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핵무장론·계엄·탄핵 여파
내달 15일 효력땐 ‘기술협력 제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이후 트럼프발(發) 관세 쓰나미, 영토 영유권 분쟁 등으로 국제사회가 바람 잘 날이 없다. 최근 한미 통상 및 외교에서 호재와 악재가 동시에 터졌다. 호재는 미 행정부의 관세와 방위비 증액이라는 '청구서'에 대응해 우리의 강점인 조선업과 에너지를 고리로 협상에 나서게 됐다는 점이다. 악재는 한국이 북한, 러시아 같은 적대국으로 미국정부 '민감국가' 명단에 포함됐다는 거다. 동시에 터진 호재와 악재를 마주하는 우리의 효과적 대응이 절실한 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는 물론 전임 조 바이든 정부조차 우리나라에 대한 불신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가 지난 1월 원자력과 첨단기술 협력을 제한할 수 있는 '민감국가' 리스트에 한국을 올렸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이달 첫 인도태평양 지역 순방 일정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이 알려져서다.
16일 정치권과 정부, 학계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DOE)는 '민감 국가 및 기타 지정 국가 목록(SCL)' 중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국가에 한국을 추가했고, 이는 내달 15일 효력이 발생한다. 이대로 SCL이 발효되면 공동연구 등 첨단기술 협력 전반이 제한된다.
DOE가 한국을 적대하거나 기술협력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고, 최하위 범주라 실질적으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기존 대상이 중국·러시아·북한 등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적대국을 대하는 수준으로 규제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지정 시점이 지난 1월로 바이든 정부가 결정한 사안이라 당장 철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과학기술 정책 컨트롤타워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이 공석인 등 트럼프 정부가 아직 자리를 잡는 중인 탓도 있지만, 바이든 정부가 SCL에 한국을 추가한 이유가 해소됐는지 불분명해서다.
DOE는 SCL 지정 사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정치권과 학계에선 근본적으로는 국내 핵무장론을 원인으로 짚고, 계기가 된 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바이든 정부는 앞서 외교라인을 통해 계엄사태에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어서다.
임은정 공주대 국제학부 교수는 "통일연구원의 작년 7월 여론조사상 핵무장 찬성이 66%로 핵무장론이 고조돼 미 측 우려가 커진 건 사실"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핵 위협을 하면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흔들리고 미국과 유럽의 불안이 커지다 보니 한국 등의 핵무장론에도 민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SNS에 "지난 겨울은 우리 정국이 극도로 불안할 때였다. 제가 계엄을 신속히 막으려 앞장선 이유 중 하나도 이번 일 같은 대외인식 하락 우려"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 탄핵으로 정상외교가 막힌 탓에 대미소통은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로선 사실상 과도정부를 공들여 상대하지 않으려는 기류가 강해서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인태 순방 계획 도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계엄 사태가 벌어진 지난해 12월에도 로이드 오스틴 당시 미 국방장관이 방한 예정을 취소한 바 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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