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윤 대통령 탄핵 선고 초읽기
전국 곳곳서 탄핵 찬반 집회 열려
15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자유통일당 탄핵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3.15 /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개찰구를 나서자, 붉은색 옷에 검정 조끼를 입은 노년의 여성 1명이 말을 걸어왔다. 여성의 손에는 '탄핵 반대 서명서'란 종이와 펜 1자루가 들려있었다. 여성은 "아직 서명 안 했으면 1번 하고 가요"라며 종이를 들이밀었다. 종이에는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등을 적도록 돼있었다. 해당 여성의 옆에는 또 다른 노년의 여성이 '자유마을'이라고 적힌 종이에 행인들의 서명을 받고 있었다. 15일 오후 12시 30분께 수도권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6번 출구 방면 통로의 풍경이다.
“탄핵 기각이 국민의 뜻” 서울, 구미 등서 대규모 집회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해지면서 탄핵 찬반 세력들은 주말인 15일 서울 곳곳에서 막판 세력 결집에 나섰다. 이들은 자신들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일수록 헌재를 압박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에서 대한문까지의 세종대로 500여미터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자유통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국민대회'를 열고 있다. 주최 측이 예상하는 집회 참석 인원은 5만명이다.
집회 참석자들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기각이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이모씨(57)는 "이렇게 많은 인원이 거리에 나오는 것을 봐라. 윤 대통령의 복귀가 '국민의 뜻'"이라면서 "헌재가 감사원장과 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을 기각한 것을 보면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집회 참석자 김모씨(43)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는 것이 맞다. 좌파 재판관들은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나라를 지키는 재판관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참석자들은 '대통령이 옳았다'와 '간첩국회 즉각해산', '문형배, 이미선 즉각 퇴진' 등 헌정질서에 대한 부정이 담긴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어떤 이는 윤 대통령의 '우국충절'을 찬양하는 노래를 틀면서 집회장 인근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서울 곳곳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세이브코리아는 오후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국가비상기도회'를 열고, 대통령국민변호인단은 저녁부터 헌법재판소 앞에서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출처=연합뉴스)
“탄핵은 당연하다는 생각” 즉각퇴진 범시민 대행진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4시께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15차 범시민 대행진'을 개최한다. 비상행동은 이번 집회를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로 선언했다. 집회를 마치고 헌재가 있는 안국역 방향으로 행진할 예정이다. 경찰에 신고한 인원은 10만명이다.
본집회는 오후 4시께부터 시작될 예정이지만, 오전부터 집회 준비가 시작됐다. 주최 측은 무대를 설치하며, 음향 장비를 점검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윤석열 즉각 파면' '탄핵으로 민생 회복' 등의 피켓을 들었다.
일대에는 민중가요와 대중가요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데이식스의 '웰컴 투 더 쇼'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세븐틴의 유닛 그룹인 부석순의 '파이팅해야지' 등이 흘러나왔다.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 서십자각터부터 광화문교차로 방향 약 250m 일대의 집회 장소 한편에는 탄핵 찬성 측이 마련한 부스와 텐트가 설치됐다. 윤석열 즉각 파면 긴급 행동 부스를 포함해 비상행동의 단식농성장, 진보당의 비상 농성장 등이 마련됐다. 바람이 불 때마다 부스 옆에 설치된 깃발이 펄럭였다. 깃발에는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노사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의 단체 이름이 주로 적혔다. '내란수괴 파면! 헌정질서 회복!'이 적힌 시민 항쟁 버스도 있었다.
탄핵 찬성 측은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천막과 텐트를 설치하고 밤을 새웠다. 최고기온 15도, 최저온도 7도로 평년보다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낮과 밤 기온 차가 큰 탓에 집회 참가자들은 담요와 침낭 등을 두르거나 텐트를 치고 추위를 견뎠다. 전날 오후 4시께부터 현장에 나와 밤을 지새웠다는 서울 강동구 주민 최모씨(24)는 "어차피 집에 있으나, 밖에서 자나 마음이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여서 여기서 잤다"고 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헌재가 윤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할 거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동작구에서 왔다는 이모씨(23)는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내용에 충격을 받았다"며 "탄핵이 당연하다는 생각에 굳이 집회 현장을 찾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헌재 판결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오늘은 꼭 자리를 지켜 탄핵 인용을 바라는 국민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서지윤 기자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