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이 설 특별사면을 놓고 결국 정면충돌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법과 원칙'에 입각한 사면이라며 이해를 구했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의 뜻'에 반하는 특사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에 따라 차기 정권과 현 정권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며 파국으로 이어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사=정치권 보은(?)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설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대통령 권한 남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각계 요청에 의한 원칙에 따른 특사라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특사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투명하고 법과 원칙에 맞는 사면을 위해 처음으로 민간위원이 다수 포함된 사면심사위원회를 통하는 등 진일보한 절차를 거쳤다"면서 "우선 친인척은 배제한다는 원칙과 임기 중 발생한 저축은행, 민간인 사찰 등의 연루자는 제외한다는 원칙에 입각해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경제5단체의 추천 대상자 중 중소기업,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경제 기여도, 사회봉사 실적 등을 우선으로 감안해 대상자를 선정했다"면서 "사회갈등 해소를 최대 요소로 고려해 용산사건 관련자에 대해서도 사면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대통령 친인척 배제 △임기 중 발생한 권력형 비리 사건 제외 △중소.중견기업인으로서 경제 기여도 및 사회봉사 정도 △사회 갈등 해소 등 이번 특사의 4대 원칙을 직접 설명하며 국민적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임기 중 마지막 '정치적 보은'이라는 성격이 더 크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정치적 멘토와 대학 동기이자 후원자, 이명박 정권의 개국공신 등을 외면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통령, 당선인 갈라서나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이 특사 문제를 두고 정면충돌하면서 양측이 갈라서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되돌아보면 대부분 전임 정권은 차기 정권으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혹독한 시련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 측은 이날 청와대의 특사 발표 후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두 차례에 걸쳐 브리핑을 갖고 '모든 책임은 이 대통령이 져야 할 것' '대단히 유감' '큰 우려' '국민 여론 무시'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것'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브리핑에 나선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당선인과 통화했다"고 했고,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인수위 대변인은 대통령 당선인을 대변하는 자리"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박 당선인의 의지로 해석된다.
지난 26일 인수위 대변인, 28일 당선인 대변인을 통해 '의중'을 알렸음에도 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특사를 강행하자 박 당선인의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역대 정권의 인수 과정을 토대로 추론해볼 경우 이번 경고는 현 정부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와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모든 책임은 이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고 밝힌 게 의미심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정지우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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