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내 반려인구가 1500만을 넘어서면서 식당이나 카페, 펍에서 반려동물의 동반을 허용하는 ‘펫프렌들리’ 문화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반려견과 함께 이용하는 워터파크들도 성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 중 '반려견'이라는 단어로 손님들을 끌어모으지만 실상은 맹견으로 분류되지 않은 견종들까지 출입제한을 두는 업체들도 생겨나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미지 만으로 출입제한 차별 14일 업계에 따르면 컴페니언랜드 강아지숲은 반려견 동반 워터파크, 네이처풀의 하이시즌 운영을 시작했다. 지난 7월 1일 첫 개장한 네이처풀은 숲 속의 자연 수영장을 테마로 강아지숲에 조성된, 반려견 동반 워터파크이다. 강아지숲은 여름철 반려견과 함께 꼭 가보아야할 대표적인 휴가지로 홍보하고 있으나 '이미지'로 출입제한을 둬 차별을 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네이처풀 홈페지이에 따르면 입장제한 반려견으로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조 2항에 근거한 맹견품종인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 등은 물론 동물보호법 상 맹견으로 표기되지 않았으나 위압감을 주거나 공격성향이 강한 품종으로 △도고 아르헨티노 △케인코르소 △오브차카 △티베탄 마스티프 △울프독 등을 명시해놨다. 강아지숲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작은 강아지들 보호자들이 체고가 높고 크기가 큰 반려견을 보면 무섭다고 민원이 들어와서 명시해놓은 것"이라며 "맹견이 아니지만 겉모습으로 위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다수의 보호자들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몸무게가 40kg 이상 나가는 반려견들이 올 경우 소형견주들이 컴플레인을 많이 걸어 불편함을 없애기 위한 조치"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견주는 "천사견 이미지인 골든리트리버의 경우 40kg가 훌쩍 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반려견은 출입이 가능하고 20~30kg대인 울프독을 출입제한 시키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차별적인 조치"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견주는 "이미지로 개를 나눠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대우"라며 "반려견으로 홍보하고 실상은 무게제한이나 (맹견이 아님에도) 견종제한을 두는 곳들이 많아 아쉽다"고 말했다. 애견 운동장서도 중대형견 제한 최근 펫프렌들리를 내세우는 애견 운동장에서도 특정 중대형견과 믹스견은 출입을 제한한다는 운영지침을 세운 경우가 많다. 진돗개가 대표적인데 많은 애견 운동장이나 카페, 펜션에서는 진돗개에 대한 편견으로 출입 제한을 둔다. ‘견종차별’에 반대하며 생겨난 큐레이션형 커뮤니티 ‘진도프렌들리’는 2021년 5월 활동을 시작해 네이버 카페와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여러 플랫폼에서 활동 중이다. 회원 수는 4000여명에 달한다. 진도프렌들리 운영자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일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진돗개는 매우 사납고 예민한 견종으로 알려졌다. 사실 방송에 진돗개가 출연하면 그다음 날 진돗개 반려인들의 산책길은 매우 어려워진다”고 언급했다. 진돗개 등 특정 견종을 다루는 방식이 개의 폭력성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특정 종의 출입제한은 ‘오해와 편견’ 때문이라며 이를 인종차별 문제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특정 종을 향한 거부감이 확산하는 원인으로 ‘일부 미디어 속 자극적인 정보’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수의사뿐 아니라 반려견 행동전문가들도 견종의 특유한 기질보다는 반려견의 성장 과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려견 행동교정전문가인 이웅종 교수는 “개물림 사고가 특정 견종에서만 발생하는 건 아니다”며 “모든 개는 사냥 습성이 있으므로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끼면 어떤 견종이라도 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사회성이나 교육 등 견주의 노력에 따라 개의 성격이 형성된다"며 "어떠한 견종이든 무조건 무는 개는 없으며 반려인의 역할에 따라 개의 사회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3-07-07 10:30:22경찰 수사관 ‘위압감’과 조사태도 ‘불친절’이 가장 주된 수사관 교체요청 사유로 나타났다. 수사관 교체요청 제도는 사건 당사자가 수사과정에서 공정성 등에 의심이 있는 경우 수사관 교체를 공식적으로 요청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불공정한 수사 등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지방청별 수사관 교체요청제 현황’자료에 따르면, 수사관 교체를 요구하는 경우 수사관의 위압감, 불친절 등 사유들이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됐다.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3년간 수사관 교체요청건수는 총 5122건이다. 이중 기타사유가 3072건 60%로 1위를 차지했다. 기타사유에는 수사관의 위압감, 조사태도 불친절 등이 수사관교체 요구사유에 포함됐다. 뒤이어 ‘공정성 의심’도 전체 1930건으로 37.7%로 나타났다. 수사관 교체요청 건수 중 인권침해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에 31건, 2016년에 43건, 2017년 8월까지 34건으로, 3년간 도합 108건에 달했다. 한편 수사관 교체요청 수용률은 2015년 73.7%에 비해서 2016년 74.3%로 올랐다. 김영진 의원은 “수사관의 위압감·조사태도 불친절로 인한 수사관교체 요구사유가 최근 3년간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여전히 경찰이 국민에게 권위주의적으로 대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수치”라며 “경찰이 ‘인권경찰’을 자처하기 위해서는 말 뿐만이 아니라 직접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2017-10-06 19:44:50▲ 넥센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넥센의 4번 박병호가 상대팀의 피해가기 작전에 말렸다.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두산이 7:1로 넥센에 승리했다. 두산은 민병헌이 3타점을 올리는 맹활약에 힘입어 올시즌 1위 넥센에 승리를 거뒀다. 넥센은 서건창이 4타수 2안타로 분전했지만 타선의 침묵으로 1점을 내는데 그쳤다. 특히 4번타자인 박병호는 3개의 볼넷으로 출루했다. 네번째 타석에서도 우익수 플라이로 물너났다. 두산의 투수들은 박명호에게 3개의 볼넷을 내주며 철저히 피해갔다. 특히 5회에서 서건창과 윤석민의 안타로 위기를 맞았음에도 박병호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후 강정호가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얻는데 그쳤다. 두산의 박병호 피하기 작전은 성공했다. 박병호의 뒤를 이어 타석에 들어선 강정호는 2개의 삼진과 1개의 희생플라이에 그쳤다. 그만큼 박병호가 상대팀에 주는 위압감이 경기를 통해 드러난 것. 박병호는 올시즌 0.288의 타율에 6홈런 11타점을 올리고 있다. 홈런 부문에서는 두산의 칸투, 롯데의 강민호, NC의 테임즈와 함께 공동2위에 올라있다. 또한 볼넷은 LG 박용택에 이은 21개를 얻어내며 2위에 올라있다. 그만큼 상대 투수들이 박병호를 피해간 것. 올시즌 외국인 타자들의 가세로 어느 때보다 타자들의 경쟁이 심해지는 가운데 박병호의 파괴력과 위압감은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여창용 기자 news@fnnews.com
2014-05-01 14:19:00[파이낸셜뉴스=전상일 기자] 김범석이 엄청난 위용을 뿜어내고 있다. 김범석은 28일 KIA와의 경기에서 5타수 2안타에 3타점을 기록했다. 비록 경기는 승리로 이끌지 못했지만, 장쾌한 역전 3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전날 장쾌한 투런 홈런에 이어서 또 다시 타점을 기록하며 LG 타선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실 김범석의 이런 활약은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김범석은 작년부터 타격에서만큼은 확실한 임팩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퓨처스에서 홈런 단독 1위를 질주했다. 퓨처스 올스타전에서는 MVP를 수상했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김범석은 아마 시절부터 타격 하나만큼은 전국에서도 유명한 선수였다. 김범석은 경남중 시절이던 중학생 시절 한 시즌 1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낸 바 있다. 아시아대회에서도 18타수 5안타 1홈런을 때려내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경남중 시절 노시환을 지도한 바 있는 김상욱 감독이 "타격 재능 하나만 놓고 보면 김범석이 낫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것뿐만 아니다. 김범석은 고3시절 경남고를 황금사자기 우승으로 이끌었다. 무려 48년만의 황금사자기 우승이었다. 김범석이 캡틴으로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범석은 그해 무려 10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나무배트를 쓰기 시작한 이래 고교야구 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대표팀에서의 4번 타자도 김범석의 몫이었다. 하지만 LG에서 김범석의 자리는 없었다. 이유는 체중이었다. 포수를 보기에는 체중감량이 필수다. 그래야 순발력이 생길 수 있고, 무릎이 버텨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범석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순번이 7번까지 급락한 이유도 프로에서 포수가 안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실제로 김범석은 아직까지도 포수로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아직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스카우트 관계자들의 수비 평가는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전매특허인 타격 또한 어떤 선수보다 빠르게 인정을 받고 있다. 맞으면 넘어가는 파워, 공을 보는 선구안, 그리고 덩치에 맞지 않는 유연함 등은 경남고 선배인 이대호를 떠올리게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실제로 KIA와의 3연전 내내 김범석은 공포의 대상이었고, LG 타선을 이끌었다. 이제는 신인왕 후보로서 김범석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박용택 위원은 TV 중계에서 “한달 후의 김범석을 기대하라. 타격 기술 자체가 다른 선수다”라고 극찬을 할 정도다. 김범석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빠른 공은 적응만 하면 언제든 칠 수 있다. 변화구는 경기를 많이 뛰어봐야 알 수 있는데 1군에서 기회만 주어지면 제 몫을 할 수 있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리고 올 시즌 김범석은 염경엽 감독의 지도 아래 자신의 포텐을 만개하고 있다. 프로는 결국 강점과 강점이 부딪히는 세계다. 약점보다는 강점을 강화하고 자신의 강점을 더욱 갈고 닦는 것이 결국 프로에서 살아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김범석의 장점은 누가 뭐라고 해도 방망이고 타격이다. 꼭 포수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김범석이 방망이 한 자루로 2024시즌 프로야구 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04-29 01:57:34ⓒ뉴시스 한국축구대표팀의 실망스러운 경기력에 외신도 일침을 날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27일 새벽 5시(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 위치한 아레다 데 상파울루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 벨기에와의 경기서 후반 32분 얀 베르통언에 결승골을 내줘 0-1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1무2패 승점 1점을 기록, H조 최하위에 머무르며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한국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조별리그에서 1승도 올리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저조한 경기력만큼 해외 언론의 반응도 냉담했다. 미국 ESPN은 한국과 벨기에의 경기 결과를 전하며 “한국이 상당수의 주전들이 휴식을 취하고 경기의 절반 이상을 10명이 뛴 벨기에에 패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기에가 더 편안해 보였다. 태극전사들은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들은 경기를 운영하는 방법을 잊은 듯했다”고 꼬집었다. 기사 말미에는 “한국축구대표팀에는 4년 전 우루과이전에서 보여줬던 드라마틱한 흥분도 없었고, 2006년 스위스전에서 패했을 때 표출했던 분노도 없었으며, 2002년 하나의 팀으로 둘러싸여 만끽했던 자부심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syl015@starnnews.com이세영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starnnews.com
2014-06-27 15:15:28구관이 명관이다. 특히 올해는 경기 불황이 예상돼 공연계가 검증된 작품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국내 대표적인 뮤지컬 제작사 CJ ENM과 EMK뮤지컬컴퍼니가 신년에 내놓은 작품도 자사 스테디셀러다. 올해 25주년을 맞은 CJ ENM의 '베르테르'는 팬층이 탄탄한 작품이다. 지난 2003~2004년 4연 당시 재정적 문제를 겪을 때 '베르테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모금해 공연을 살린 바 있다. 지난 2018년 초연된 175억원대 창작뮤지컬 '웃는 남자'는 초연 개막 후 한달 만에 최단기간 누적관객 10만명을 돌파한 EMK의 히트작이다. ■시대를 초월한 사랑의 힘 각자도생의 시대에 순수한 사랑이 웬 말이냐 싶겠지만, 누구나 한번쯤 뜨거운 사랑을 꿈꾼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베르테르는 청춘의 열병,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상징과 같다. 괴테 역시 젊은 시절 약혼자가 있는 여자를 사랑한 적이 있으며 그의 오랜 친구는 상관의 부인을 연모하다 고뇌 끝에 자살했다. 창작뮤지컬 '베르테르'는 지금은 연극계 스타 연출가가 된 고선웅이 약 25년전 밀레니엄을 앞두고 쓴 작품이다. 그는 작품 도록 인사말에서 "불덩이처럼 뜨거운 짝사랑에 힘겨워하던 청년의 편지에 후끈 달아올랐다"며 "그때가 32세였다"고 돌이켰다. 2003~2004년 시즌 연출자로 합류했던 조광화 연출은 이번 시즌 러브콜을 받고 걱정이 앞섰다. 어느새 60세가 된 그는 "청년의 감성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연습 첫 주 배우들과 함께 하자 무언가가 날 흔들었다. 내 안의 베르테르가 다시 깨어났다"고 회상했다. 이 작품은 누구에게나 깊은 내면에 베르테르의 불씨가 살아있음을 일깨워준다. 베르테르의 순수하고 열정적이며 안타까운 사랑의 감정을 담은 넘버 '발길을 뗄 수 없으면'은 마음을 파고든다.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볼 수 있다. 화려한 춤과 노래보다 배우들의 연기를 중심으로 한 극적인 요소가 강조된 서정적인 뮤지컬로 대중가요처럼 친근한 멜로디가 강점이다. '베르테르'는 요즘 유행하는 성격 유형(MBTI) 중 감정형(F)이 더 재밌게 볼 수 있다. 각자 상황에 따라 감정이입 대상도 달라질 수 있다. 배우 전미도는 "때로 우리는 베르테르가 되기도, 롯데가 되기도, 또 롯데의 약혼자 알베르토가 되기도 한다"며 "오늘 당신은 누구에게 더 가까운가"라고 반문했다. 베르테르 역에 새로 합류한 가수 출신 김민석은 지난해 뮤지컬 '하데스타운'으로 성공적인 배우 데뷔전을 치렀다. 아직 설익은 풋풋한 연기가 베르테르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 3월 16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냉혹한 신분사회를 웃음으로 뚫다꿈일까/제발 날 떠나지 마 내 사랑/아직 못다 한 말이 많은데 이렇게 보낼 순 없어/어딘가 날 위해 부르던 너의 노래/다시 들려오는 그 천국이 있을까/나 이제 너에게로 갈게(뮤지컬 '웃는 남자' 넘버 중) 4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웃는 남자'는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스스로 "이 이상의 위대한 작품을 쓰지 못했다"고 꼽은 동명의 원작 소설이 원작이다.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입이 찢어진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함을 간직한 인물 '그윈플렌'의 이야기를 다룬다. 뮤지컬 '레베카', '엘리자벳', '팬텀' 등 수많은 작품을 흥행으로 이끈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이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또 한국에서 크게 사랑받는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대세' 김문정 음악감독이 참여해 작품에 힘을 실었다. 이번 시즌에는 그 어느 때보다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조명과 영상의 환상적인 조화는 물론,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해 180분간 펼쳐지는 극의 서사를 따라 시각적 몰입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귀족 사회의 위압감과 웅장함을 하층에서 상층을 올려다보는 구조로 구현한 상원 의회 장면, 아름다운 곡선으로 은밀하고 강렬한 욕망을 반영한 조시아나의 침실 장면 등은 무대 미술이 빛나는 대표 장면이다. 특히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과 흩어지는 파도와 같이 섬세하게 움직이는 천위로 두 주역이 날아오르는 2막 피날레 장면은 마치 동화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프랭크 와일드혼은 '캔 잇 비?(Can It Be)', '나무 위의 천사(Angels In The Trees)' 등 서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음악으로 작품의 감정선을 이끈다. 2막에서 그윈플렌이 상원위원 귀족들에게 눈을 뜨고 가난한 사람들을 보라고 외치는 '그 눈을 떠(Open Your Eyes)'와 그 직후에 이어지는 '웃는 남자(The Man Who Laughs)' 넘버는 그윈플렌의 격정적인 내면과 함께 작품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3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장인서 기자
2025-02-02 18:47:43[파이낸셜뉴스] 구관이 명관이다. 특히 올해는 경기 불황이 예상돼 공연계가 검증된 작품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국내 대표적인 뮤지컬 제작사 CJ ENM과 EMK뮤지컬컴퍼니가 신년에 내놓은 작품도 자사 스테디셀러다. 올해 25주년을 맞은 CJ ENM의 ‘베르테르’는 팬층이 탄탄한 작품이다. 지난 2003~2004년 4연 당시 재정적 문제를 겪을 때 ‘베르테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모금해 공연을 살린 바 있다. 지난 2018년 초연된 175억원대 창작뮤지컬 ‘웃는 남자’는 초연 개막 후 한달 만에 최단기간 누적관객 10만명을 돌파한 EMK의 히트작이다. ■베르테르, 시대 초월 고전과 사랑의 힘 각자도생의 시대에 순수한 사랑이 웬 말이냐 싶겠지만, 누구나 한번쯤 뜨거운 사랑을 꿈꾼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베르테르는 청춘의 열병,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상징과 같다. 괴테 역시 젊은 시절 약혼자가 있는 여자를 사랑한 적이 있으며 그의 오랜 친구는 상관의 부인을 연모하다 고뇌 끝에 자살했다. 창작뮤지컬 ‘베르테르’는 지금은 연극계 스타 연출가가 된 고선웅이 약 25년전 밀레니엄을 앞두고 쓴 작품이다. 그는 작품 도록 인사말에서 “불덩이처럼 뜨거운 짝사랑에 힘겨워하던 청년의 편지에 후끈 달아올랐다”며 “그때가 32세였다”고 돌이켰다. 2003~2004년 시즌 연출자로 합류했던 조광화 연출은 이번 시즌 러브콜을 받고 걱정이 앞섰다. 어느새 60세가 된 그는 "청년의 감성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연습 첫 주 배우들과 함께 하자 무언가가 날 흔들었다. 내 안의 베르테르가 다시 깨어났다"고 회상했다. 이 작품은 누구에게나 깊은 내면에 베르테르의 불씨가 살아있음을 일깨워준다. 베르테르의 순수하고 열정적이며 안타까운 사랑의 감정을 담은 넘버 ‘발길을 뗄 수 없으면’은 마음을 파고든다.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볼 수 있다. 화려한 춤과 노래보다 배우들의 연기를 중심으로 한 극적인 요소가 강조된 서정적인 뮤지컬로 대중가요처럼 친근한 멜로디가 강점이다. ‘베르테르’는 요즘 유행하는 성격 유형(MBTI) 중 감정형(F)이 더 재밌게 볼 수 있다. 각자 상황에 따라 감정이입 대상도 달라질 수 있다. 배우 전미도는 “때로 우리는 베르테르가 되기도, 롯데가 되기도, 또 롯데의 약혼자 알베르토가 되기도 한다”며 “오늘 당신은 누구에게 더 가까운가”라고 반문했다. 베르테르 역에 새로 합류한 가수 출신 김민석은 지난해 뮤지컬 ‘하데스타운’으로 성공적인 배우 데뷔전을 치렀다. 아직 설익은 풋풋한 연기가 베르테르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 3월 16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냉혹한 신분사회를 웃음으로 뚫다...'웃는 남자 꿈일까/제발 날 떠나지 마 내 사랑/아직 못다 한 말이 많은데 이렇게 보낼 순 없어/어딘가 날 위해 부르던 너의 노래/다시 들려오는 그 천국이 있을까/나 이제 너에게로 갈게(뮤지컬 '웃는 남자' 넘버 중) 4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웃는 남자'는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스스로 "이 이상의 위대한 작품을 쓰지 못했다"고 꼽은 동명의 원작 소설이 원작이다.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입이 찢어진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함을 간직한 인물 '그윈플렌'의 이야기를 다룬다. 뮤지컬 '레베카', '엘리자벳', '팬텀' 등 수많은 작품을 흥행으로 이끈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이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또 한국에서 크게 사랑받는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대세' 김문정 음악감독이 참여해 작품에 힘을 실었다. 이번 시즌에는 그 어느 때보다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조명과 영상의 환상적인 조화는 물론,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해 180분간 펼쳐지는 극의 서사를 따라 시각적 몰입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귀족 사회의 위압감과 웅장함을 하층에서 상층을 올려다보는 구조로 구현한 상원 의회 장면, 아름다운 곡선으로 은밀하고 강렬한 욕망을 반영한 조시아나의 침실 장면 등은 무대 미술이 빛나는 대표 장면이다. 특히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과 흩어지는 파도와 같이 섬세하게 움직이는 천위로 두 주역이 날아오르는 2막 피날레 장면은 마치 동화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프랭크 와일드혼은 '캔 잇 비?(Can It Be)', '나무 위의 천사(Angels In The Trees)' 등 서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음악으로 작품의 감정선을 이끈다. 2막에서 그윈플렌이 상원위원 귀족들에게 눈을 뜨고 가난한 사람들을 보라고 외치는 '그 눈을 떠(Open Your Eyes)'와 그 직후에 이어지는 '웃는 남자(The Man Who Laughs)' 넘버는 그윈플렌의 격정적인 내면과 함께 작품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3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장인서 기자 jashin@fnnews.com 신진아 장인서 기자
2025-01-31 15:57:25[파이낸셜뉴스] '꿈일까/제발 날 떠나지 마 내 사랑/아직 못다 한 말이 많은데 이렇게 보낼 순 없어/어딘가 날 위해 부르던 너의 노래/다시 들려오는 그 천국이 있을까/나 이제 너에게로 갈게'(뮤지컬 '웃는 남자' 넘버 중) 탄탄한 서사와 멜로디, 서정성 짙은 넘버들로 수많은 관객들을 눈물짓게 한 EMK뮤지컬컴퍼니의 창작 뮤지컬 '웃는 남자'가 지난 2018년 초연 이후 2020년, 2022년에 이어 네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창작 뮤지컬 최초로 대한민국 뮤지컬 시상식을 휩쓸며 전례 없는 흥행 열풍을 이어간 뮤지컬 '웃는 남자'는 시즌마다 업그레이드된 무대로 이전 공연에 대한 평가를 뛰어넘는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이 뮤지컬은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스스로 "이 이상의 위대한 작품을 쓰지 못했다"고 꼽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입이 찢어진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함을 간직한 인물 '그윈플렌'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의 삶을 통해 사회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조명한 작품이다. 뮤지컬계 '미다스 손'이라 불리는 엄홍현 총괄 프로듀서의 지휘 아래 뮤지컬 '레베카', '엘리자벳', '팬텀' 등 수많은 작품을 흥행으로 이끈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이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또 한국에서 크게 사랑받는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그의 오랜 파트너인 작사가 잭 머피, 그래미 어워드에서 뮤지컬 앨범상을 수상한 제이슨 하울랜드, 압도적인 실력으로 신뢰를 얻고 있는 김문정 음악감독이 참여해 작품에 힘을 실었다. 이번 시즌에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압도적인 스케일로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조명과 영상의 환상적인 조화는 물론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해 180분간 펼쳐지는 극의 서사를 따라 시각적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귀족 사회의 위압감과 웅장함을 하층에서 상층을 올려다보는 구조를 통해 시각적으로 구현한 상원 의회 장면, 아름다운 곡선으로 은밀하고 강렬한 욕망을 반영한 조시아나의 침실 장면, 왕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화려함을 한껏 담아낸 가든파티 장면 등은 압도적인 무대 미술로 보는 이들에게 강렬함을 전한다. 특히,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과 흩어지는 파도와 같이 섬세하게 움직이는 천 위로 날아오르는 2막 피날레 장면은 마치 동화 속 장면에 참여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프랭크 와일드혼은 '캔 잇 비?(Can It Be)', '나무 위의 천사(Angels In The Trees)' 등 서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음악으로 작품의 감정선을 완벽하게 이끌어냈다. 2막에서 그윈플렌이 상원위원 귀족들에게 눈을 뜨고 가난한 사람들을 보라고 외치는 '그 눈을 떠(Open Your Eyes)'와 그 직후에 이어지는 '웃는 남자(The Man Who Laughs)' 넘버는 그윈플렌의 격정적인 내면과 함께 작품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웃는 얼굴을 가진 채 유랑극단에서 광대 노릇을 하는 젊은 청년 '그윈플렌' 역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엘리자벳', '베토벤', '킹키부츠' 등 여러 대작들의 주연으로 활약해온 박은태가 2022년에 이어 두번째로 출연한다. 아울러 따뜻한 음색과 남다른 음악 해석력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탄생시킨 이석훈, 감미로운 목소리와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보여준 규현, 지난 2021년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로 뮤지컬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친 NCT 도영이 그윈플렌을 번갈아 연기한다. 또 그윈플렌과 데아를 진심 어린 애정으로 거둬 키우는 '우르수스' 역에는 서범석과 민영기, 앞을 보진 못하지만 영혼으로 그윈플렌을 바라보며 그를 보듬어주는 '데아' 역에는 이수빈과 장혜린, 여왕의 이복동생이자 부유한 귀족인 '조시아나' 역에는 김소향과 리사가 출연한다. 이외에도 박시원, 강태을, 문성혁, 김영주, 김지선 등 베테랑 배우들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오는 3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5-01-31 14:47:13[파이낸셜뉴스]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일대가 2606가구 새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일 열린 제12차 도시계획위원회 수권분과소위원회에서 압구정2구역 정비구역·정비계획 결정, 압구정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 및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계획 및 경관심의안이 수정가결됐다. 현재 압구정동 일대는 미성, 현대, 한양 등의 아파트 1만여 가구가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2~5구역이 신속통합기획을 완료했고, 가장 속도가 빠른 2구역이 이번 도시계획위원회 수권분과소위원회에 상정돼 심의를 받았다. 압구정2구역은 서울시에서 지난해 7월, 압구정2~5구역 신속통합기획을 확정한 후 올해 3월과 5월 두 차례 신속통합기획 자문을 거쳐 16개월만에 정비계획안을 수립해 심의를 완료했다. 이곳은 지난 1982년 준공 이후 42년이 경과돼 노후된 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사업지로 재건축을 통해 용적률 300%이하, 12개동 2606가구(공공주택 321세대 포함), 최고 높이 250미터 이하 규모로 조성된다. 현재 압구정동 일대는 판상형 아파트로 획일적인 경관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번 압구정 아파트지구 내 첫 정비계획 결정을 통해 유연한 층수계획과 디자인 특화동 계획 등을 통해 다양한 스카이라인과 한강 수변과 어우러진 개성있는 경관 창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 강남·북을 잇는 동호대교의 남단 논현로 주변은 20~39층으로 낮게 계획하여 한강변 관리계획에서 제시한 광역통경축을 형성화했고, 동시에 동호대교변의 도심부 진입경관거점을 조성할 수 있도록 주동 디자인 특화구간을 설정해 상징적인 디자인 형태의 타워형 주동으로 계획했다. 남측 단지 입구부터 시작되는 8m 폭의 공공보행통로는 단지 중앙부를 가로질러 자연스럽게 단지 북측의 입체보행교로 연결된다. 압구정을 찾는 시민 누구나 한강공원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획기적으로 계획했다. 또 입체보행교 시작점에는 한강변을 바라보는 수변커뮤니티 시설을 계획하되 시설 상부에는 주동을 계획하지 않고 주변으로 광장을 두어 이용자들에게 최대의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대상지 북서측에 위치한 신사근린공원에서 시작해 올림픽대로변 연결녹지와 대지내 공지 등을 적극적으로 연계 활용해 단지 외곽으로 순환되는 보행동선체계를 구축했다. 대상지 서측 현대고등학교 도로변은 25층 이하 중저층을 배치하여 위압감을 완화하고 '학교가는길'로 명명한 공공보행통로 주변에는 근린생활시설과 교육관련 커뮤니티시설을 배치해 안전하고 실용적인 보행길을 조성했다. 압구정2구역은 서울시에서 강조하는 열린단지 개념도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다. 공공보행통로, 입체보행교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담장은 설치하지 않으며 주민공동시설인 경로당, 어린이집, 작은도서관, 돌봄센터, 수영장, 다목적체육관 등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외부에 개방해 운영할 계획이다. 향후 이번 심의 시 수정가결된 내용을 반영하여 정비계획 고시 후, 통합심의(건축, 교통, 교육, 환경 등)를 거쳐 건축계획을 확정하고 신속히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실장은 "나머지 압구정 3개 구역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는 만큼 공공성과 효율성이 조화를 이룬 계획안이 제시되면 서울시는 신속히 행정절차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강남의 요충지인 압구정 일대가 수변 주거문화를 선도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카이라인과 개성있는 한강변 경관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4-11-26 09:08:03<37> 이집트 '룩소르②' - 나일강 야경과 카르나크 신전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나에게는 이집트에 가게되면 꼭 하고싶은 로망이 몇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는 나일강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발코니가 있는 호텔에 묵는 것이었다. 몇 년 전부터 에어비앤비를 들여다보며 정말 가보고 싶은 멋진 숙소를 점찍어 놨었는데 정작 숙소예약을 해야할 때 보니 안타깝게도 이미 다른 손님이 있는건지 예약이 안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나일강이 보이는 멋진 호텔을 찾으러 룩소르 근처를 돌아다녔다. 졸리 빌 리조트며 룩소르의 고급 호텔들을 이곳저곳 다녀봤지만 아쉽게도 나의 맘에 딱 맞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오늘은 무함맛이 일찍 퇴근을 할 수 있으니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한 날이다. 늦은 오후 무함맛과 만나서 무얼할까 하다가 나일강에서 배를 타고 일몰을 보고 싶다고 하니까 잘 아는 곳으로 데려가주었다. 우리끼리였다면 어디에서 어떤 배를 타야할지, 가격은 어느 정도를 내야 사기를 안 당하는지 모든 것이 어려웠을텐데 친구와 함께 오니 아무 걱정 없이 즐겁기만 하다. 하얀 깔라베야(이집트 남자들이 입는 원피스)를 입은 선장님을 만났다. 뱃삯은 인당 10달러. 안내해준 친구 것도 우리가 함께 계산했다. 작은 부두를 걸어들어가니 하얀 작은 보트가 우리가 탈 배라고 한다. 사실 천으로 된 돗이 멋있게 펼쳐진 낭만적이고 옛스러운 보트를 기대했지만 뭐 이것도 감지덕지다. 배이름이 Aswan Moon(아스완 달)이다. 웬지 정감이 가서 이름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스무명은 족히 탈수있을 만한 크기의 배였는데 우리가 전세냈다. 손님이 우리밖에 없는거 리얼? 이게 웬 호사인가 싶다. 배가 출발한다. 나일강에서 여유롭게 배를 타는 것이 오랜 소망이었는데 드디어 이루어졌다. 28년전에도 나일강에 온적이 있긴 하지만 단체 패키지 여행이었기에 큰 배로 이동을 한 적은 있지만 뱃놀이할 기회는 없었다. 우리만 탄 배에서 고대 이집트를 상상하며 나일의 풍경에 흠뻑 빠지고 싶었다. 몇 천년전 이 강에는 파피루스로 만든 배들이 물건을 싣고 오가고 있었겠지. 그리스, 시리아 등 주변 나라에서 배에 공물을 싣고 이곳에 도착하면 강에서 보이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신전들의 위용에 역시 이집트는 대단한 대국이구나 하며 감탄했겠지. 나일에 석양이 진다... 석양은 하늘과 강을 온통 물들여놓아 보는 이에게 깊은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정신없이 강과 노을을 보고 있는데 무함맛이 배 지붕으로 올라가보라고 권한다. "어? 그래도 되나?" 사다리가 있어 올라가도 되는 것 같아 조심조심 올라갔다. 와, 사방에 아무것도 거칠게 없이 그야말로 강과 하늘이 다 보인다. 우리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다. 눈이 촉촉해질 정도로 감동적인 풍경을 이렇게 특별하게 감상할 수 있다니. 이 순간은 죽을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금은 커다란 유람선들이 강가를 차지하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가에 유람선과 건물들에 하나 둘씩 불이 켜지는 모습 또한 아름다웠다. 이 땅, 이 강 자체가 그냥 역사이고 문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일강에서 석양과 일몰, 그리고 야경까지 모든 것을 가득히 기억 속에 담았다. 뱃놀이 후 날이 꽤 어두워져서 무함맛의 추천 맛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시내에는 차를 세우기가 힘들다며 걸어가자고 해서 함께 걸었는데 거리는 꽤 되었지만 룩소르를 걸어다녀보니 차타고 다닐때에는 미쳐 볼 수 없던 거리의 풍경을 하나하나 볼 수 있었다. 관광지답게 마차꾼도 다니고 걷다보면 도로 옆에 신전이 그냥 다 보인다. 한참 걷던 우리를 잠시 멈추게 하고 무함맛은 다리아래를 가리켰다. 타일로 된 길 양옆에 수많은 스핑크스들이 도열해있는 스핑크스 길이었다. 룩소르 신전에서부터 약 3km 떨어진 카르낙 신전까지 이어져있다고 한다. 역시 룩소르는 입장료를 내고 신전에 들어가지 않아도 거리에도 이렇게 볼 것이 많다. 스핑크스마다 조명이 밝혀져있는 광경이 너무 멋있어서 한번 걸어보고 싶다고 하려다 거의 1시간 거리라는 소리에 말이 쏙 들어갔다. 한참을 걸어서 우리는 건물이 통채로 한 식당인 곳에 들어갔다. 딱 봐도 현지인, 외국인들이 자리에 가득가득 찬 것이 맛집포스가 느껴진다. 3층으로 올라가 겨우 자리를 잡고 마흐맛이 시켜주는 대로 음식을 받았다. 병아리콩과 마카로니, 면, 그리고 잡곡인듯한 곡물들을 한그릇 가득 받았고 그 위에 따뜻한 토마토소스인 듯한 것을 부어 섞어 먹는 음식으로 이름은 "쿠사리"라고 한다. 탄이 우리 말에 '핀잔을 듣다'의 의미인 '쿠사리 먹었다'라는 말이 있는 것을 떠올리며 이 음식 이름은 절대 안잊어버리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무함맛이 매운 소스도 추가해줄까 묻자 한국인의 맵부심을 부리며 한숟갈 가득 넣었다. 역시 그다지 맵지 않았다. 냄새도 좋고 입맛에 잘 맞아 좋았다. 식사 후 우리가 돈을 내려하자 외국인에게는 비싸게 받는다며 무함맛이 계산을 했다. 얼핏 들었는데 한그릇에 1000원도 안하는 황당하게 저렴한 가격이었던것 같다. 날씨도 기온도 타이밍도 시간도 모든 것이 완벽한 나일강 뱃놀이와 처음 먹어본 쿠사리를 알게해준 무함맛에게 감사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룩소르를 30년만에 다시 찾은 가장 큰 이유인 카르나크 신전을 방문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이곳의 거대한 기둥들과 아름다운 고대의 상형문자 부조들의 강렬한 느낌을 잊지못해 꼭 다시 오고 싶었고 탄에게도 몇천년전의 인류의 작품을 마주하는 감동을 오롯이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카르나크는 옛 테베의 북쪽 절반을 지칭하는 지명으로, 그곳에 아몬 대신전을 중심으로 몬트, 무트 신전 등 세 신전으로 구성된 신전군을 통틀어 카르나크 신전이라 한다. 다만 몬트 신전은 거의 남아있지 않고, 무트 신전 역시 일부만 잔존한다. 1월은 이집트 관광 성수기여서 사람들이 붐비기전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가려고 인터넷으로 오픈시간을 확인해보니 웬걸, 새벽 6시에 연다고 한다. 낮이 뜨거운 이집트라 새벽과 저녁에 관광객을 많이 받기 위함이 아닐까 싶었다. 오픈시간 즈음해서 카르나크신전에 도착했다. 엄청 넓은 주차장에 차가 두어대밖에 없다. 기념품가게들도 아직 문을 열기 전 조용한 분위기에 새벽공기가 매우 상쾌하게 느껴졌다. 카르나크 신전 방향이 밝아지는 것이 해가 뜨기 시작하는 것 같다. 서둘러 표를 사서 들어갔다. 건물 안에 망자의 배와 카르나크신전의 축소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신전 모형을 구경하던 중 탄이의 한국말이 들려온다. 사람좋은 탄이는 또 현지인에게 붙잡혀 유료가이드를 쓰라는 권유에 한국말 회피스킬을 시전하고있다. "하하, 그냥 우리끼리 보고싶어요~" 입장권의 QR코드를 찍고 검사대를 들어가는 것은 이제 익숙해졌다. 지하철 봉같은 것을 밀고 들어가 광장으로 나오니 저멀리 카르나크신전 너머로 해가 뜨는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넓은 광장을 지나 신전이 가까와지자 또 한번 검사대를 거친다. 중요유산이라 그런지 다른 곳 보다 검색이 매우 삼엄하다. 신전앞의 길에 늘어선 염소머리의 스핑크스들을 보니 어젯밤에 본 룩소신전과 카르나크신전을 잇는 스핑크스 길이 생각났다. '여기서부터 걸어가면 룩소신전이 나온다는 거지' 야외에 설치된 안내지도는 낡아서 거의 알아볼 수가 없었다. 입장료 받아 이런거나 깨끗하게 고쳐놓지. 아쉽지만 뭐 직접 다녀보면 되지 하며 들어간다. 첫번째 안뜰의 옆쪽 건물로 들어가니 벽마다 부조가 보였다. 앞서 방문한 신전들에서도 많이 본 부조이지만 왠지모르게 카르나크의 것은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있다. 몇천년전의 사람이 손수 조각하고 정성스레 채색한 그 손길이 느껴지고 당시 이집트 사람들이 관심있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지금 내가 보고있다는 사실이 강하게 다가온다. 신전을 관통하는 중앙 통로를 통해 해가 찬란하게 뜨고 있는 모습이 정말 장엄하고도 환상적이었다. 수천년전에도 해는 이렇게 떴을테니 당시 사람들도 나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아니, 당시엔 화려한 채색으로 완성된 모습이었을테니 더 웅장하고 멋있었을것이다. 찬란한 고대 이집트의 기술이라면 분명 이런것을 다 고려해서 위치를 잡고 신전을 건설했을것 같다. 두번째 큰 탑문에 다가가니 양옆에 커다란 석상이 서있다. 람세스2세와 네페르타리의 석상이라고 한다. 문을 지나 드디어 카르나크 최고의 장관, 대열주전에 들어섰다. 134개의 거대한 기둥들이 주는 위압감이 대단하다. 기둥하나가 사람 여러명이 팔을 벌리고 둘러싸야할 정도로 크다. 기둥사이를 거닐며 내 오랜 지독한 그리움을 달래고 드디어 다시 이곳에 왔음을 충분히 만끽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둥 하나하나에 새겨진 그림과 문자들을 통해 몇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과거에 머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수많은 기둥들의 상형문자와 그림을 천천히 관찰하다보니 조각되어있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섬세하고 세련되게 양각부조로 조각되어 있는 것도 있고 투박하고 깊게 심조로 판것도 있다. 나중에 찾아보니 여러 파라오를 거쳐 긴세월동안 지어진 것이라 시대별로 방식과 솜씨가 달라졌다고 한다. 긴 세월을 지나는 동안 많이 소실되고 무너졌던 기둥들이 잘 복원된 것이 감사했다. 하지만 고대의 기둥들은 아마도 완벽한 곡률을 가지고 자로 잰듯 똑같은 모양으로 서있었을텐데 소실된 부분을 새로 만들어 채워놓은 곳은 좀 울퉁불퉁 일정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기둥의 방을 지나니 중간크기의 오벨리스크 두개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보니 저멀리 또 커다란 탑문이 보인다. 또다른 새로운 신전으로 가는 길이다. 거의 무너져내린 탑문이 있는 신전은 아직 복원중인지 들어가볼 수가 없었다. 다시 되돌아가려고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나온 탑문앞에 거대한 석상이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원래는 4개의 석상이 일정한 간격으로 탑문앞에 자리하고 있었을것같았는데 현재는 2개만 있었다. 그래도 그 크기와 형상이 무척 멋있고 당대의 위용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신전 안쪽에는 커다란 호수같은 것이 있었는데 물고기도 살고 있었다. 우리나라 궁처럼 연못을 만들어 놓았나보다. 가장 안쪽에는 미로같은 작은 방같은 것들이 많이 있었는데 하나하나 빠짐없이 다 보려고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보고있는데 유니폼을 입은 한 경비원이 오라고 손짓을 한다. 나무로된 문이 있는 곳을 열어주더니 들어가보라는 것이다. 일반 관광객은 못 들어가게 막아놓은 곳 인 듯 싶었지만 호기심에 따라 들어갔다. 콘도르의 방으로 안내해준다고 한다. 요리조리 복원이 덜 된 유적 사이를 지나 깊숙히 들어갔다. 천장에 햇빛구멍이 하나 있는 방으로 안내되어 들어갔는데 방안에 형체를 거의 알아볼 수 없이 훼손된 돌덩이가 하나 놓여져있었다. 아마도 이것이 콘도르 석상인가 싶었는데 여기가 코브라이고 이것은 뭐고 설명을 해주는데 듣고 봐도 잘 모르겠다. 한쪽 벽에는 사람들 손때가 타서 까맣게 된 곳이 있는데 탄이에게도 손을 대보라고 한다. 풍뎅이 문양이다. 아마도 이걸 만지면 뭐 재물이 들어온다는 등 그런 의미 같다. 아무튼 남들은 못보는 것을 보았다는 묘한 만족감에 좋았다. 아직 안끝났다. 또 따라오라며 앞장서는 경비원. 아마도 딱히 할게 없는 경비원들이 이런식으로 부수입을 올리려는 것 아닌가 싶었다. 맨 마지막에는 좀 위험한 돌 위를 올라가 아래는 동물을 키우는 곳이고 위는 사람이 사는 방이라는 곳으로 갔는데 채색이 많이 남아있는 아름다운 방이어서 다른 사람들은 아직 많이 못본 벽화를 좋은 기회에 많이 봐두어야겠다 싶은 생각에 열심히 감상했다. 신전의 일하는 사람들이 지냈던 방이라고 하는 듯하다. 안내가 끝나니 역시 자기에게 프레젠트를 하라고 한다. 성의표시는 해야겠지 싶어 천원이 안되는 작은 돈을 팁으로 드렸다. 30년전과는 달리 복원도 많이 되어있고 장애인을 위한 통로 등 여러가지 신경을 쓴 것들이 보였다. 안쪽 구석구석까지 갈 수 있는 곳은 다 들어가고나서야 카르나크 신전관광을 마쳤다. 내가 사랑하는 기둥들을 뒤로하고 언제 다시올지 기약이 없는 발걸음을 돌렸다. 맥도날드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길을 걷는데 서점이 보였다. 혹시 이집트에 관련된 서적이 있을까싶어 들렸는데 상형문자 해석집이며 고대유물의 화보집 등 탐나는 책들이 한가득이다. 특히 책 전체를 오려서 접고 붙이면 신전이 되는 종이공작책이 있어서 한국에 가져가면 만들어보려고 샀다. 서점을 나와 또 걷는데 작은 은세공 전문점이 보였다. 전에 왔을때 이집트 상형문자로 엄마이름을 새겨넣은 금목걸이를 선물해드렸었는데 무척 좋아하시며 아직도 가지고 계신다. 내 이름으로 된 것도 하나 갖고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곳에서 만들어줄 수 있다고 한다. 세공사아저씨가 우리 둘의 이니셜을 즉석에서 상형문자로 번역해 써주신 것을 보니 마냥 신기하고 좋았다. 아버지부터 2대째 이 일을 하고있는 장인이라고 한다. 내 이름을 상형문자로 조각한 은목걸이를 주문해서 받았다. 가격도 생각보다 크게 비싸지않고 세상에 하나뿐인 기념품이라 무척 만족스러웠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uDrSSwCBnpg?si=FAJJfJx3G1ASoTZX>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0-31 17:5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