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대학본부 "집회 제한"
서울대 '사전 신고서 의무화' 고려
중앙대, 소요 사태 우려 땐 불허
"교육 뿐 아니라 광장 역할도 존중"
시국선언 확산 속 재학생 반발 커
6일 서울 동작구 총신대학교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내 대학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국 이후 학내 집회를 제한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탄핵 찬반 지지자들의 물리적 충돌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사 개진을 막아선 안 된다며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6일 파이낸셜뉴스 취재에 따르면 일부 대학 본부는 학내 집회를 제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서울대는 학내에서 집회를 열 경우 '학내 집회 사전 신고서'의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고, 중앙대는 외부인이 참가하거나 소요 사태 우려 있는 학내 집회를 불허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고려대 본부 측은 이날 이뤄진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학생 안전을 위협하는 행사"고 규정하며 "절대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주최 측에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은 학습공간이자 교육공간인 만큼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받지 않게 하는 것이 대학 본부의 중요한 일"이라며 "학내에서 갈등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대학 본부들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은 최근 탄핵 찬반 집회에서 물리적 폭력이 동반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이화여대에서는 보수 유튜버가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를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고, 지난달 28일 한국외대에서는 탄핵 찬성 집회 참석자가 경찰의 머리를 손으로 때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하지만 학내 집회를 제한하는 대학 본부들의 조치가 학내 민주주의를 해칠 수 있으므로 지양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고려대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박모씨(23)는 "대학은 교육의 장이기도 하지만 광장의 역할도 있고, 고려대 등 일부 학교는 권력에 항거한 정신을 교육 이념으로 삼는 만큼 광장의 역할이 존중돼야 한다"며 "학교 측이 안전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학내 구성원의 발언 기회를 막는 것은 안 된다"고 밝혔다.
숙명여대에 재학하는 김모씨(24)는 "학내 집회를 막기만 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안전하게 집회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탄핵과 관련한 시국선언은 여전히 서울시내 대학가에 확산 추세다. 이날에는 고려대와 숙명여대, 오는 7일에는 한국외대, 오는 11일에는 경희대에서 학내구성원이 시국선언을 했거나 할 예정이다. 한성대에서는 이날, 한양대에서는 오늘 8일 일부 재학생들이 탄핵 반대 집회를 열거나 열 계획이다.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들은 대학이 지성의 공간인 만큼, 구성원들의 의견이 캠퍼스 안에서 자유롭게 게재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고려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최모씨(20)은 "학내구성원들이 교내에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민주사회에 부합한 대학생활이라고 생각한다"며 "폭력을 동반하는 과격한 시위로 번져서는 안 되겠지만, 집회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 등은 민주사회를 위해서 우리가 감내해야 할 사항"이라고 전했다.
앞선 박씨는 "개인의 정치 성향을 떠나서 학내구성원이 모여 자신의 의견을 게재하는 행동은 옳고 오히려 적극 권장돼야 한다"며 "민주주의는 어찌 됐든 다른 의견이 공존한 상태에서 서로 토론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숙명여대에 재학하는 이모씨(23)은 "학내에서 집회를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고 본다"며 "요즘은 온라인으로 자기 의견 내는 것에 익숙하지 오프라인에서 이렇게 목소리 내는 경우 별로 없는데 20대 목소리 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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