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지상 좌담회
"온라인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생
접근금지 위반땐 즉각 분리조치
강력한 신변보호 장치 마련해야"
스토킹처벌법이 21일 시행 1주년을 맞는다. 전문가들은 입법 공백이 있던 스토킹 그 자체에 대한 처벌법이 생겨 과거보다 나아진 상황이라면서도 보복범죄 등 강력 범죄를 막을 방안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반의사불벌죄 폐지와 가해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규정 등을 신설하며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파이낸셜뉴스가 스토킹처벌법 1주년을 맞이해 관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상 좌담회에서 이 같은 지적이 나왔다. 이번 좌담회는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승재현 한국형사정책법무연구원 연구위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장윤미 변호사(법률사무소 삼정)가 응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스토킹 처벌법 시행 1주년을 평가 해달라
▲장윤미=논의가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다. 20여년 동안 스토킹에 대한 정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때문에 입법적 공백이 컸는데 그나마 법 시행 이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승재현=과거와 같은 경우 스토킹은 '사람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됐었지만 처벌법 제정 이후 '처벌'이라는 점이 인식됐다는 점에서 높게 산다.
▲이수정=처벌법 제정 이전에는 스토킹 살인에 대한 통계 자료 조차 없을 정도로 인식이 미비했다. 처벌법이 생기면서 스토킹은 명백히 살인의 예비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행법의 미비점은 무엇인가
▲김혜정=가장 큰 문제는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자세히 알기 때문에 교묘하게 시간과 공간을 장악한다. 최근 법무부에서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을 말했지만 여전히 장악력이 높은 가해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수정=전체 스토킹 범죄 신고 중 심각 사건에 집중해야 한다. 지난해 1만5000여건의 스토킹 범죄 신고가 왔는데 그 중 1500건이 주의를 기울일 사건이었다. 위험 사건을 제대로 대처해도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는데 이를 판단할 판정 기준이 매우 미흡하다.
―스토킹 처벌법의 개선방안은
▲승재현=스토킹에 대한 법적 정의부터 바뀌어야 한다. 현재는 '지속적 괴롭힘'을 전제하는데, 명확하게 피해자의 의사에 반했다면 한 번이라도 범죄로 성립돼야 한다. 추가적으로 수사기관에서도 재범 방지 차원이 아닌 피해자 보호의 관점에서 잠정조치를 취해야 한다. 전자감시 도입한다고 했는데, 공권력이 출동해 피해자를 보호하는 시간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닿는 시간보다 짧을 수 있도록 양쪽의 위치정보를 모두 활용해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다만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트라우마를 안길 수 있다.
▲이수정=전주환 사건의 경우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했기 때문에 살인으로 확대됐다.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하면 곧바로 범죄로 여기고 구속하고 구속 전에도 분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 수사당국과 법원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김혜정=가해자는 공권력보다 피해자에게 가까울 때가 있다. 이때문에 단순 처벌 강화로는 스토킹 피해를 막을 수 없다. 정부는 은밀한 관계에서 어떻게 스토킹 범죄가 발생하는 지 심도깊게 추적해야 한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가스라이팅'과 같은 은밀한 스토킹을 막지 못한다.
▲장윤미=현행법 상 스토킹 처벌법은 몇가지 열거형태를 충족해야 범죄가 성립된다.
이를 좀 더 포괄적으로 재규정할 필요가 있다. 최근 스토킹은 온라인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스토킹의 강력 범죄화를 막기 위해서는 경찰의 초동 대처가 중요한데 좀 더 강력한 신변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주원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