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B급 이하 공모채 수요예측 0
사모채 시장도 이달 발행물량 없어
대유위니아그룹 계열사 부도 등 비우량·한계기업 경계감 커져
단기물 시장도 금리 6~8% 수준
고금리 고착화 전망 등으로 경계 심리가 강해진 크레딧물 시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전쟁이 더해지면서 경계감이 한층 짙어진 모습이다. 특히 비우량채에 대한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11일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크레딧 스프레드(신용등급 AA-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1일 77.2bp(1bp=0.01%포인트)를 가리켰으나 현재는 79.0bp(10일 기준)까지 확대됐다.
크레딧 스프레드의 확대는 통상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종전보다 위축됐음을 의미한다. 크레딧물보다 안전자산격인 국고채 선호 심리가 더 컸음을 보여준다.
자본시장에 악재가 가득한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겹치면서 회사채보다 국채, 비우량채보다 우량채 선호가 강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달 공모채 발행을 위한 사전청약 과정인 수요예측 명단에 신용등급 BBB급 이하의 기업은 한 곳도 없다. LG유플러스(AA0), 현대백화점(AA+), 한국투자증권(AA0), 롯데칠성음료(AA0) 등 AA급 신용도를 가진 기업들이 대규모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A급 기업들도 이름을 올렸지만 HD현대일렉트릭(A-), SK인천석유화학(A0) 등 탄탄한 모기업을 보유한 대기업 계열사들이다.
비우량한 기업들이 주로 찾는 사모채 시장은 더욱 썰렁하다. 사모채 발행 물량은 이달 1~10일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대유위니아그룹 계열사의 잇따른 부도로 비우량기업, 한계기업에 대한 경계감이 더욱 짙어진 분위기다.
지난달 20일 위니아전자를 시작으로 같은달 25일 대유플러스, 이달 4일에는 위니아가 각각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또 단기물 시장에서는 대기업 계열사를 비롯해 은행, 증권사, 공기업 위주로 기업어음(CP) 및 전자단기사채 발행을 이어갔다. 금리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채권 만기를 짧게 가져 가려는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을 흡수했다.
단기물 시장에서 비우량 기업들의 CP, 전단채 물량이 나오기도 했으나 조달비용은 금리가 높다 보니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 일례로 메가박스중앙(A3), 홈플러스(A3) 등이 이날 각각 6개월물 40억원, 3개월물 20억원의 전단채를 발행했는데 발행금리는 6~8% 수준으로 결정됐다. 이들 CP는 만기가 짧은 데도 발행금리는 회사채 중장기물 수준으로 높게 잡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P, 전단채 등의 금리가 점차 올라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리가 올라간다는 것은 채권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뜻한다. 단기물이라도 비우량한 신용도를 보유한 채권들을 외면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CP금리(91일물)은 9월 초 연 3.99%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연 4.07% 수준으로 올랐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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