. (02)720-1020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2006-10-24 16:00:13[파이낸셜뉴스] 국제갤러리는 다음달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이승조의 개인전 'LEE SEUNG JIO'를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국제갤러리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이승조의 전시에서는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을 구축하는 데 평생을 바친 화백의 주요 작품 30여 점을 소개하며 그만의 굳건한 시각언어를 새로이 조망할 예정이다. 1941년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난 이승조는 해방 공간기에 가족과 함께 남하해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반을 거치며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고, 1960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했다. 1962년에는 동급생이었던 권영우, 서승원 등과 함께 기존의 미술 제도와 기득권에 반하여 ‘오리진’이라는 이름의 전위그룹을 결성하기도 했다. 그룹 이름이 시사하듯 ‘근원적인 것’으로의 환원을 모색하며 자신의 조형언어를 만들어 가던 이승조는 1967년 최초의 '핵' 연작을 발표했다. 이승조의 가장 대표적인 모티프로 알려진 ‘파이프’ 형상이 처음 등장한 것은 그로부터 4개월 후, '핵' 연작의 열 번째 작품을 통해서였다. 마스킹테이프로 캔버스에 경계를 지정한 뒤 납작한 붓으로 유화를 입히는데, 붓의 가운데 부분에는 밝은 물감을 묻히고 양쪽 끝에는 짙은 색 물감을 묻힘으로써 각 색 띠의 한 면을 한 번에 그을 수 있었다. 이러한 붓질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색 간의 경계가 사라짐과 동시에 그라데이션이 생겨나 3차원적 입체감이 형성되는데, 색을 칠한 후 작가는 사포질을 통해 화면을 갈아 윤기를 내어 금속성의 환영을 더했다. 엄격한 질서 안에서 단순한 형태와 색조 변이로써 시각적 일루전을 만들어내는 파이프 형상은 곧 이승조의 주요한 언어가 되었다. 1968년은 작가는 제1회 '동아국제미술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문화공보부장관상을 받았다. 이후 1971년까지 연달아 4회의 국전에서 수상하며 “상을 타기도 어렵지만 안 타는 것이 더 어렵다”는 어록을 낳기까지 했다. 작가가 밝히듯 이승조의 회화에서 반복되는 파이프-적인 형태는 구체적인 사물의 연상도 연장도 아니다. 이를 어디까지나 회화의 소재로서의 선과 색채의 앙상블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 평론가 이일은 이승조가 “조형의 기본원리인 규칙적인 반복의 질서를 통해 클레멘트 그린버그가 말하는 ‘자기환원적 추상’, 다시 말해서 ‘탈회화적 추상’의 세계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제시한 것”이라 정리하기도 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2-08-23 14:41:52\r \r \r \r \r \r \r \r \r \r \r \r \r 남관 '두 세계'(1968년) \r \r \r \r \r \r 지난 1970년 4월 4일. 서울 인사동에 '현대화랑'이라는 이름의 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윤중식·도상봉 등 서양화가 21명과 동양화가 18명, 서예가 2명 등 모두 41명의 작가가 개관 기념전에 참여했다. 당시만 해도 인사동은 고서화를 중심으로 한 전통미술을 주로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현대화랑의 등장은 미술동네에 작은 화제를 몰고왔다. 그리고 45년. 한국 화랑의 역사와 함께해온 현대화랑(지금의 갤러리 현대)이 개관 45주년을 맞아 추상작가 18명을 초대한 '한국 추상회화'전을 열고 있다. 개관 5년 만에 경복궁 옆 지금의 사간동으로 이전한 현대화랑은 그동안 '남관 개인전'(1972년), '이응노 개인전'(1975년), '한국현대미술: 4인의 방법전'(1979년), '1970년대 한국의 모노크롬전'(1996년) 같은 굵직한 전시를 펼쳐왔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도 이들 현대화랑을 거쳐간 거장들이다. '문자 추상'의 대가 남관(1911~1990)·이응노(1904~1989)를 비롯해 한국적 아름다움을 양식화한 김환기(1913~1974)·유영국(1916~2002)·류경채(1920~1995), 기하학적 선으로 한국인 특유의 감성을 보여준 이성자(1918~2009)·권영우(1926~2013)·서세옥(86), 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곽인식(1919~1988)·정창섭(1927~2011)·윤형근(1928~2007)·김창열(86)·박서보(84)·정상화(83) 등이 그들이다. 이번 전시의 서문을 쓴 미술사가 송미숙은 "한국 추상미술을 주도해온 작가들의 1960, 70년대 작품부터 최근 작업까지 다양한 작품이 모였다"면서 "갤러리 현대와 함께해온 이들 작품은 한국 추상회화의 흐름과 고스란히 겹친다"고 말했다. 전시는 4월 22일까지.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r
2015-03-26 16:45:44이두식 '잔칫날'(3월 12일까지 서울 상수동 홍익대 현대미술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하리라." 지난 토요일(23일) 문자로 이두식 화백(1947~2013)의 부고를 처음 접했을 때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이 퍼뜩 떠올랐다. 얼마 전까지도 전화통화를 했던, 생전에 그렇게 밝고 낙천적이었던, 아직은 이 세상 소풍 끝내고 하늘로 돌아갈 때가 아닌 지인의 죽음은 참 느닷없다. 고인은 작품이나 품성이나 모든 면에서 에너지가 넘치고 기운생동하는 호인이었다. 원색의 오방색이 자유분방하게 흩뿌려져 있는 듯한 '잔칫날' 시리즈는 작가를 쏙 빼닮은 대표작이다. 타계 하루 전인 지난 22일부터 서울 상수동 홍익대 현대미술관에서 시작한 '이두식과 표현·색·추상'전은 안타깝게도 그의 유작전이 되고 말았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부장
2013-02-25 17:14:37▲지홍 박봉수/금장천과의 대화/마지에 유채 181.8x122cm 1979 고암 이응노와 남관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지홍 박봉수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있다. 서울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관장 유상옥)이 한국 근현대작가 재탐색시리즈 세번째로 열고 있는 ‘지홍(智弘)을 다시 본다’전이다. 이 전시는 지홍 박화백(1916∼1991)의 19주기를 기념하는 유작전이다. 지홍은 국내와 일본 등지에서 ‘잉어’ ‘산돼지’같은 전통적인 소재를 서예적 필선으로 생동감 넘치게 그려낸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또 1940년대 후반부터 1991년 작고할때 까지 서체적 추상과 문자 추상을 통해 대상의 본질을 추상이라는 조형언어로 환원시키면서 동서양 미술의 접목을 끊임없이 시도해왔다. ▲ 지홍 박봉수/산돼지/ 종이에 수묵 35.5x52.5cm 1970 이번 전시에는 경주라는 역사적 공간과 불교적 사유에서 비롯된 청태불상(1983)을 비롯, 국내는 물론 미국유럽등지에서 높이 평가받은 문자추상의 대표작 ‘금장천과의 대화(1979)’, ‘서경’(1987)등 다양한 장르의 대표작 50여점이 선보인다. 전시를 기획한 장민영 큐레이터는 “일대기적 나열에서 벗어나 전통과 아방가르드, 동양과 서양이라는 경계에서 작가가 고민하였던 삶과 예술의 문제를 미술사적으로 추적했다”며 “몇몇 작가위주로 진행되어온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의 역사를 온전히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전시는 4월 3일까지.(02)547-9177 /hyun@fnnews.com 박현주 미술칼럼니스트
2010-03-10 19:57:13조선의 장인들이 만든 목(木)가구와 20세기 이후 김환기 이우환 박서보로 대표되는 한국 현대의 추상미술. 얼핏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한 걸음 물러나서 바라보면 목가구와 추상미술은 군더더기 없는 형상으로 맵시의 조화를 이룬다. 신세계백화점은 서울 충무로 본점 본관에 있는 아트 월 갤러리에서 ‘결과 시김의 정신’전을 마련하고 있다. ‘조선 목가구와 한국 현대 추상미술’이란 부제가 달린 이번 전시는 깊고 오랜 삭힘의 과정을 통해 그 본질이 표현되어 우러나는 한민족 특유의 미의식(시김)을 보여주는 자리다. ‘책을 읽기 위한 상’인 서안(書案)을 비롯해 조각 책장, 자개이층농, 약장, 찬장, 삼층 찬탁 등 18∼19세기 조선의 장인들이 만든 목가구는 단아한 선과 날렵한 결, 정연한 면 등이 조선의 선비를 닮았다. 목가구는 그 쓰임새에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도록 짜인 검박함과 정제된 화려함, 허수롭고 빈 듯한 여유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쓰는데 편리하고 보는데 아름다우며 정서적으로 편안하고 경제적으로 부담이 없는 생활 예술품으로서의 요건을 두루 갖춘 명품이라 할 만하다. 목가구 40여점의 품격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김환기 박서보 이우환 정상화 정창섭의 추상미술 50여점은 한국 추상미술의 흐름을 시대별로 맛볼 수 있게 한다. 신세계 갤러리 지명문 관장은 “이번 전시는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의 물리적 경계를 넘어선 예술언어의 보편성을 확인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를 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백화점의 아트 월 갤러리는 지하 1층에서부터 지상 6층까지 엘리베이터홀과 각층 매장 내 아트 월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전시는 마치 초등학교 시절 소풍에서 보물찾기 하듯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오는 9월 미국의 페이스 갤러리에서 전시를 앞둔 이우환 작가의 작품은 바람, 점, 선 등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두루 감상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시 작품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기를 원하는 관람객은 백화점 데스크에 신청하면 도슨트들이 직접 설명을 해준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02)727-1542 /노정용기자
2008-03-10 16:24:54"추상은 비어 있지 않다. 그 안에는 개인의 서사와 시대의 상흔이 축적돼 있다." 미국과 한국의 추상 회화 거장들이 '네모'라는 단순한 도형 안에서 만났다. '네모'는 라틴어로 '아무것도 아닌 자'를 뜻하지만, 또 다른 의미로 채울 수 있는 공간도 된다. 이들이 채워가는 '네모'는 서로 다른 문화권과 시대적 배경을 지녔지만 공통적으로 형식에 대한 치열한 고민, 정체성에 대한 질문, 사회적 기억에 대한 성찰이 스며있다. 한국 기획자 엄태근 큐레이터와 손잡고 공동 기획한 윤형근·정상화·맥아서 비니언·스탠리 휘트니 작가의 기획전 '네모: Nemo'전(展)이 다음달 9일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 리만머핀 서울에서 열린다. 엄 큐레이터는 뉴욕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평론가로, 동시대 추상회화의 언어를 한국적 맥락 속에서 새롭게 번역해내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형식 너머의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리만머핀이라는 글로벌 갤러리와 함께 구현한 대형 프로젝트다. 그는 네 작가의 공통점으로 △형식에 대한 치열한 사유 △정체성과 시대에 대한 성찰 △감정의 물성을 추상 언어로 변환해낸 점을 꼽았다. 단순히 사각형을 반복하는 작업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각각의 '네모'는 한 사람의 삶, 하나의 시대, 하나의 공동체를 담고 있는 것이다. 우선 윤형근 작가는 고통과 침묵의 시대를 거쳐온 한국 현대사의 정신적 초상으로 푸른색과 갈색을 반복해 발라 '하늘과 땅의 문'을 그렸다. 색은 그에게 상징이자 묵언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Blue Umber(1978)'는 린넨에 유채이며 화면 중앙을 기준으로 양옆에 수직의 띠가 한 쌍이 배치돼 있다. 주된 색조는 암갈색과 청색으로 이 띠들은 부드럽게 번지며 화면 가장자리로 퍼져 나간다. 전체 화면을 지배하는 분위기는 침묵과 여백이며 수직 띠는 기둥이나 문을 연상시키는 단순한 구조 속에서도 강한 상징성과 존재감을 드러낸다. 정상화 작가는 '벗기고 칠하는' 단색화의 물성 실험을 통해 추상이 갖는 물리적 저항을 보여준다. 사각형은 그에게 노동이자 수행이었다. 특히 '무제 855-6(1985)'은 화면 전체를 짙은 청색 톤으로 채우고 있다. 작가는 캔버스를 접고 균열을 낸 뒤 그 틈을 파란색으로 반복해 메우는 방식으로 독특한 시각적 효과를 완성했다. 스탠리 휘트니 작가는 재즈의 즉흥성과 색의 리듬을 격자 구조 안에 담아낸다. 단순해 보이는 구조 속에서 폭발하는 감각은 도시의 리듬, 혹은 인종적 삶의 진폭과 닮아 있다. 이번 전시작 'Untitled(2020-21)'는 그의 대표적인 방식인 화려한 직사각형 '블록' 그리드 구성으로 노랑, 연두, 주황, 분홍 등 다채로운 색조로 채워져 있다. 붓질은 풍부하면서도 절제돼 있으며, 각각의 색면은 선명하지만 동시에 물감의 흘러내림으로 그리드의 '침범'을 볼 수 있다. 구조 안에서는 일종의 리듬감을 유지하고, 경계선은 종종 부드럽게 처리되거나 미묘하게 겹쳐 색면 간의 흥미로운 상호 작용을 만들어낸다. 맥아서 비니언 작가는 콜라주, 드로잉, 페인팅을 결합해 사적 문서와 사진 위에 격자무늬 그리드를 중첩시키는 자전적 추상 작업을 선보인다. 출생증명서, 주소록, 전화번호부, 유년 시절의 그림 등 그의 개인사가 담긴 재료들은 오일 스틱으로 그린 격자 위에서 은폐되고 추상화된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7-03 18:2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