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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직전 美 출국해 2년 체류했지만…법원 "한국 국적 취득 불가"

법원 "원정출산으로 판단...복수국적 유지 당연한 권리 아니야"


출산 직전 美 출국해 2년 체류했지만…법원 "한국 국적 취득 불가"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출산 전후로 2년 이상 외국에 머물러도 연속해서 체류한 게 아니라면 외국 국적을 취득하려 한 행위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양상윤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서울남부출입국 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국적선택신고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2003년 7월 미국에서 한국인 부모의 자녀로 태어나 한국과 미국 복수 국적을 취득했다.

A씨의 모친은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에 체류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A씨 출산 직전 다시 미국으로 출국해 A씨를 출산한 뒤, 다음 달 A씨와 함께 한국으로 입국했다. 2011년이 돼서야 다시 미국을 방문했고, 2015년까지 약 4년간 미국에 머물렀다.

스물한 살이 되던 지난해 2월 A씨는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을 하고 대한민국 국적 선택 신고를 했다.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은 복수국적자가 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한국 국적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다.

국적법에 따라 병역이나 세금, 범죄 처벌, 외국학교 입학 등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법무부에 내면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출생 당시 모친이 자녀에게 외국국적을 취득할 목적으로 외국에서 체류하는 '원정출산자'는 서약이 불가능하다.

출입국 사무소는 A씨의 국적 선택 신고를 반려했다. A씨 모친이 한국에 생활 기반을 두고 '원정 출산'을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는 모친이 출생 전후를 합산해 2년 이상 계속 미국에 체류했고, 복수국적 취득을 목적으로 원정출산을 한 게 아니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부모가 유학·해외근무 등의 사유로 2년 이상 외국에 체류한 경우 원정출산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한 국적법 시행령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내에 생활 기반을 두고 있는 어머니가 임신 후 자녀의 외국 국적 취득을 목적으로 외국에서 체류하는 동안 자녀를 출생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의 부친 역시 2000년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국내에 생활 기반을 두고 있었다.

A씨는 안전을 위해 조부가 운영하는 현지 병원에서 출산했다고도 주장했으나, 법원은 "A씨의 안전한 출산을 위한 목적 또한 일부 존재했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 A씨의 모친이 A씨에게 미국 국적을 취득하게 할 목적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며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을 통한 사실상의 복수국적 유지는 당연한 권리로 주장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