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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버 둔 도박 사이트 적발 2배 늘어… 처벌 강화 목소리

감시망 피해 동남아 등에 서버
경찰, 최근 3년 1만169건 적발
인플루언서 활용 무차별 마케팅
노출 빈도 늘면서 경각심 낮아져
전문가 "단속 인프라 확충 시급"

불법 사이버 도박 사범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서버를 해외로 옮기는 수법으로 수사기관의 감시망을 피하며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처벌 수위를 강화하면서 외국과 다른 제도의 개선과 치료 인력·재원을 늘려야 뿌리를 뽑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해외 서버 개설 2년 만에 두 배

16일 파이낸셜뉴스가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불법 사이버 도박 1만169건을 적발하고, 1만2497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적발 건수는 2021년 5216건에서 코로나19 집합 금지가 종료된 2022년 2838건을 대폭 줄었다가, 2년 만인 2024년 다시 4106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만 적발 건수가 늘어난 것은 경찰의 적극적인 단속도 밑거름이 됐다. 경찰청은 지난 2023년 9월~2024년 10월까지 전국 시도청 사이버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특별 단속에 나서 9971명을 검거했다.

충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지난해 12월 불법 도박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면서 참가자들에게 베팅을 하도록 한 일당을 붙잡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동남아시아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운영한 불법 도박 사이트 규모는 300억원대에 달했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도 지난 2018년부터 약 6년 6개월 동안 4000억원대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개설·운영한 중학교 동창들의 덜미를 잡았다.

불법 사이버 도박 사범이 늘어난 것은 경찰의 단속을 피해 해외로 서버를 이전하는 사례가 증가하기 때문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유명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활동 범위를 넓힌 것 또한 배경으로 꼽힌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접근성이 갈수록 쉬워지면서 경각심이 떨어진다는 원인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사이버 도박이 조직범죄로 변한 것은 오래됐지만 심화되고 있다"며 "서버 자체가 해외로 나가 있기 때문에 해외 수사기관과 공조해서 근절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을 지냈던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법 사이버 도박의 무차별적 마케팅으로 노출 빈도가 높아졌다"며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도박에 대한 경각심은 오히려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35%만 재판행, 처벌강화·제도개선

그러나 형사재판까지 가는 경우는 일부에 그쳤다. 본지가 장 의원실을 통해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같은 기간 검찰이 '도박과 복표에 관한 죄'로 기소해 1심 형사재판을 받은 사건은 3594건에 불과했다. 적발된 사건 중 약 35%만 법정에 서는 셈이다.

이마저도 오프라인 도박과 도박장 개설까지 포함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형사재판으로 넘겨진 수치는 더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우선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형법상 상습도박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나, 상습도박이 아닐 경우 벌금 1000만원 이하 수준이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처벌 수위가 낮은 점이 사이버 도박과 관련된 사람들의 유인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제도적 보완과 중독자 치료 시스템 개선을 주문하는 전문가도 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미국이나 동남아 등 타국의 경우 합법인 경우가 많아 해외에 서버를 차리고 우리나라로 송출하는 허점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관계자는 "센터가 전국에 60곳인데, 도박뿐만 아니라 알코올과 마약, 게임 등 다양한 중독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인력과 재원 모두 부족한 상황"이라며 "인프라 확충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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